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미지와 ‘부모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5월 한가운데,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운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공폐단단 활동가들이 둘러앉았습니다.
202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피해 상담 중 9.5%가 친족성폭력 피해 상담이었고, 친족성폭력 상담 전체 건수 중 공소시효가 도과된 건은 57.9%였습니다.
‘친족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 공폐단단은 이러한 현실에서 친족성폭력의 발생 원인을 말하고 피해 회복의 하나의 방법으로서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공폐단단이 시작되고, 정기적으로 활동을 이어오며,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는 멋진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실 분들은 아래 글을 확인해주세요!
공폐단단의 지난 2022년을 돌아보며
- 공폐단단 민지 작성-
<2022년의 매마토 역사>
1. 1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0회-
2. 2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1회-
3. 3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2회-
4. 4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3회-
5. 5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4회-
6. 6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5회-
7. 7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6회-
8. 8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7회-
9. 9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8회-
10. 10월 : 제2회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 생존 기념 축제 <생존자랑대회>
11. 11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19회-
12. 12월 : 매마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 –20회-
그동안 우리가 일궈온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매마토)에 진행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정기 1인 시위의 횟수를 기록해보았더니 벌써 20회가 넘었다. 이어 2023년에 진행한 4월까지의 시위 횟수를 합치면 무려 24회다.
이러한 매마토를 진행하고 있는 ‘공폐단단’은 ‘친족 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인 단단한 모임’이다. 공폐단단이라는 이름의 뜻은 올해 초 공폐단단의 단톡방에서 모두의 투표를 거쳐 결정되었다. 원래 공폐단단이라는 모임을 처음 만들 때에도 그런 뜻으로 만들긴 했다. 때는 바야흐로 2019년 말, 누구나 다 아는 그 유명한 SBS의 장수 저널리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만행에 대처하기 위해 단단, 민지, 영서, 오매, 푸른나비 등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모였더랬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친족 성폭력에 관해 취재하고 있었는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인터뷰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방영된 방송에서는 역시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친족 성폭력을 충격적인 소재로만 삼아 비일상적인 범죄인 것처럼 묘사해 가해자는 악마화하고,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 회복할 수 없는 이로만 타자화하여 소비하였다. 언론이 늘 친족 성폭력을 다룰 때 그래왔듯이 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시선에 분노하며 ‘공폐단단’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는데, 그 이름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단체’를 줄인 ‘공폐단’에 공소시효 폐지를 단단하게 하자는 뜻에서 ‘단’을 하나 덧붙인 것이었다.(마침 그곳에 ‘단단’님이 계셨던 건 우연의 일치일까?)
그리하여 2019년 12월 21일, 공폐단단의 첫 ‘액션’ <그 평범을 깨고, 우리의 평범을 찾자 –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가 시작되었다. 친족 성폭력은 평범한 가족 안에서 일어나고,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일상 속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알리고자 스무 명 남짓의 인원이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가 한 글자씩 적힌 13장의 피켓을 들고 SBS 사옥 앞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가족 단위로 즐겨 찾는 쇼핑몰 등지에서, 침묵 시위, 플래시 몹 등의 액션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다 함께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공폐단단의 첫 액션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공폐단단의 액션인 매마토는 2021년 2월, 푸른나비가 꾸었던 오랜 꿈인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1인 시위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푸른나비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피켓에 적어 들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제작해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보라보라 피켓(이때까지 이게 우리의 대표 피켓이 될 줄은 몰랐다)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목적은 1인 시위였기는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매일 다른 생존자, 연대자들이 1~2명씩은 꼭 와서 그의 옆을 지켜주었다. 그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란 대체 무엇이고, 공소시효 폐지가 왜 필요한지 설명이 담긴 전단지도 손수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한 명이 30분 동안 피켓을 들면 팔이 아파 다른 한 명과 교대해 피켓을 나눠 들었다. 현 매마토는 30분간 시위를 진행하지만, 최초에는 1시간이었다.(1시간은 너무 힘들어 향후 30분으로 줄인 것이다.)
이때 나도 연대하러 간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지루하고 힘들 줄만 알았는데, 함께 목소리를 내는 연대자들이 있고, 피켓을 바라봐주고 전단지를 받아주는 시민들이 한두 명씩 생기면서 공소시효 폐지가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도 함께 힘을 합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때부터 나와 푸른나비는 계획을 했다.
‘작은 말하기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니까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1인 시위를 하는 건 어떨까?’
그래서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매마토’다.
우리는 생존자 혹은 연대자들끼리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주최하고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내가 만든 매마토 홍보 포스터를 보고 한 참여자 분이 우리는 이제 1인 시위가 아니라 다인 시위 아니냐고 여쭈셨다. 그러나 내가 1인 시위라고 계속 지칭하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만든, 혹은 자신이 들고 싶은 피켓을 직접 들고 자리를 지키며 꾸려나가는 시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이 시위의 ‘주체’인 것이다.
2022년에는 이러한 매마토 시위 외에도 공폐단단 내에서 동물권을 포함해 소수자성에 기반한 모든 이슈를 공부하는 고영쓰, 다양한 주제를 정해 모임 당일 주어진 시간 내에 글을 써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글쓰기 모임이 파생되었고, 청주 여중생 사건에 연대했으며, 공폐단단 활동가 중 몇몇은 한국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에서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 강의 및 저자로 참여한 책의 북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청년 단체 보라봄에서 진행한 친족 성폭력 강연, 여성 인권 영화제 토크쇼에 이어 각종 매체의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폐단단 활동가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공폐단단이라는 단체가 쑥쑥 자랄 수 있게끔 그 기반이 되는 단단한 뿌리와도 같다.
또 2022년에는 공폐단단의 SNS가 처음 개설된 해였다. 2022년에 공폐단단의 활동 중 가장 큰 행사였다고 자부하는 <생존자랑대회>를 마친 후, SNS의 필요성을 느껴 네이버 카페,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이 개설되었다.
제2회 친족 성폭력 생존자 생존 기념 축제 <생존자랑대회>도 무사히 개최되고 마무리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에서 축제의 공동 주최에 참여해주신 것은 물론, 축제 당일 스태프를 자원하기도 하시고, 연대 발언도 이어 나가주셨다. 생존자와 활동가들이 직접 홍보물과 깃발을 만들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소수자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생존을 기념하고, 자랑하는 하루였다. 비록 우리 각자는 소수자이지만, 그날 연대한 많은 이들의 마음만큼은 충만한 하루였다. 이와 같은 축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및 집행, 축제 기획, 진행에 큰 역할을 해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2022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송년의 날을 진행했다. 시위 장소에서 가까운 장소를 대여해 생존자가 아니더라도, 친족 성폭력 근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대자들도 초대했다. 2022년의 마지막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기념할 수 있어 한 해를 행복하게 마무리한 하루였다.
공폐단단 2023 활동 내용 및 계획 소개
- 공폐단단 지안 작성-
1. 매마토 시위
-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12시 광화문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1인 시위 진행. 1월부터 4월까지 현재 4회 진행.
2. 3.8 한국여성대회 페미난장 발언
- 민지안(민지, 지안)의 공폐단단 소개. 생존자와 연결되기 위한 SNS 계정 홍보. 생존자의 손상되지 않았음과 영원한 존엄에 대해 발화.
3. 친족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춤 테라피 <생존자랑댄스>
- 5월~8월 진행될 예정. 현재 홍보 활동이 끝나고 6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춤 테라피 수업에 앞서 참여자 간의 서로 알아보기와 마음 열기 진행 중. 총 3회기 중 현재 2회기까지 진행.
4. 다큐멘터리 작업
- <생존자랑댄스> 진행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기 위해 연출자 섭외 및 소통하고, 현재 2회차 미팅까지 진행. 참여자들 동의 거친 후 6월부터 촬영 예정.
5. 디자인
- 로고 디자인(1월 진행), 명함(3월 3명 진행), 전단(5월 현재 진행 중), 굿즈(예정) 등
6. 소모임 활동
- 고영쓰(동물권에 기반한 모든 소수자성에 대한 이슈를 공부하는 모임) 활동
- 치유하는 글쓰기 모임 활동
- 콘텐츠 제작 플랫폼 얼룩소에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상담 경험을 담은 ‘나의 상담일지’ 연재 (영서, 조제, 지안, 하윤)
7. 연대 활동
-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모임 참여 (하윤, 꿈마, 지안)
- 숨, 틈 예배 참여 : 퀴어 프렌들리, 기독교 내 반성폭력 운동 모임. (민지, 지안, 행복, 시반)
- 변희수 하사 추모제 참여 (민지, 지안)
- 이태원 참사 추모제 참여 (지안)
- 강남역 7주기 공동행동 공동 주최 단위 참여 예정 (민지, 지안, 행복, 미미)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선전전 참여 (하윤, 민지, 지안)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민 노래 행동 참여 (지안)
- 대한민국 남아 성착취 대응 현황 조사 및 향후 발전 계획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 참여 (하윤)
- 인도적 지원 젠더 주류화 – 기본, 심화 강의 참여 (하윤)
- 한국여성학회 학술제 발표 참여 예정 (단단)
- 얼룩소 플랫폼에 기반을 둔 여성 인권 신문 ‘산성비주의보’에 공폐단단, 매마토 시위 및 친족 성폭력에 대해 알리는 글 연재 (지안)
8. 운영위, 내부 윤리 필요성 공감대 형성. 임의단체 신고는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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