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나는 어디서 왔어?’라고 묻던 예전 어린이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훨씬 구체적인 질문을 합니다.
“키스는 왜 해?”, “성폭력은 왜 하는 거야?”, “엄마도 아빠랑 섹스해?”라는 질문은 미디어 등을 통해 접한 ‘섹스’에 대한 호기심의 표현이기도 하고, 2009년 판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에 대한 내용은 지난 주에 사자 선생님이 이야기하셨으니, 저는 후자에 초점을 맞춰볼까 합니다.
우선, 아이에게 ‘섹스’가 무엇인지 아는지, 그 말은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대답에 따라 부모의 대답 역시 달라지겠지요. ‘섹스’라는 단어를 이미 아이가 들어서 알고 있다면, 아이가 묻는 의도를 헤아려야 합니다.
특히 아이가 “엄마도 아빠랑 섹스해?”라고 물었다면, 엄마-아빠-섹스를 어떻게 연결해서 설명할지가 관건이겠지요.
자, 여기서부터 부모님들의 걱정이 시작되겠지요. 유독 아이에게 ‘섹스’에 대해 말하기가 꺼려진다면, 부모님 스스로가 ‘섹스’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섹스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기 때문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여성과 남성의 성기 결합으로서의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의 다양한 스킨십을 포함하여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사실 엄마 아빠의 성관계에 대한 질문은 ‘나는 어디서 왔어?’라는 오래된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섹스해?”든, “나는 어디서 왔어?”든, 아이들이 기대하는 답은 단순히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것뿐만이 아닙니다. ‘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관계에 대한 질문이자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너는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만나 만들어졌어”, 혹은 “섹스란 아이를 만들기 위한 거야"와 같은 생물학적 대답은, 어려운 질문을 회피하려는 어른들의 대답 방식이 아닐까요?
이 질문에 잘 대응하려면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만든 엄마 아빠 두 사람의 성관계 맥락을 잘 설명해 줘야 합니다. 물론 성관계를 묘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정자, 난자가 만나는 생물학적인 설명보다, 엄마 아빠의 '스토리가 있는 성 이야기'를 해 주면 어떨까요? 성 이야기라고 뭐 특별히 어렵거나 야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 속의 성(스킨십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라면 임신/출산/피임까지도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면, “엄마랑 아빠가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좋아서 안아 보고 싶었는데, 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아서 참았지. 그리고 나중에 산책을 하다가 포옹을 했는데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거야. 너도 엄마가 안아줄 때 기분 좋지? 비슷한 거야”, 이런 식으로요.
참고로 이런 설명을 할 때 다양한 그림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성기 결합같이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성적 행동에 대해 아이가 궁금해 한다면 성교육 책에 나와 있는 그림 자료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서로 너무 좋아해서 손잡는 것도 너무 좋고, 뽀뽀하는 것도 좋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도 너무 좋아서 (그림을 보여 주며) 이렇게 사랑을 나누었거든. 몸도 쓰다듬어 주고, 살갗이 닿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지. 그랬더니 네가 생겼어.”
그리고 덧붙여 이 이야기는 엄마와 아빠 둘만의 비밀인데 특별히 이야기해 준거라며, 아무에게나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도 얘기해 주세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성적 행동을 아무에게 보여주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요.
부모의 섹스 장면을 들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섹스 장면을 들키지 않는 겁니다. 하하, 허무하죠. 섹스를 할 때에는 항상 문을 잠그고, 평소 아이에게 부모의 방에 들어갈 때 노크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교육을 하면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도 아이 방에 들어갈 때 노크를 해야, 이 말이 설득력 있겠죠?
들켰다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성교육이 잘되어 있는 아이라면, 상황 파악을 금세 하겠지만, 그래도 놀랄 수 있거든요. 전혀 모르는 아이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민망하고 쑥스럽겠지만, 아이에게 우선 사생활 보호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제가 앞서 설명 드린 '스토리가 있는 성'의 맥락 즉 관계의 맥락으로 이야기를 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이 앞에서 애정 표현을 해도 좋은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부부간의 포옹과 손잡기, 눈빛 교환, 볼 뽀뽀 같은 것들은 아이가 스킨십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훌륭한 문화 교육이 될 겁니다. 적극 권장합니다! 아이 앞에서는 왠지 민망하고 힘드시다고요? 그렇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지요!
아이가 섹스를 궁금해 할 때, 부모님들의 재미있고 고유한 '스토리가 있는 성 이야기'로 아이에게 설명해 주세요! 아이들이 앞으로 접하게 될 다양한 ‘성적인 정보’ 속에서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또한 엄마, 아빠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편안하게 꺼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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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idsmunhak.cafe)'性깔 있는 성교육'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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