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 주고 낮에 많이 피곤하게 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위하는 모습이 눈에 안 띄어서 좀 좋아지나 싶었는데요.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기가 자위하는 걸 의식하고 그때마다 못하게 하는 걸 눈치 채고 부비부비를 하면 기분이 좋은데 왜 하면 안 되냐고 묻더라구요. (저희 집에서는 '자위'라는 말 대신 아이와 '부비부비'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래서 고추는 쉬도 눠야 하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기씨가 건강해야 하는데 부비를 많이 하면 고추가 다칠 수도 있어서 그런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좀 좋아졌구나 싶었는데 요즘 다시 시작한 듯합니다. 문제는 아이가 안 보인다 싶으면 눈에 안 띄는 방에 들어가 자위를 하는 거예요. 그때마다 저는 "부비를 했구나!"라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말투로 물어봅니다. 그럼 아이는 부정하지는 않지만 '벌써 들켰구나!' 하는 표정이 되지요. 평소에도 부쩍 형과 성기에 대한 농담도 자주 하면서 장난치고 놀고 제 엉덩이와 가슴도 자주 만지고 비비며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한답니다. 성적 관심이 너무 빠르고 광범위한 데다 이제 숨어서 자위를 즐기기까지 하니... 저는 정말 너무 난감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르겠어요.
A. 남자의 음경, 여자의 음핵은 아이를 낳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는, ‘즐거운 성’을 위한 우리 몸의 중요 부위입니다. 음경이나 음핵을 손이나 다른 방법으로 비비면 몸의 다른 부분을 만질 때와는 다른 특이한 느낌이 생기는데, 보통 우리는 이것을 성적인 쾌감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해도 그냥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니 자꾸 만지고 싶어집니다. 즐거운 일은 당연히 ‘자주’ ‘많이’ 하고 싶어지지요.
음경이든, 음핵이든 어찌어찌하여 자신의 성기를 자극해서 이 ‘즐거운 기분’을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을 듣거나 야단을 맞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니 벌써?” “숨어서 즐기기까지!!” “뭘 안다고??” 라는 생각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이 좋은걸 못하게 하는’ 부모들의 부당한 압력일 뿐이지요. 어른들은 불안한 마음에 야단을 치거나, 못하게 말리거나, 그것도 안 되면 아이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지요. 아이를 힘들게 놀려서 피곤하게 만드는 것도 물론 방법이지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엄마의 수는 너무 빤하잖아요.
아이가 자위를 하다 들킬 것 같으면 자는 척하거나 아무 일 없는 척 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자기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귀여운 노력이잖아요. 아이가 숨어서 몰래 하는 것은, 야단도 안 맞고 방해도 받지 않겠다는 똘똘한 자기 방어책입니다. 집에서 몰래 하는 대신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하거나, 남의 집에 가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욱 난감해지겠지요?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성적인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 게다가 즐기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많이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아이가 “부비부비를 하면 기분이 좋은데 왜 못하게 하느냐?”고 물었다지요? 핵심적인 질문을 하다니 정말 똘똘한 아이인 모양이에요. 자기 느낌을 말로 다 표현하고 있잖아요. 못하게 하는 대신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말해 주는 건 어떨까요?
부비부비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알았어.
그럼 너 부비부비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먼저 손을 깨끗이 씻어야 돼. 고추는 중요한 곳이니까 깨끗한 손으로 만져야겠지?
그리고 너무 딱딱한 곳에다 고추를 세게 부비면 고추의 연한 뼈가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자, 약속
만약 딸아이가 방바닥이든 모서리든 자기 성기를 비비는 것을 보면 혼자 조용히 끝내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물어볼 수 있지요.
“부비부비하면 기분이 어때?”
“그래서 00는 부비부비를 하는구나. 그럼 부비부비하기 전에는 손도 깨끗이 씻고 방문도 잘 닫고 해’
지난 주 효효샘이 “두 사람 사이의 성적인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거나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했는데요. 자위도 마찬가지예요. 자위는 아이의 사생활이고, 아무리 부모라 해도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하는 대로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것도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일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자신에게 해로운 일은 아닐까, 아이 스스로 생각해 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겠지요.
자위가 아이들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많이들 걱정하시는데요. 아이들의 자위가 정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문제가 되었다면 지금 어른들의 70% 이상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자위가 주는 나쁜 영향이 있다면, ‘성기를 비비는 건 안 되는 일’ ‘자위는 어른들이 싫어하고 야단맞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자위에 대한 어른들의 선입관이 유일한 나쁜 영향이라는 거지요.
지나치게 많이 한다구요? 아이마다 성적인 에너지가 다릅니다. 그러니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소용이 없어요. 또래 친구들과도 잘 놀면서 자위도 열심히 하면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른 놀이는 하지 않으면서 혼자서 ‘오로지’ 자위만 하는 아이라면, 자위를 문제 삼기보다는 아이가 친구들과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위에 관심 없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건 그 아이가 자위를 하지 않겠다는 대단한 결심을 해서가 아니라, 다만 지금 그 일에 관심이 가지 않을 뿐이에요.
모르는 척 해야 할까 고민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성깔 있는 성교육’에서 성교육의 방법이나 정도, 시기, 성기 호칭, 섹스들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혹시 자신이 자위뿐만 아니라 성에 관한 대화 자체를 꺼려한다고 느끼시는 분, 없으신가요?
아이가 적당한(?) 나이가 될 때까지, 성에 대해 알아도 될 때까지 (물론 이 시기도 부모 마음대로)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성에 대한 대화 자체를 미루고 망설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심란한 마음과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먼저 찾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내는 숙제라고 생각하세요. 아이들의 자위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계속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 해석하며 금지 규칙을 만드는 것은, 커 가는 과정의 아이들이 자연스레 느껴야 할 성욕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합니다. 이것은 자기 감정을 억제할 뿐 아니라 죄책감을 생기게 하여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일이 됩니다.
자위행위에도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지켜야 할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자위행위를 말리고 싶은 마음 접어 두시고 이 에티켓을 아이와 함께 지키도록 연습합시다!
“자, ‘부비부비’하고 싶을 때는 말이지...”
<性깔 있는 성교육>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性깔있는 성교육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있는 성교육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랍니다! 같이 나누고 싶은 고민과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를 방문해주세요!
[출처]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idsmunhak.cafe)'性깔 있는 성교육'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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