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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

NGO와 기업의 특별한 만남


NGO는 기업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단체와 기업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정부나 기업 활동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영리조직인 기업 사이의 접점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습니다. 상담소가 기업과 맺고 있는 관계만 보아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로 직장내 성폭력 사건의 해결에 무관심한 기업을 규탄하거나, 성차별·성폭력적 기업문화를 문제 삼을 때 만납니다. 그리고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정도지요. 말하자면 상담소에게 기업은 성폭력·성희롱이 난무하는 반성폭력 운동의 현장이자 대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시민사회단체는 기업과 이제까지와 조금 다른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후원자이자 파트너로 기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고 사회적 책임 수행이 수익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게 되면서, 기업은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편이자 사회 참여의 일환으로 사회 공헌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후원과 참여를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도 존재합니다. 기업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약화되거나, 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이 논란이 되는 행위를 했을 때 해당 단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상담소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도록 일깨우고 독려해 사회적으로 기업의 자원을 나누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가치를 보다 널리 확산하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아무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시민의식이 있고 관련분야에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없으며, 회사 이미지와 공익적 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기업과의 새로운 파트너십, 상담소는 도전 중!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상담소도 기업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원의 교환을 넘어 서로의 가치를 나누고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파트너십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상담소가 문학동네와 함께 기획 출판한 <거침없는아이, 난감한 어른>

 

 출판사 '문학동네'와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상담소는 문학동네의 후원금으로 성·인권교육 프로그램인 ‘인권감수성교실’을 개발하고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해당 프로그램의 가치와 가능성에 적극 동의한 문학동네는 프로그램 내용이 담긴 어린이 대상 성·인권교육 도서의 발간을 상담소에 제안했고, 현재 준비 중에 있습니다. 후원으로 시작해 교육·출판으로 이어진 파트너십은 상담소가 많은 사람들과 반성폭력 운동의 가치를 나눌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과 서로의 가치와 지향을 나누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다이어리 판매 수익의 후원을 제안한 출판사 ‘페이지비’와의 관계가 그것입니다. ‘페이지비’의 다이어리에는 여성의 힘 기르기, 소수자에 대한 이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는 상담소가 차별과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상담소가 다이어리를 회원들에게 소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함께 하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겨레 (h21blog.hani.co.kr/29)

 

‘한겨레21’에서 진행하는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동행 캠페인>은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가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정기구독 신청자가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시민사회단체를 지정하여 구독료의 10%를 기부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참여단체는 후원금 마련으로 재정자립을 꾀하고 ‘한겨레 21’은 독자를 얻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또한 이런 시도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는 소통 창구를 함께 만들고 지켜간다는 점에서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렇게 상담소는 기업과의 다양하고 새로운 관계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서로의 자원과 가치를 나누며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갈 수 있을까요? 혼자일 때 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요. 물론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겠지만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보다 많은 이들의 의미 있는 참여와 기여를 다각도로 모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상담소는 기업과의 새롭고 특별한 실험에 기꺼이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기업과 상담소가 서로의 자원과 가치를 나누고 활용을 고민하다보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 두나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 본 글은 본 상담소 소식지 <나눔터> 70호의 '나눔과 참여' 코너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