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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감수성과 성교육/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⑧] 성폭력 가해자와 친구라면,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⑧]

성폭력 가해자와 친구라면,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피해자 마음 헤아릴 수 있도록 해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뉴스 속 끔찍한 사건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기 위해 총 10회에 걸쳐 'Upgrade! 反 성폭력 감수성!'을 연재합니다. 성폭력을 둘러싼 고민과 궁금한 점,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나누며 우리의 인식을 점검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성폭력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공유하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성폭력가해자와 친구라면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2012년 10월 20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직장 동료가 성희롱 가해자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한국성폭력상담소

 


 

 

B의 친한 동료 C대리가 회식자리에서 갓 입사한 A사원에게 "술 따르라"며 허벅지를 만졌다. 이후 A사원이 C대리의 행동을 성희롱이라며 회사에 문제를 제기해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B는 C대리와 고교시절부터 친한 사이다. C대리가 옆에서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자신도 힘들고 불편했다. 그러던 중 C대리가 B를 불러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요지는 이거다.

'별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친근감의 표현으로 그렇게 한 건데, 너무 억울하다. 지금 A사원이 눈도 마주치치도 않고, 만나주지도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B가 대신 A사원을 만나,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으니 좋게 잘 해결하라고 말 좀 잘해 달라.'

그러나 B는 C대리와 친하긴 하지만 그다지 나서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부탁을 모르 척 할 수도 없어 불편하고 곤란해졌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B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왔다.

성희롱은 사소한 실수?  

한국성폭력상담소 2011년 상담통계에서 성인 피해자 중 가해자가 직장 내 관계에 있는 사람인 경우는 228건(32.4%)으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조직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는 맥락을 보면, 대개 힘의 권력관계와 조직 내 집단문화에서 사건이 비롯되는 걸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통념과 사회문화적 규범들이 성희롱을 부르기도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도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위 사례처럼 보통 직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면 당사자들뿐 아니라 직장 내 다른 구성원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주변인들이 피해자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어주는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성희롱을 사사롭고 경미한 사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와 분위기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수하기도 한다. 게다가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주변인들이, 가해자를 감싸고 옹호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위의 사례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가해자인 C대리가 자신은 A와 친해지려고 그랬을 뿐, 전혀 성희롱 할 의도가 없었다며 A사원에게 진심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C대리는 B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반성하는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희롱 판단 기준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느꼈느냐 여부다.

C대리의 행위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A사원이 불쾌감이나 모욕으로 느꼈다면 성희롱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위 사례처럼 가해자가 피해자 직장 상사라면,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문제제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 주변인 역할이 중요한 이유

 가해자 주변인들은, 가해자를 지지하거나 옹호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심정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의 가해 사실이 문제가 됐을 때, C대리처럼 가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최소화하려 하며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또 자신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주변인들에게 이해받고 싶어 한다.

이 때, 주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다"거나 "어쩌다 한 실수"라며 가해자를 옹호하고 지지하면 안 된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성찰하기보다 가벼운 실수 정도로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사소하게 여기는 가해자는 이후 또다시 가해 행동을 반복하거나 강화할 수도 있고, 그 탓에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비판적인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조직 안에서 피해자를 고립시키지 않고, 가해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인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일단 가해자 주변인은, 가해자에게 피해자 입장이 되어 그 심정을 돌아보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변인은 A사원이 같은 직장 C대리의 가해 사실을 밝히며 징계위에 회부한 일도 무척 힘든 과정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또한 A사원이 신입사원일 때 사건이 발생해 직장생활 적응이 많이 어렵게 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게다가 피해자 A가, 사과는 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C대리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 직장 내 성희롱은 모두의 문제 직장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적인 직장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그러므로 가해자 주변인 B는, C대리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게 필요하다. 가령 B는 C대리에게 "사건이 빨리 해결되고 마음이 편해지기를 원한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그 분노와 요구를 수용하고 사과하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  

직장 내 성희롱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회사와 사회는 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은 성희롱 사건을 두고 "피해자가 사소한 문제를 예민하게 굴어 일을 크게 만든다"고 여기면 안 된다. 오히려 피해자가 성폭력에 관해 잘못된 의식을 가진 공동체를 각성시킨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피해자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지지하고 도와야 한다.

이런 분위기와 문화가 직장 내에 만들어 진다면, 피해자는 보다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에 임할 수 있고, 또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다.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조직 내 반성폭력 내규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허복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입니다.

 

출처: [Upgrade! 反성폭력 감수성! ⑧]

성폭력 가해자와 친구라면,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_ 피해자 마음 헤아릴 수 있도록 해야 (오마이뉴스 201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