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이하 여성특위)에서 활동중인 배수진, 강영혜 변호사님과 함께 성희롱 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성희롱 사건 법률 자문에 초점을 두고 서울지방변호사에 성희롱 전담기구 설립을 위하여 성희롱 상담 동향과 지원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간담회는 상담소 2층 회의실에서 상담팀과 소장님의 참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15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 상담은 전체 상담 중 11.6%(151건)인데요. 강간(31.5%), 강제추행(33%)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편이나, 직장 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 전체 중에서는 성희롱 피해가 29.3%를 차지합니다. 전체 성희롱 중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63.6%(96건)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성인 여성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나 이 중, 형사, 민사상 법적 해결을 위하여 상담요청을 한 경우는 13.5%(13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성희롱 사건에서, 많은 경우에 법적 해결이 쉽지 않고, 오히려 법적 해결과정에서 소문의 유포, 고용상 불이익 등의 2차 피해를 우려하여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꺼리는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 사례 중에서는 '가해자가 사과를 했지만, 그 후에 소문과 직장 내 따돌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고,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다가 오히려 피해 당사자에게 협박성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5년 한국성폭력상담통계에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내담자 중, 상담 전에 가해자에게 직접 사과요구를 하거나,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 고용주에게 사실을 알려 내부 징계절차를 밟게 하는 등, 사적조치를 취한 경우는 26%(25건)에 이르렀으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한 경우는 9.3%(9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가해자와 고용주 등에 사과요구를 하는등의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적절한 사과나 해결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경우도 상당수(26%, 7건)였고,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종결된 경우도 66%(3건 중 2건)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5년 5월부터 6개월간 추진하였던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등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피해를 입고도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근로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위 조사 결과에서 40.2%(181명)가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요. 그 이유로 '소문에 대한 불안'(51%), '고용상의 불이익 우려'(36%), '처리과정에서의 스트레스'(34%), '가해자를 다시 만나게 될까봐'(25%)로 조사되었습니다. 응답자들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 또는 제도적 지원 부족'과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법적 제재가 미흡'하기 때문이라 응답하였는데요.
간접적으로 동료 또는 지인의 피해 사례를 목격하고 지원방법을 문의하는 대리인 상담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여성들이 경험하는 직장 내 성차별적인 문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직장내에서 고립, 소문유포, 해고 등 고용상의 불이익 등의 2차 피해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형사처벌이 되지 않고, 다른 법적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12조]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조항을 보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에게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할 1차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2014년도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고용주 및 상사로부터의 피해가 54%로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성희롱을 예방하고, 사내 성문화 개선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을 1차적으로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성희롱이 권력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차별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문화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성희롱 사건에서 회사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이라는 엄격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성희롱을 가해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회사에 대한 위자료 소송, 그리고 더 나아가 성희롱 처벌법 규정의 마련을 위해 성희롱전담기구를 설립하고자 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노력과 포부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좌담회의 소득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더 다양한 단위의 조직과 단체들과 연대하여 성평등한 문화를 위한 운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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