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21일, 스무 명 남짓의 공폐단단 캠페이너들이 <그 평범을 깨고, 우리의 평범을 찾자 –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액션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공폐단단은 <그것이 알고 싶다 ‘부성애의 두 얼굴’(1193회)>에서 친족 성폭력을 ‘충격적’인 ‘소재’로만 삼고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특정 ‘이미지’로만 타자화하는 시선에 분노하며 결성되었습니다. 이번 액션은 친족 성폭력은 평범한 가족에서 일어나고,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일상 속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알리고자 진행되었습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각 한 글자씩 적힌 13장의 피켓을 들고 SBS 사옥, 5호선 지하철, 여의도 IFC몰,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을 무겁지만 가볍게 걸었습니다. 피켓 뒷면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공폐단단이 기획한 첫 캠페인은 소소하게, 잔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1) “어떻게 그런 일이?” 놀라지 마세요 2) 친족 성폭력, 전체 성폭력 중 10.9%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은 36.5% *한국성폭력상담소 2018 상담통계 3) “그럴 사람 아니야” 말하지 마세요 4) 가해자는 은행원, 공무원, 경찰, 목사...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5) 누구라도 겪을 수 있어요 6) “그 가족만 이상한 거야” 과연 그럴까요? 7) 가정폭력 두 집 건너 한 집 세계 여성 3명 중 1명 피해 경험 *여성가족부 2016, 세계보건기구(WHO) 2017 8) “어떻게 그리 오래 참았어?" 묻지 마세요 9) 30년이 지나도 말하지 못할 수 있어요 10) ”불쌍하다, 불행하겠네“ 아니에요 11)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12) 친족 성폭력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요 13) 친족 성폭력 우리가 멈출 수 있어요 |
SBS 사옥 앞에서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공폐단단 첫 번째 기자회견 “친족 성폭력을 <괴물>로 그리지 말라 친족 성폭력은 평범한 가족에서 발생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감이다”를 진행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1193회)의 “충격” 시선이 친족 성폭력을 ‘몰라도 되게’ 만든다 전문 보기 http://www.sisters.or.kr/load.asp?subPage=120&board_md=view&idx=5341 |
5호선 지하철 안에서는 친족 성폭력의 ‘일상성’과 ‘평범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삼삼오오 평범하게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캠페인단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다 같이 피켓을 꺼내어 들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퍼포먼스였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비는 여의도 IFC몰에서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액션은 계속되었습니다. 비록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퍼포먼스를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저마다 흩어져서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친족 성폭력 문제를 알리는 피켓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 공폐단단 두 번째 기자회견 “가장 오래 기다린 #MeToo 친족성폭력은 평범한 가족에서 지속된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를 진행했습니다. 푸른나비와 영서, 노유다, 캐시 등 참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캐시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공폐단단의 의지를 담아 알라딘 OST 중 ‘Speechless’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놀라지만 말고 가해자 처벌하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함께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공폐단단의 첫 캠페인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번 캠페인에 함께했던 순희님께 그 날의 느낌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공폐단단 참여자와의 인터뷰 Q. 공폐단단에 함께 하며 어땠나요?
저는 지인을 따라 1회 생존자말하기대회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했었는데요, 그때는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말했던 것 같아요. 이번 캠페인은 (밖으로 나가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새로 영역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시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친족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나도 아직 불편한데 보는 저들은 어떨까 싶었어요. 꺼내고 싶지 않은 상자를 여는 거잖아요. 나도 덮어두고 싶은데. 그런데 지나가던 아이가, 이제 글을 읽기 시작했나 본데, 또박또박 큰소리로 ‘친족 성폭력’이라고 읽더라고요. 내가 들고 있는 내용이 뭔지 나한테 들려주는 것 같았어요. 그 엄마도 그냥 보고 계셨고요. 유인물 나눠줄 때도 받아줘서 좋았어요. 그 글자를 보고 못 볼 걸 본 것처럼 고개 돌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편안하게 즐기듯이, ‘투쟁, 투쟁’ 하지 않고, 과격하지 않게, 나도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액션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Q. 공폐단단을 처음 시작부터 뒤풀이까지 함께했는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음……. 사람들은 제각각 함께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나는 여기 왜 있지?’ 싶었어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생각났어요. 한 사람이 내게 온다는 것은 스치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계속 접점이 생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인을 통해 여기까지 왔고, 오늘 만난 사람들도 여기에 왔다고.
촛불집회도 생각났는데요. 그때는 절대다수에 파묻혀있어서 괜찮았는데, 이건 스무 명 중 한 사람이고, 숨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런 액션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서 좀 부담도 됐어요. SBS 사옥 앞에서는 무섭기도 했어요. 경비원이 계속 뭐라고 하니까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불안하기도 했고요. 조용하게 무빙워크에서 피켓을 들고만 있을 때는 퍼포먼스 같은 조용한 시위가 좋았어요.
Q. 이번 공폐단단에 함께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데 함께 했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
이처럼 공폐단단은 평범한 친족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서 함께 말하고,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입니다.
친족 성폭력은 사회적 기본 단위로 상징되는 ‘가족’에 의해 일어나고, ‘가족’의 사회적 기능과 상징적 의미에 의해 지속, 은폐됩니다. 설령 가해자가 죽더라도 ‘가족’이라는 관계는 끊어낼 수 없는 현실에서 피해자가 친족 성폭력을 신고하기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겨우 용기를 내서 신고하려고 마음먹고 보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만 폐지하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법적 처벌이 끝난 이후에도 피해자의 삶과 일상은 계속됩니다. 어떤 피해자는 법적 처벌 이외의 성폭력 문제해결을 원하기도 합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행복할 수 있도록 사회, 문화, 구조, 인식 등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기에 공폐단단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부터!”라고 외칩니다.
앞으로도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이 행동할 예정이오니 함께해주세요.
<이 글은 공폐단단 참여자 영서님이 순희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고, 성문화운동팀 앎이 보완·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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