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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낙태, 재생산권, 선택권에 관한 이야기들


낙태와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는 종종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때 '여성'은 20~30대 미혼여성기혼여성을 주로 지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부장제에서 주목하지 않는 여성들의 낙태는 너무나 당연시되거나,
재생산권 자체를 부정당하는 식으로 논의에서 소외되곤 합니다. 

또 임신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하는 일임에도 '낙태 결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선택권 vs. 생명권'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맴도는,
성관계-임신-출산 또는 낙태의 전 과정에 대한 남성의 목소리 또한 듣고 싶습니다.

10대여성, 장애여성, 성판매 상태의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에게 임신과 낙태란 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 어떤 과정인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계간지 「나눔터」의 지난호(2008 가을 61호)에서 낙태에 대한 기획특집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이 논의를 통해, 재생산권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토론의 장을 펼치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이 글을 읽는 여러 네티즌 여러분과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지난 나눔터 61호에 실린 기획특집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클릭하시면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1) 출산을 택한 10대여성들 - 서정애(전 한국성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2) 임신과 낙태에 있어 장애여성의 선택권 - 지성(장애여성공감 활동가)

3) 성판매 여성의 낙태와 재생산권 - 주희(막달레나의집 현장지원센터 활동가)

4) 낙태권, 가부장제 국가와 싸워라 -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5) 재생산의 권리와 의무, 남성은 어디에 있는가? - 정재훈(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래에 내용 중에서 조금 발췌해 보았습니다.


1) 출산을 택한 10대여성들 - 서정애(전 한국성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십대임신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위치되는 한편 성별화된 섹슈얼리티의 영향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십대여성들의 ‘무분별한’ 성태도, 도덕적 해이로 귀결시킨다. 최근 미혼모담론이 개인일탈보다는 사회구조적 차원의 피해자로서의 미혼모관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담론 안에서 미혼모는 예방되어야 하는 또는 ‘사회복귀’가 수반되어야 하는 사회문제로 위치된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겠다. 문제는 여기서 이들이 왜 성에 접근하는지, 왜 임신을 유지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맥락들은 삭제된다는 것이다...


2) 임신과 낙태에 있어 장애여성의 선택권 - 지성(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중증의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는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 자체를 막아야 한다며 가족이나 보호자들에 의해 자궁적출 및 불임시술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도 필자가 활동하는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에 ‘중증지적장애를 가진 10대 딸이 생리를 시작했는데, 생리처리와 임신의 우려 때문에 자궁적출을 해야하니 가능한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냐’는 어머니의 상담전화가 걸려와 난감했던 적이 있다....

 

3) 성판매 여성의 낙태와 재생산권 - 주희(막달레나의집 현장지원센터 활동가)

...한국사회에서 낙태가 범죄라는 명제는, 아이 낳을 계획이 없는 여성은 남성과 섹스를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근엄한 경고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아이 낳을 계획과 무관하게 남성과의 섹스가 ‘일’인 여성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출산으로 연결되지 않는 섹스를 하곤 하는 ‘이런 여자’에게 ‘아버지’는 경고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여자’는 출산으로 이어지는 섹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쉽게 간주되기도 한다....가부장제 정치학에 의하면 ‘어머니’와 ‘창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여자들이다...

 

4) 낙태권, 가부장제 국가와 싸워라 -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강간에 의한 임신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했던 우리 상담소의 내담자가 여성․학교폭력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⁴를 통해 들은 대답은 ‘판결문 들고와야 낙태시술을 하겠다’는 싸늘한 답변5이었다. 이미 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를 거부당한다는 것 자체도 어처구니없지만, 그 대답이 ‘판결문’이라는 것은 더더욱 어이없는 노릇이다. 판결문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미 태아를 출산해야하는 시기를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일 뿐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법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5) 재생산의 권리와 의무, 남성은 어디에 있는가? - 정재훈(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들은 재생산 관련 권리와 의무를 팽개치고 왜 대부분 도망가고, 또한 도망가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왜 찾아보기 힘든가? 그리고 낙태는 왜 계속 방치되고 있는가? 도망가는 남성은 이런 경우의 임신ㆍ출산 과정에서 가부장으로서 이해관계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 입장에서 볼 때, 혼외 관계 출산은 기존 가부장제 내지 일부일처제 가족제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ㆍ출산이 자신의 가계를 계승하는 계획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경우, 여성이 아이를 낳든지 낙태를 하든지 관심사가 될 수 없다. 가계 계승과 관련 없는 권리와 의무는 그냥 외면하고 도망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모자보건법에서 낙태허용 사유'사회경제적 이유'를 포함하는 문제,
낙태에 대한 비난이 여성에게 수렴되는 문제(남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피임성교육 문제,
여성의 출산과 이 겪는 부담의 문제,
여성과 남성 사이에 존재하는 노동권과 경제부양의 불평등 문제 등...
이 주제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형법, 모자보건법 등 낙태와 관련한 일련의 법개정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어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책임이 충분히 반영된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생산권에 대한 적절한 안건과 의제를 생성하여
적극적인 토론을 확장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로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 상담소는 여러 네티즌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