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한번은 영화를 함께 보러가자고 다짐했었는데, 코로나 이슈로 미루고 미루다가 7월이 되서야 가게 되었네요! 마침 때맞춰 너무나도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 개봉하여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미투(MeToo)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고도 평가받는 2016년 폭스 뉴스 스캔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폭스 뉴스의 앵커 그래천 칼슨이 당시 CEO였던 로저 에일스로부터 겪은 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영화는 폭스 뉴스가 얼마나 보수적이며 여성혐오적인 곳인지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모든 여성 앵커들로 하여금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게 하고, 여성 앵커의 다리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앞이 뚫려 있는 데스크만을 사용하는 모습에서는 다들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편, 그 안에서도 자신의 직업과 경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 또한 온전히 담아냅니다.
니콜 키드먼이 분한 앵커 그래천 칼슨은 폭스 뉴스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로저 에일스를 성희롱으로 고발합니다. 그러자 연이어 이어지는 칼슨에 대한 비난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현재도 이어지는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했을 때 따라오는 2차 가해들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누군가는 칼슨의 진의를 의심하고, 직장 내 다른 여성 동료 몇몇은 칼슨을 적극적으로 두둔하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공방은 칼슨이 로저 에일스의 성희롱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개하며, 또 샤를리즈 테론이 분한 폭스 뉴스의 또다른 간판 앵커인 메건 캘리가 자신도 로저 에일스에게서 성희롱을 겪었음을 고발하며 그가 사퇴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영화를 보며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또 끊임없이 이어지던 2차 가해들을 보면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연상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비록 영화 밤쉘과 밤쉘의 줄거리가 된 폭스 뉴스 스캔들은 가해자 로저 에일스의 사퇴로 끝났지만, 폭스 뉴스에서는 사퇴한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남성연대는 가해자를 두둔하는 공모를 지속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이 2차 가해에 시달릴 때 가해자에게는 어떻게든 더 많은 예우를 대하며 사건을 마무리짓고는 합니다.
영화 내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것도 좋았습니다. 어떤 여성은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며 2차 가해에 공모하기도 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처럼요. 어떤 여성은 용기내기 두려워 침묵하는 길을 택합니다. 어떤 여성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말하면 앞으로 자신의 앞날에 그 피해가 계속해서 덧씌워지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영어단어 밤쉘(Bombshell)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아름다운 미녀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몹시 충격적인 폭탄발언을 뜻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밤쉘이라는 단어가 가진 두 가지 뜻을 중의적으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여성은 외모로 인해 끊임없이 평가받고 의심받습니다.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서, 때로는 아름답지 못해서 여성의 발언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사회는 말합니다. 그렇게 언제나 평가의 대상이 되던 여성들이 함께 모여 폭탄 발언을 던집니다.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고, 가해자를 고발하며, 다시는 이들이 이전처럼 행동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용기 있게 나서고 있는 모든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이들이 안온한 일상을 누리도록, 안전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바라며. 영화 <밤쉘> 후기였습니다.
이 글은 소모임 회원 리나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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