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행동(국민동의청원) 돌입 기자회견 “여성들이 요구한다! 성평등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으로!”가 국회 앞에서 열렸습니다. 24일, 국민동의청원이 시작한지 이틀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가 시작해주셨는데요,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평등에 대한 백래시가 화두인 지금의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은 여성들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요? 여성들의 삶에 비추어 볼 때 차별금지법은 왜 필요할까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함께 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모여 이러한 질문을 사회적으로 던지고자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생애 국면, 위치,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성평등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첫 번째 발언은 <스쿨미투, 교육 영역 등 여성 청소년이 경험하는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하여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가 맡아 해주셨습니다. 미투운동을 지난 여성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와닿는 발언이었습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간 '농담 삼아서 했다', '좋은 의도로 했다' 등의 말로 변명되어 온 가해 교사의 언행이 사회적으로 차별이자 가해로 인정되는 근거를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여학생이 겪는 차별은 학내의 장애인, 이주민, 난민, 노동자 등이 겪는 차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지 않으면 누구도 평등하지 않기에, 차별금지법은 학교를 평등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발언문 1) 스쿨미투, 교육 영역 등 여성 청소년이 경험하는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안녕하세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지혜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스쿨미투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차별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언제나 소수자의 몫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은 "핑크색은 여자 색이지"라고 말하는 미술 교사에게 맞서 1시간 동안 싸우기도, 성희롱 발언을 하는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너도 미투할 거냐' 등의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위티는 스쿨미투 집회를 하면서 필요한 법과 제도의 변화로 학생인권법, 그리고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부여하는 법입니다. 더 이상 학교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고치는 노력을 소수자들의 몫으로만 맡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스쿨미투의 해결책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로 차별금지법은 교육목표, 교육내용, 생활지도 기준에서 차별을 포함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성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의 교육내용에 문제제기하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 단체들은 여학생에게만 존재하는 스타킹, 속옷 색깔에 대한 규제 등 성차별적인 생활규정에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문제제기들과 함께합니다.
두 번째로, 차별금지법에서는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여학생에게 운동장을 내어주지 않고, 여자 축구 자체가 불허되었던 기존의 학교 문화가 달라질 것입니다. 또, 기술·가정 시간, 예절 시간 등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각자 다른 방식의 배움을 요구하던 수업 내용에 대해서도 차별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해집니다.
세 번째로, 차별금지법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내용에 편성하거나 이를 교육하는 행위를 규제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 등 대부분의 성 관련 교육이 청소년 비혼모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등 차별과 혐오를 포함한 채 이루어집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렇듯 스쿨미투 고발의 대상이 되어온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교육을 제재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33조는 "교육책임자와 교육담당자가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시설 내외의 활동과 복리 및 서비스 제공, 생활지도 기준에 있어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취업을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여학생에 대한 외모 품평, 성차별, 여학생과 남학생의 급식량에 대한 차별 등 보다 세부적이고 자세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제재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대상으로 하는 '차별'에는 교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 관계에서 저지른 성적 언동과 요구 역시 금지 대상에 포함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간 '농담 삼아서 했다', '좋은 의도로 했다' 등의 말로 변명되어 온 가해 교사의 언행이 사회적으로 차별이자 가해로 인정되는 근거를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여학생이 겪는 차별은 학내의 장애인, 이주민, 난민, 노동자 등이 겪는 차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하지 않으면 누구도 평등하지 않기에, 차별금지법은 학교를 평등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여성 청소년은 여성이자 청소년으로 복합적인 차별을 경험합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특정 장소 출입, 의료 서비스 이용 등을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청소년의 임신중지는 여전히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여성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중에서는 부모님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두려워 성폭력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여성 청소년은 성차별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할 존재로 만드는 나이차별도 겪고 있습니다. 성차별과 나이차별을 비롯한 차별을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여성 청소년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스쿨미투가 들리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여성 청소년이 겪는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이 국회 청원에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발언은 <20대 여성이 경험하는 대학 내 여성혐오 및 채용 성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하여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 활동가가 맡아 해주셨습니다. 차별을 일부 소수의 문제로 취급할 때 ‘그 소수’에 속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합니다. 더 좋은 학력, 더 좋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가고자 노력해야 하고, 구조적 차별을 개인의 능력으로 극복해야 하고, 여성이긴 하지만 ‘개념있는 여성’이 되어야 하고요. 사실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청년여성들의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요즘은 여성 상위시대다, 역차별이 더 심하다는 말들 속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없는 것으로 치부됩니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직장에 취업하라는 지독한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의 압박은 20대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입니다. 죽도록 공부하고 바쁘게 스펙 쌓아서 면접까지 왔더니 면접에서 '여자인데 기가 쎄보인다', '페미니스트면 남자 직원이랑 일 할 수 있겠냐' 같은 소리나 듣고 있습니다. 이것도 여자가 노력을 덜 해서 일어난 일인가요? 여성 상위 시대라는데 여자는 왜 면접 자리에서 이런 소리를 듣고 있나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 차별을 알아서 돌파하라는 끔찍한 소리가 아니라 차별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 발언문 2) 20대 여성이 경험하는 대학 내 여성혐오 및 채용 성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
안녕하세요,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대표 윤김진서입니다. 여러분은 평등한 직장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제 또래의 많은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든 하지 않았든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가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자소서를 쓰거나, 돈을 내고 모의 면접을 보기도 합니다. 최근 취준을 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작년 11월 동아제약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이 나왔던 걸 아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후에 SNS를 봤는데 온갖 성차별 면접 사례가 있었다며 친구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습니다. '공론화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걸?'하며 친구 하나는 자기가 주변에서 들은 면접 얘기들을 들려줬습니다. 2021년이 되도록 그런 질문이나 하고 있냐며, 돈 그렇게 버는 기업이 왜 이렇게 뒤쳐졌나며 실컷 욕을 했지만 답답한 건 풀리지 않았습니다. 공기업이 아닌 이상 기업의 면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은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기업의 채용 성차별은 그 사기업만의 문제일까요?
큰 기업뿐 아니라 영세한 사업장에서도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은 비일비재합니다. 군대나 결혼 얘기로 시작해서 남자친구는 있냐는 레퍼토리로 흘러가는 뻔한 질문을 받으면서 아 됐다고, 여기서 일 안하겠다고 상을 뻥 걷어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다시 알바처를 구하기 위해 종일 어플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꾹꾹 눌러 참습니다. 이런 일들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말고는 털어놓기도 애매합니다. 누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 하나가 이걸 가지고 대체 뭘 바꿀 수 있을까 의심도 듭니다. 솔직히 2021년 5월 26일씩이나 됐는데 알바 면접에서 성차별 질문 받았던 걸 이렇게 마이크 잡고 호소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 찹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들은 그 '군대를 안 가서', '결혼하고 애 낳으면', '요즘 여자애들은' 으로 시작하는 그 질문들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요즘은 여성 상위시대다, 역차별이 더 심하다는 말들 속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없는 것으로 치부됩니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좋은 직장에 취업하라는 지독한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의 압박은 20대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입니다. 죽도록 공부하고 바쁘게 스펙 쌓아서 면접까지 왔더니 면접에서 '여자인데 기가 쎄보인다', '페미니스트면 남자 직원이랑 일 할 수 있겠냐' 같은 소리나 듣고 있습니다. 이것도 여자가 노력을 덜 해서 일어난 일인가요? 여성 상위 시대라는데 여자는 왜 면접 자리에서 이런 소리를 듣고 있나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 차별을 알아서 돌파하라는 끔찍한 소리가 아니라 차별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왜 면접에서 저딴 질문이나 하고 앉았을까요? 그게 차별인 줄 몰라서, 차별인 줄 알았다고 해도 아무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차별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차별을 하면 안된다고 선언하고, 차별 행위를 금지하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차별을 정의하고, 평등을 선언하고,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공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기업 면접에서 들은 성차별 질문이 개인이 큰 용기를 내어 고발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학교 수업 시간에 나온 혐오발언이 누군가가 위험을 감수하고 공론화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차별이 견고해진 것은 아주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결과입니다. 차별에 피해를 입은 사람만이 차별을 말해야 하는 사회는 무책임하고 위험합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대안은 차별금지법입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거대 양당이 '이대남-이대녀'같은 괴랄한 구조에 과몰입하면서 억지 차별, 억지 혐오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엉터리 구도에 젊은 여성이 실제로 마주하는 차별은 없는 것처럼 뭉개지고 페미냐 아니냐하는 어이없는 공격만 받고 있습니다. 차별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차별에 대한 오독은 타개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페미니즘’으로 젊은 남성 표 잃었다는 분석들 내놓을 시간에 당신들이 대변해야 하는 여성들의 삶을 분석하십시오. 남성이 역차별의 피해자라는 트럼프식 정치 할 기력으로 차별이 대체 뭔지부터 찾아보십시오. 의석 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실재하는 차별을 직시하는 정치를 하십시오. 여성들이 말하는 차별에 예민하게 반응하십시오. 그래서 2021년에는 더 이상 채용, 노동, 교육 영역에서 차별이 차차 없어질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십시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요구하고, 고발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세 번째 발언은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성차별 성희롱 및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에서 해주셨습니다. (대독: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창작노동에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지만 혐오와 차별로 인하여 불이익을 겪었을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2016년. 넥슨 성우사태 이후 5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일러스트,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들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당하며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불링의 명분은 대단치 않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개인 sns에 게시하거나, 여성이 눈에 띄게 활약하는 소설을 쓰거나, 특정 단어나 손동작이 들어가면 사상검증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백래시 공격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된 것은 그들의 억지 요구를 수용하는 플랫폼과 이를 제재하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 발언문 3)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성차별‧성희롱 및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대독 :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2016년. 넥슨 성우사태 이후 5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일러스트,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들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사이버불링을 당하며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불링의 명분은 대단치 않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개인 sns에 게시하거나, 여성이 눈에 띄게 활약하는 소설을 쓰거나, 특정 단어나 손동작이 들어가면 사상검증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백래시 공격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된 것은 그들의 억지 요구를 수용하는 플랫폼과 이를 제재하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2020년 전국여성노동조합의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창작노동자의 절반이상이 사이버불링과 계약 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작품에 페미니즘 성향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사적 발언이나 SNS에 페미니즘 성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최근 한 웹소설 사이트는 “페미니즘에 물든 창작자와는 일절 관계를 두고 싶지 않다”며 공개사과문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여성창작노동자들은 부당한 줄 알면서도 사이버불링에 노출될까 두려워 자신의 창작물과 개인 SNS를 검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피해의 몫은 오롯이 스스로가 감당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도 아니기에 사상의 이유로 차별을 당해도 호소할 곳조차 없습니다.
디콘지회는 지난 2018년 끝없는 사상검증에 저항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에 게임업계 사상검증 관련 진정을 넣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인권위는 프리랜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그 점은 몹시 실망스러우나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인권위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것을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괴롭힘 및 혐오 대상이 되고 다수의 집단행동에 의해 사실상 직업수행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으므로, 법령·제도·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의견표명을 하였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에게 실태조사 등을 통해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하였고, 피진정 회사들에게는 게임 사용자들이 여성혐오·차별 언행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게임 사용자들의 혐오·차별 요구에 따른 계약 중지 등 창작자와 종사자들에 대한 불이익 대우를 중단하며,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의미 있는 결정문이기는 하나 안타깝게도 이 결정문은 아무런 압력도, 효력도 되지 못했습니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으니까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성창작자들, 아니 지금껏 숨죽인 채 참아내고 있었던 차별받는 창작자들이, 소수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싶지 않습니다. 혐오할 자유를 원하는 소비자와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혐오 콘텐츠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이를 재생산하는 어른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합니다. 여성창작자들이 사상검증에서 자유롭고, 성평등한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번째 발언은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 혐오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하여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께서 해주셨습니다. 돌봄과 가사노동의 책임이 전가되지만, 공공장소와 재화용역서비스 현장에서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출산과 육아, 자녀의 교육, 일상적인 가사노동, 간호 등 돌봄과 살림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단지 ‘집안일’이라는 말로 폄하하며, 그 책임을 오로지 ‘엄마’에게 전가해왔다. ‘모성’과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많은 여성들이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았고, 정치경제적 주체로서 자립할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아줌마와 맘충이라 불리는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었다.”
■ 발언문 4)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혐오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생을 시작한다. 사람은 삶의 어느 기간 혹은 모든 기간 동안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즉 사람은 생존을 위해 돌봄과 살림을 필요로 하고, 서로 돌봄과 살림을 주고받는 존재다.
이렇듯 돌봄과 살림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가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를 사사로운 일로 치부하며 사회적·국가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출산과 육아, 자녀의 교육, 일상적인 가사노동, 간호 등 돌봄과 살림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단지 ‘집안일’이라는 말로 폄하하며, 그 책임을 오로지 ‘엄마’에게 전가해왔다. ‘모성’과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많은 여성들이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았고, 정치경제적 주체로서 자립할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아줌마와 맘충이라 불리는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무릇 사람을 낳고 기르고 살리는 돌봄과 살림은 우리 사회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가 달린 일로서 엄마·여성·개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며, 가족 공동체·지역 공동체·국가 공동체가 서로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이제 모성은 생식적 어머니와 분리하여 돌봄과 살림을 수행하는 모든 주체의 역할을 가리키는 개념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집단 모성·사회적 모성을 추구해야 한다. 나아가 혈연을 넘어서 돌봄과 살림의 관계를 기준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해야 하며, 가족구성원 간의 성평등한 관계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모성을 바탕으로 모든 아동과 그 아동을 돌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들이 처한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모순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정치하는엄마들 정관의 전문이다. 우리 단체야말로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우리는 '엄마'만 차별 받지 않는 사회란 없다는 걸 잘 안다. 엄마가 차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씨앗 삼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연결될 때 우리는 기꺼이 살고 싶을 것이며, 비로소 살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에 동의하는 한 사람이 만들어낼 10만 배의 힘을 상상한다. 직접적인 정치참여로 ‘모두를 위한 평등’의 길을 함께 만들자.
다섯 번째 발언은 <비혼/여성/주거 등 가족형태 및 가족구성에 따른 차별과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하여 홍혜은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 대표가 해주셨습니다. 결혼, 장례, 주거, 복지 등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는 현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1인 가구/비혼 여성/여성 공동체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저는 돈도 없고 너무 열심히 살기는 힘든 비혼입니다. 소위 말하는 능력으로 차별을 뚫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형태의 가구가 됐다는 부분이 통계로 나타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출나지 않은 비혼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선택한 방식으로 잘 살아 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 자체가 나를 보호해 주는 안전망이 되기를 바라며, 그 기초에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 발언문 5) 비혼/여성/주거 등 가족형태 및 가족구성에 따른 차별과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홍혜은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 대표
저는 비혼으로 평등한 가족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비혼지향생활공동체로 살고 있는 공덕동하우스의 홍혜은입니다.
저는 최근에 중년 노년의 여성분들을 만나는 게 재밌습니다. 이 분들은 "결혼은 안 했고?" 아니면 "결혼은 해야지?"라는 이야기를 "밥은 먹었구?" 하는 것처럼 하시잖아요.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듣기 싫어서 대충 "네네" 하고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궁금하더라고요. 이 분들은 결혼생활을 해 보셨으니까, 그 생활이 어땠을지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결혼해서 좋으셨어요?" 하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눈빛이 떨리면서 잠깐 생각에 잠기는 분이 많았습니다. 솔직하게 "그렇게 좋진 않지." 하는 분도 계셨고요, "결혼이 좋아서 하나!" 하는 분까지 계셨습니다. "그래 능력이 있으면 결혼을 안 해도 되지. 하지 마" 하는 이야기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가족 문제. 저는 이 가족 문제가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엔 "왜 우리 집만 이렇지?" 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다른 분들의 가족들도 나름의 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에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이제는 낡아버린 결혼 제도가 있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중 결혼을 원하는 여성의 비율은 여성 다섯 명 중 하나 입니다. 성별을 합해도 절반이 안 됩니다. 최근에는 결혼한 부부들도 4년 안에 다섯 중 한 커플이 이혼한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자식 생각해서, 사회적인 낙인이 무서워서 참고 살아서 티나지 않게 숨기고 살았던 '가족 문제'를 더이상 참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현상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왜 어르신들은 "능력이 있으면", 그러니까 능력이 있어야만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하실까요? 공동체는 짐을 나눠 지고, 약점을 가려주고 아픈 사람, 약한 사람을 챙겨 주지만 개인은 그것을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는 돈을 벌고, 엄마가 어리고 연약한 자식을 돌보고, 또 부모가 나중에 늙고 아프면 자식이 부양하고 간병한다는 어떤 믿음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성이 굉장히 많은 짐을 짊어지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그런 엄청난 희생도 안 해도 된다. 그런 복잡한 감정을 그렇게 한마디로 요약하시는 것 같습니다. "능력 있으면 결혼 하지 마라."
그런데 저와 공동체 구성원들은 단지 결혼이란 방식을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공동체를 포기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결혼하지 않아도 살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에 서로의 머리를 모아 정보를 공유하고, 알고 있는 안전망에 서로를 연결해 줍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나중에 나이들고 병들어서 어떻게 살지를 같이 고민하면서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작년에 지급된 재난지원금, 가구별로 지원됐습니다. 결혼 가족의 폭력에서 도망쳐 나온 친구들이 지원금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1인 가구들을 각자 소득 수준, 신용 기준에 따라 같이 살지 못하게 찢어 놓습니다. 땅값으로 나뉘어진 동네들 사이에서 저희들은 흩어져 있습니다. 결혼을 하면 신혼부부임대주택에 들어간다든가 해서 당연하게 주거지를 합치게 되는데, 다른 식으로는 근거리 주거 공동체를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식구 중에 아파서 한두 달 간병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 그 식구를 제도적으로 돌봐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장례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원가족이 우리가 원하는 장례를 막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식의 차별이 차별인 줄 깨닫기도 어렵고, 차별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은 능력"이라는 말은 결국 한국사회에서는 차별을 내 스스로,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돈도 없고 너무 열심히 살기는 힘든 비혼입니다. 소위 말하는 능력으로 차별을 뚫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저와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형태의 가구가 됐다는 부분이 통계로 나타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출나지 않은 비혼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선택한 방식으로 잘 살아 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 자체가 나를 보호해 주는 안전망이 되기를 바라며, 그 기초에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발언은 <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복합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하여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활동가가 맡아주셨습니다. 성소수자 여성들이 채용과정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겪는 차별은 ‘진정한 여성’임을 증명하도록 내몰고 있으며 ‘진정한 여성’이 되라는 요구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없습니다. 강제되는 규범에서 비롯되는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차별금지법은 앞당길 것입니다. 발언 전문은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사회의 트랜스젠더는 생존의 악순환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겉모습과 주민등록번호상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취업을 위한 성별정정을 강요 당하고, 그 성별을 정정을 하기 위해 수술을 강제 당하고 있으며, 수술을 위한 의료비를 벌지 못해 의료비 폭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트랜스젠더 혹은 성소수자만의 고충이 아닐 것입니다. 성소수자도 여성도 세상 어떤 누구도 겉모습으로 평가당하거나 판단되어선 안 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을 강요당하며, 머리가 짧다고 화장을 안 했다고 여자 옷으로 불리는 옷들을 입지 않았다고 사회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 발언문 6)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복합차별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반갑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김겨울입니다
지난 일년 이상, 코로나가 우리 사회의 약자의 숨통을 쥐어오는 동안 우리 성소수자들은 비단 코로나뿐만이 아닌 존재의 위협도 함께 느끼며 이중고 속에 숨죽여 버텨왔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고, 입학을 거부당하고, 채용에서 차별을 당하고. 그리고 이런 혐오들에 대해 대항하려 하면 이 혐오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요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사회의 트랜스젠더는 생존의 악순환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겉모습과 주민등록번호상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취업을 위한 성별정정을 강요 당하고, 그 성별을 정정을 하기 위해 수술을 강제 당하고 있으며, 수술을 위한 의료비를 벌지 못해 의료비 폭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트랜스젠더 혹은 성소수자만의 고충이 아닐 것입니다. 성소수자도 여성도 세상 어떤 누구도 겉모습으로 평가당하거나 판단되어선 안 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을 강요당하며, 머리가 짧다고 화장을 안 했다고 여자 옷으로 불리는 옷들을 입지 않았다고 사회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차별은 심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전무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우지 못하는 학교에서 차별과 혐오 괴롭힘이 나타나는건 당연한 순리일 것입니다. 또한 성별 이분법적인 환경 그 자체를 수정하고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공교육 속에서 트랜스젠더는 고통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성부가 여학생에게만 치마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남녀차별이라며 교육청과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권고한것이 지난 2003년입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치마 교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대학의 서비스 관련 학과에서도 치마를 입지 않으면 점수가 깎인다고 합니다. 과연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가 2021년이 맞는지 의심케 합니다.
국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으나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법 시안을 내놓은 지도 1년이 되어 갑니다. 그사이 수도 없이 약속했던 민주당 발 차별금지법은 깜깜무소식입니다. 곧 발의한다는 언론에서의 인터뷰들이 무색하게도 발의에 대한 이야기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나중으로 미루고 또 미루어 15년이 미뤄진 차별금지법이 또 미뤄진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언제까지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는 허울뿐인 핑계로 논의를 미루고 차별에 고통받는 죽음을 외면할 것입니까? 먼저 나서서 합의를 만들어내고 국민을 설득해야할 정치권의 역할에 충실해 주십시오.
성소수자로서, 또한 여성으로서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동시에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에 대한 차별의 결이 결국 큰 틀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의에 의해 평가당하고 강요당하며 그러한 차별들 조차 차별로서 인정 받기 위해 스스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어떤 차별도 있어선 안된다는 공동체 내 합의의 선언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발점이 될 법입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개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으며 결국 그 어떤 누구라도 약자성을 지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약자성은 다시 말해 다름이고 다름은 곧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이 없는 사회에 미래는 없습니다. 차별받는 약자들의 고통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 한국 사회 이제는 바꿉시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와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가 낭독하였습니다.
■ 기자회견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행동 돌입 기자회견
"여성들이 요구한다! 성평등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으로!"
지난 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평등법 제정 촉구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는 법 제정을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었지만 법사위는 여태까지 법안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가 나몰라라하는 사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어느 사회초년생 여성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사상검증 질문을 받으며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고, 온라인에서는 혐오가 놀이문화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직장인 여성노동자는 면접자리에서 직무와 무관한 성차별적 질문을 받고 있으며, 어느 프리랜서 직장인 여성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들어도 개별법이 정하는 근로자의 조건에 들지 않는다며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존재했다면 평등의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더욱 폭넓게 시정‧구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렇듯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재보궐 선거 전후로 정치권에서 성평등 이슈는 삭제되고 차별·평등에 관한 담론은 심각하게 후퇴하는 등 국회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국회의 직무유기를 두고 보지 않기 위해, 국회를 움직일 힘을 모아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성평등한 사회를 원하는 우리들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여성이자 노동자로, 여성이자 청소년으로, 여성이자 양육자로, 장애인으로, 이주민으로, 성소수자로 존재하는 우리는 제도부터 일상까지 스며든 차별의 고리를 끊고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워왔고, 이겨왔다. 우리는 2005년 호주제를 폐지했고, 2020년에는 낙태죄를 폐지했다. 2021년, 우리는 이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10만 행동에 돌입한다. 10만 행동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넘어 법 제정까지 굳건히 나아갈 것이다.
- 10만 행동으로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 여성들이 요구한다! 성평등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으로!
- 국회는 조속히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1년 5월 26일
180개 여성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차별금지법 국민 동의 청원이 2주차에 접어듭니다. 10만명을 채워서, 인권 기본법 차별금지법으로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안전한 세상으로 크게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
https://bit.ly/equality100000
📌 [안내]국민동의청원 참여방법, 어렵지 않아요!
https://equalityact.kr/100000-guide
📌 [기사]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https://bit.ly/3fyw6B8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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