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은 유명한 에세이스트 캐럴라인 냅의 마지막 에세이입니다. 캐럴라인 냅은 자신이 직접 격은 20대의 거식증 경험을 치열하게 고찰하여 글로 표현했습니다.
캐럴라인 냅은 거식증을 겪게 된 원인이 단순한 몸무게에 대한 강박이나 인지 오류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그보다 훨씬 다양한 심리적 요인과 문화적 압박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했었다고 회고합니다. 이 책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의 식욕을 통제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우월감, 성욕이나 식욕에 대한 지배에서 아예 퇴장함으로써 가족과 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 몸의 표현 등 매우 여러 요인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식증의 사회 문화적인 측면과 관련해서,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문화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여성들이 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족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영상을 시청하며, 과거의 코르셋과 전족에서부터 현재의 와이어 브라와 하이힐까지 연결되는 부분에 대한 감상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인식이 개별 여성들에게 식욕에 대한 자기검열을 강화하면서 여성의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캐럴라인 냅이 20대였던 시기는 여성들에게 형식적인 자유가 어느 정도 주어진 첫 시기였지만, 롤모델의 부재와 유리천장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고서 남성보다 높은 성취를 보여줘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은 불안해했고, 자신의 욕구들을 표출한 하나의 방안이 거식증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캐럴라인 냅은 설명합니다. 따라서 폭식증 뿐만 아니라 과소비나 성적 쾌락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권리가 신장될수록 여성이 충족시켜야 하는 상충되는 기준들도 증가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능력이 있거나 똑똑하면서도 몸의 이미지는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 정숙해야 한다는 문화적 잣대와 섹시해야 한다는 잣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기준과 남편보다는 적게 벌어야 한다는 문화적 기준. 이렇게 여성에게 요구되는 잣대들이 늘어날수록, 여성들은 이중적인 기준 사이에서 마치 줄타기처럼 ‘중도’를 지켜야만 하고, 이는 여성들의 불안을 더욱 증대시킵니다.
토론을 마무리할 때는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희망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책은 자신의 경험과 고찰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몸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깨달아가는 과정도 담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여성의 몸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이미지를 찾아나가기 한 많은 노력과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시로는 “노는 언니”나 “골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티비 프로그램이나 올림픽에서도 여성 선수에 대한 증대된 관심, 여자 혼자 하는 여행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관련하여 더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도서들로 「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미녀, 아슈에 맞서다; 여성이 자기방어를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진다, 엘렌 스노틀랜드」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성, 정치를 하다;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이 글은 박지희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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