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5일, 여성폭력추방주간 시작일. 전국적으로 수많은 젠더폭력 대응 현장의 활동들이 있었습니다. 이 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166개 연대단위가 주최한 기자회견 <학교 내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마련 촉구 선언 기자회견> “정부는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 추방하라!” 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등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카메라 설치한 교장선생님 강력처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학교 교사들이 카메라를 발견해 교장에게 가져갔는데 신고를 못하게 막아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교장이 범인으로 밝혀진 사건이었습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전교조에서 실시간 교사 긴급설문조사 결과 발표도 이루어졌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초소형 카메라 국가등록 의무화' 등이 요구사항으로 발표되었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불법촬영 대응이 '물리적인' 방법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보는 측면에 대해서도 발언했습니다. 교육부는 특히 산하에 교원소청심의위원회, 징계받았던 교원이 학교 현장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구조의 문제로 지목되던 문제도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합니다. 성폭력 관련 징계받았던 교원 중 40%가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연대발언문]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초등학교 교장이 학교 내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학교 내 불법촬영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2020년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미리 알리면서 7월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검 결과 0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불법촬영 카메라 일제점검과 그 결과 0이라는 일은 예견되는 결과입니다. 학교에 점검을 오면 누가 일정을 확인하고, 학교 출입을 허락합니까? 학교 관리 책임자인 교장입니다. 공간 내 카메라를 설치하는 사람은 해당 공간의 상황, 시스템, 이용자들의 동선 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정부 점검 결과는 0이었는데 그 후 동 주민센터, 학교에 설치된 카메라들이 발견되는 이유는 이것이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의 문제기 때문입니다.
불법촬영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여전히 재판부는 카메라와 신체사이의 거리, 카메라 각도, 신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로 유무죄를 달리 판단하고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불법촬영물은 게시판에 올라가면서 마치 리얼한 실제 동료 교사나 옆집 사람, 옆 팀 사람인 것처럼 가짜 또는 때로는 진짜의 정보가 부착되어 돌아다니고 대대적인 성희롱 판을 벌입니다. 이것에 등급과 포인트를 매겨 거래하는 것이 온라인 상의 유통망이며, 여성혐오 성차별이 그 기반입니다. 이에 대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또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가 학교에 돌아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강제추행·감금·성희롱 등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 1093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524명이 교단에 복귀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반 담임으로 복귀한 일도 있습니다. 학교 내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교장이 학교에 다시 돌아온다면, 이 문제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로, 피해자의 진술을 반토막내고, 가해자의 서사와 변명에 귀 기울이며 많은 성폭력 가해자를 학교 현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문제는 예전부터 반성폭력 지원현장에서 제기해온 문제입니다. 작년 법 개정으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확충 등이 보장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교육부는 실행해야 합니다.
작년부터 불법촬영물에 대한 소지, 저장, 시청, 구매 행위도 불법으로 포괄되었습니다. 그동안 야동이니 국산물이니 하며 공유하고 저장하던 영상물이 누군가 피해자가 있고 희생되고 있는 피해물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된 결과입니다. 최근 어느 영상물을 다운 받았더니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럴 때 성찰하고 반성하는 게 아니라 바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합니다.
수사기관은 불법촬영 소지, 저장, 시청, 구매 행위 입건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 수사개시통보를 교육당국에 즉각해야 합니다. 교육당국은 수사개시통보를 받으면 성폭력 처리 매뉴얼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여성가족부에 보고하게 되었는데, 가장 많은 보고가 있는 공공기관은 학교라고 합니다.
학교 내 수많은 구성원, 학생들, 노동조합을 통해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 교사들,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변화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네트워크 등이지켜보고 있습니다. 불법촬영에 대한 대응은 피해자나 피해자 지원기관 등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각 영역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대응 계획으로 응답하기 바랍니다.
여는 말 (전희영∥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긴급 설문조사 결과 보고 : ‘학교장에 의한 화장실 불법촬영사건’ 관련 교사 긴급 설문조사 결과 (손지은∥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연대발언 1 : 학교장 불법촬영 사건 후속 대책 미비 규탄(이하나∥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연대발언 2 :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의 특징과 범정부 대책마련 촉구(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선언문 낭독(조명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통홍보실장)을 마치고 불법촬영 카메라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불법촬영 OUT!
이 날 기자회견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도자료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eduhope.net/bbs/board.php?bo_table=maybbs_eduhope_4&wr_id=226060&menu_id=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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