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와 문학동네가 함께하는 <性깔있는 성교육>은 아이들에게 성(性)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를 묻고 답하며 고민을 나누는 자리입니다.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질문과 행동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분들의 생생한 고민과 속 시원한 답변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를 방문해 주세요!
Q1. 언제부터 아이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아니 하기 시작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이들 나이에 따라 얘기할 수 있는 내용도 다 다를 것 같은데요. 어린이집 다니는 우리 아들(6세 남아)은 얼마 전부터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슬슬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성교육을 하자니, 너무 거창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자꾸 미루게 됩니다. 이쯤에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까요?
Q2. 우리 집 둘째(9세 여아)가 성에 관심이 많은 듯해요. 그래서 뭔가 성교육을 해 주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게, 과연 어디까지 설명해 줘야 할까 하는 고민 때문입니다. 몇 살쯤 시작하면 좋을지, 그리고 어디까지 일러 주는 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Q3. 제 생각에 우리 딸아이(7세 여아)는 유치원에서 성교육을 몇 차례 받고 난 뒤부터 부쩍 성에 관심을 보이고 집에 와서도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제 나름대로 대답은 해 주었지만 아무래도 갑작스레 급조한 대답이다 보니 제가 봐도 부족한 답이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성교육을 시킨다며 아직 호기심도 없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성에 대해 알려 주는 건 아닌가 싶더군요. 일상생활에서 자기 몸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 말고 더 나아가 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위까지 지금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요? 자연스레 커 나가다 스스로 알고 싶어 할 때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요?
Q4. 아직 어려서 성에 대한 구체적인 호기심이 없는 상태인데 미리 너무 자세하거나 또는 조금 어설픈 성교육을 받은 뒤로 갑자기 더 궁금해 하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예를 들어 외서를 그대로 갖고 들어와 번역한 성교육 관련 책들을 보면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가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삽입부터 다양한 체위까지 말이죠.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그걸 보고 나서 더 궁금증이 생길 것 같아요. 아이들은 그림을 중심으로 보니까 그걸 보고 나면 한층 더 궁금해 할 텐데 사실 이런 걸 보여 줘도 되는지 제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여러분과 <性깔 있는 성교육> 코너를 함께 만들어갈 사자입니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와의 소통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혹시 잘못한 것은 아닌지, 제 때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우리는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부모니까요.
의식하든 안하든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그 순간부터 이미 성교육은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딸이었으면, 혹은 아들이었으면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태어난 후 성별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 자라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로부터 아이들은 성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보고 듣고 익힙니다. 우리는 걸음마도 가르치고, 곤지곤지도 가르치고, 밥 먹는 법, 대소변 가리는 법도 다 가르칩니다. 당연히 성에 대해서도 가르쳐야지요.
아이들의 말문이 트이면 제일 먼저 “이거 뭐야? 이거는, 이거는?”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합니다. 그때마다 부모는 앙증맞은 손을 가리키며 물어보는 아이가 너무 신통해서 정성을 다해서 답하려고 하지요. 아이의 성적인 호기심에 대답하는 부모의 자세도 그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게 되는 시작이 되는 거니까요.
성교육 언제가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아이가 성적인 질문을 시작 할 때라고 합니다.
하지만 질문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굳이 때를 말하라면,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라고 생각해요. 특히 유치원에 다니기 전에요. 유치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의사놀이잖아요.
그건 나와 다른 사람의 몸에 제일 관심이 많은 나이이기 때문 일 것입니다.
아직 관심이 없다구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궁금한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지만,
조용히 모아들인 정보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아이도 있습니다.
말로 하지 않는 것은 쑥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별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요.
자연스레 커 나가다 스스로 알고 싶을 때면 되지 않냐구요?
그 때는 이미 아이가 다른 곳에서 보거나 듣거나 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의 갑작스런 개입은 아이에게는 잔소리가 되고 아이는 말문을 닫아 버리게 됩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하느냐구요?
내가 얼굴을 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는 만큼이 좋겠지요.
어떻게 답을 해주는가에 있기보다는 아이의 질문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엄마도 모르면 모른다고, 쑥스러우면 쑥스럽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답형 질문에 길게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모와 아이 모두 혼란에 빠질 뿐이에요.
"나 어떻게 낳았어? 애기는 어떻게 생겨?" 라고 물으면
대부분 "엄마씨가 아빠씨를 만나서..."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 응 그렇구나 " 하면 거기서 대답을 멈추세요.
더 이상 관심이 없는 아이를 붙들고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고 하거나,
다음이 궁금한 아이에게 "됐어, 그만해" 하고 질문의 싹을 자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다음 단계로 아이들이 궁금한 것은 씨가 어떻게 만나느냐는 거잖아요.
이럴 때 적나라한 그림책이 도움이 됩니다.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아이에게 설명을 열심히 하는 분도 있지요. 어떻게 하든 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예상 질문,
"엄마랑 아빠도 이렇게 해?"
"그럼."
"언제? 난 못봤는데."
"너 잘 때"
"왜?"
"그건 엄마 아빠 둘만의 일이야."
끝이 없겠지요? ^^
일일이 대답하기 보다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면 좋겠지요.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잡는 법을 알려 주어라는 딱 맞는 격언이 있습니다.)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성교육 관련 책장에 있는 온갖 책들을 섭렵해서 박사가 되는 것도 좋구요. 같이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하면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만한 장면이 나왔을 때 아이의 의견도 물어보고, 느낌도 물어보고, 부모 느낌도 같이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성에 관한 이야기를 부모와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가 굳이 필요할까, 걱정된다구요?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가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책이 동물을 빗대어서 설명해 주는 아리송한 그림책보다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그림으로 다 설명해 주고 있어 유용합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남녀의 성행위 그림을 '노골적으로' '정확하게' 본 아이라면
나중에 과장되고 왜곡된 성행위를 묘사한 야설이나 야동을 보게 되더라도 차이를 알 수 있을테니까요. 호기심을 가진다고 다 따라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불안하고 난감한 엄마의 마음이지요.
성교육의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답을 잘 해 줄까가 아니라,
아이의 다양하고 기발하고 놀랄만한 호기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입니다.
부모가 어떤 대답을 멋있게 했는가 보다 부모가 자연스럽게 자기의 질문을
다른 질문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받아주고 모르면 같이 답을 찾아보고 했다는 그 기억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에게 자기 느낌, 생각을 그대로 말해도 무시당하거나 야단맞지 않고 인정받고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아이 자존감의 밑바탕이 될 테니까요.
-사자
<性깔 있는 성교육>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性깔있는 성교육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있는 성교육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랍니다! 같이 나누고 싶은 고민과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를 방문해주세요!
[출처]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idsmunhak.cafe)'性깔 있는 성교육'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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