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신당역 여성 역무원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료 남성 직원이었던 가해자는 이전에 피해자를 불법촬영 및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경찰 신고, 신변보호조치 신청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법제도는 결국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법제도 뿐만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사내 시스템으로 피해자의 근무 위치를 알아내었고, 이는 사용자인 서울교통공사도 일터 내 젠더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당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액션과 집회로 시민들과 함께 피해자를 추모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를 규탄했습니다.
신당역 사건 발생 후, 1년이 되었습니다. 직장갑질 119와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노동권익센터, 민주당 이수진 의원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공동주최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기자회견, 토론회, 추모집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이에 연명하며 추모주간에 함께했습니다. 아래는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의 발언 내용입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권오훈 인권국장은 신당역 사건을 성폭력이자 동시에 노동자 학대 사건으로 명명했습니다. “임금 노동자라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가 폭력과 무관하지 않”으며 서울교통공사는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사업주의 책임을 다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직장갑질 119, 서울노동권익센터의 김시운 노무사는 30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에서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2022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0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보다 3.8배 높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영세한 사업장은 사내 고충처리제도가 아예 없거나 후속 분리조치가 어렵거나 사장이 가해자인 경우 등 노동자가 더욱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구조적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신상아 활동가는 신당역 사건의 피해자와 같이 다른 피해자들이 직장 내 고충처리절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022년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조사한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있었던 사람들의 77%가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는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직장 내 조직문화개선’이었습니다. 젠더폭력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직장 내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합니다.
직장갑질119, 사단법인 선의 김은호 변호사는 신당역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부의 도움을 더 받았더라면”과 같은 무의미한 말을 한 점 등을 짚으며 정부에 일터 내 젠더폭력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지 말고, 여성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발언과 공동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난 후,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노동자의 출근길부터 귀갓길까지 여정을 함께 따라가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여성노동자의 24.1%는 직장 내에서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고 35.2%가 성희롱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10.1%는 스토킹을 경험했습니다. 안전해야하는 일터에서 젠더폭력에 노출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알 수 있는 퍼포먼스였습니다.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은 온/오프라인 추모공간과 함께 15일까지 이어졌습니다. 9월 11일에는 <큰 충격, 의미있는 변화, 변함없는 현장>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모니터링 보고서가 발행되었고 14일에는 토론회와 <모두가 안전하게 일하며 살 수 있도록 기억하고, 분노하고, 말하기>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상담소는 직장 내 성폭력, 스토킹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신당역 사건을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며 피해자 보호 법제도 마련, 직장 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이 글은 유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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