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다녀온 제주도 MT.진작에 써 놓았는데 이제야 글을 나눕니다.
따뜻했던 봄날의 제주.
여름이 한창인 지금은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그리워요, 제주.
한편으론 바닷가를 끼고
한편으론 떨어져 나간 듯한
기암절벽을 끼고 계속 걸었다.
기암절벽을 끼고 계속 걸었다.
걷다보니 내가 걷는지 길이 나를 걷게 하는지,
제주의 올레길은 그렇게 다가와 첫인사를 건넸다.
걷다가 제주의 바다를 품고,
걷다가 제주의 돌과 풀꽃이 친구 되어
내안에 지쳐 쓰러져 있던 또 다른 나를 걷게 해주었다.
제주도 올레길은 자연과 걸을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다.
아름다운 바닷가의 풍경과 드넓게 펼쳐진 자연의 풍광.
처음 가보는 제주도이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더불어
고향처럼 느껴지는
평온한 자연 풍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설렘도 기쁨도 가득한 여행이었다.
그러니 2박 3일의 시간은
그야말로 말을 타고 달리는 것만 같았고, 기분은 계속 들뜬 상태였다.
그렇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발 밑 가득한 검은 돌.
제주의 올레길을 실감케 해주던 것들.
바닷가를 주위로 펼쳐진 제주만의 독특한 검은 돌들은
모래사장보다도 더한 이국의 정취와 더불어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왔고,
틈틈이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네던 이름 모를 풀꽃들은
검은 돌들의 틈새를 노리며 또 다른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단단한 돌을 뚫고 뿌리를 내린
연약해 보이는 꽃들이야 말로
외유내강의 표본이 아닐까.
제주의 올레길엔 늘 바다가 함께 했다.
선선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해주던 바다는
올레길의 경지를 한 단계 높여준 대단한 공신이었다.
친절하게도 자신의 여러 가지 색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고,
간간히 귀를 즐겁게 해주려는 듯 파도의 움직임과 소리도 생동감을 실어주어
더욱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바다만큼이나 제주의 산도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산오름에 첫인사를 건네는 연초록의 잎사귀들은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듯한 수줍은 모습으로 다가와 주었다.
기이한 야생화들이 발아래 살랑이며 자신들을 뽐내고,
두 팔 벌린 나무들이 살짝 하늘을 가리며
하나의 오붓한 산길을 선사해준다.
마치 숲에서 헤매이던 동화 속 앨리스와 마주칠 것만 같은
묘함을 느끼며 계속해서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정상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신의 작품 앞에
자연스레 터지는 감탄사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우와~~~~~”
발아래 드러난 제주 바다는
스산한 안개 속에 더없는 신비감을 주었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방금 빨래를 마친 옷처럼 맑고 청량하게
뻥 뜷린 가슴으로 들어와 한동안 머물렀다.
찬란하게, 그리고 화려화게 피고 지던 동백꽃이
그 화려함의 정점을 찍고 낙화하듯,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산길은
산 위에서 비상을 준비하다
활짝 날개를 편 독수리 마냥 훨훨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지금 이제 와서
과거의 영광을 다하고
툭 떨어져버린 동백꽃들에게
경의를 표해본다.
구석구석 숨겨진 곳곳마다 예술과도 같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때 아름다워지는 것을.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땅을 밟고 바다를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음이 새삼 고마웠다.
모든 예술 작품은
자연의 모습을 담고, 감탄하고, 아끼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그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만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이 맴돌았다.
지금도 여전히 만들어져 가고 있는 제주 올레길이
많은 사람의 지친 몸과 맘을 놓이고 쉬어갈수 있는 길이 되는 데
이러한 아름다움이 많은 보탬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되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일 때 더욱 빛을 내고
사람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법인데,
개방되고 꾸며지면서
원래의 자신을 잃고 몸살을 앓지는 않을까,
노파심에서 나올법한 염려도 살짝 되었다.
그래도 하여간 난 좋았다.
바다가 좋았고, 까만 돌담과 돌밭이 좋았고,
야생화와 꽃들이 좋았고, 신비스러움을 보여준 산도 좋았다.
그렇게 자연과 걸었다.
그렇게 계속 걷는다.
_by 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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