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하게 이어진 오름길이 있습니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질 즈음,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남겨두고 간 작은 표식은
어디인지 몰라 난감한 순간마다 나타납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많은 사람들의 걸음 걸음이 다져놓은 작은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신이 납니다.
숨은 조금 차지만,
나와 같은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신명나는 발걸음.
다음 사람을 위해 나도 리본을 매달고,
울퉁불퉁한 길은 발로 꼭꼭 다져둡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춤을 추며,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에 맞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성폭력 경험을 치유하는 과정은 마치 길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숨이 차거나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길을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길고 힘들기만 할 것 같은 여정은 다른 풍경을 맞이합니다.
앞서간 사람이 두고 간 흔적이 뒷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되듯,
지난 6회의 말하기 참여자들의 용기있는 말하기로
많은 생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힘을 받았습니다.
올해 <춤추는 오름길> 또한
지난 참여자들의 말하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성폭력 생존자의 지지자들이
함께 코러스 공연을 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전하던 공감과 지지의 마음을
올해는 무대 위에서 생존자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코러스를 통해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연대,
지금을 살아내는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화음에 실어 널리 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세상에 말했던
많은 생존자들의 발자취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올해 말하기대회에서 나누게 될 경험과 공감, 지지는
지금까지 그러했듯 치유의 길에 들어선 생존자들에게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춤추며 노래하며 신나게 걷다보면
오르막 길도 전처럼 힘들지 않습니다.
여럿이 만들어 놓은 발걸음이 또 다른 길이 되듯,
힘과 용기를 주는 신나는 발걸음에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성폭력생존자의 경험을
춤과 노래로 나누는 콘서트
<춤추는 오름길>
일시 : 2010년 11월 4일 (목) 오후 8시
장소 :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봄
참가신청방법
: 홈페이지 혹은 블로그를 통해 참가신청서 다운로드 후
이메일(speak_out@naver.com)로 제출
(전석 무료)
홈페이지 : http://sisters.or.kr/speakout
문의 : 02)338-2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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