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도 한동안 똥침 놓는 장난이 많이 나오곤 했었잖아요. 이것도 일종의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냥 장난인데 하면 안 되는 걸까요?
A.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놀이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일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함께 생각해 볼까요?
장난으로 엉덩이를 콕 찔렀을 뿐인데 아이에게서 성폭력이라는 말을 들어서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엄마는 재미로 했는데 아들은 어딘지 불쾌한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가 “엄마, 성폭력이야”며 의사 표현을 한 이런 경우는
아이와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자기 몸에 닿는 싫은 느낌을 단호하게 표현한 것을 먼저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누구에게든 그런 태도를 갖기 바란다는 마음도 전해 주시고요.
이렇게 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어른들이나 형들이 네 엉덩이나 성기를 함부로 만지려고 할 수도 있어. 그때에도 엄마한테 한 것처럼 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겠지?”
(학원이나 과외 받는 곳에서 형들이나 선생님들이 남자 아이들 성기를 툭툭 치거나 엉덩이를 만지거나 똥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잠깐 기분만 나빠할 뿐 집에 와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상담해 주신 어머니의 아이는 자기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이니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느낌도 존중하는 아이로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싫다는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에게
부모와 잘 아는 사람이나, 친척들이 이런 장난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많은 분들이 난감해 하시지요. 하지만 대개 아이의 기분보다는
상대 어른의 기분이나 가족 관계, 어른들 간의 사이가 곤란해질까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그 난감한 마음을 감추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있지 않은가요?
아직 어려서 몰라.
아기 때부터 봐 온 사람인데 뭘.
예쁘다고 그런 거잖아.
아이를 봐 주는 사람인데 .....
이런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어른의 뜻에 맞추고, 아이의 감정과 표현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편안하게
완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거예요.
또 생각해 볼 점은 관점의 문제입니다.
누구에게는 장난(짓궂은 놀이)일 뿐인데 누구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아이가 너무 예뻐서 어른들이 장난을 칩니다. 간지럼 태우기, 뽀뽀, 꼬집기,
깨물기, 고추 따먹는 시늉, 그리고 똥침....
아이들이 처음엔 까르르 웃다가, 놀래서 울거나, 인상만 찡그리거나, 도망을 가거나, 몸부림칩니다.
조금 큰 아이라면 같이 장난을 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를 떠나서, 과연 누구의 재미를 위한 장난일까요?
일부러 아이를 괴롭히거나 성적인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의사를 무시한 어른들의 감정 표현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 ‘아이스케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유치원 선생님에게서 전화를 받았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뭐 어때?”라고 하는 아이 앞에서 난감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제게도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야단을 치거나 “무조건 하면 안 된다”고 해 봐야 아이 마음속에 화만 키울 뿐이에요.
원하는 교육 효과를 얻기는 어렵지요.
말씀하신 대로 ‘왜 하면 안 되는지’, ‘왜 놀이가 아닌지’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될 거예요.
우선 아이에게 어떤 답을 해줄까 고민하시기 전에,
어머니께서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유치원 선생님이 뭐라 말했던 상관없이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만약 아이의 행동이 유치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아이의 행동에 대한 어머니의 생각은 달라졌을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말, 태도, 행동을 보고 자기의 잘잘못을 느끼게 되는데
어머니의 난감함이나 일관되지 않은 태도는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 역시 ‘왜 하면 안 되는지’를 모르고 혼란스러워 합니다.
물론 아이가 더 이상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때의 감정과 욕구를 읽어주는 거예요.
보통 남자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들에게 짓궂게 구는 것을
‘좋아하는 표현’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그냥 다른 사람을 따라 해 본 것 일수도 있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요. 좋아한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요.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는데 상대방이 반응이 재미있어 계속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런 행동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게 좋을 수도 있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서 우리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야겠지요.
그래야만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네가 그런 행동을 했구나.
그런데 그 아이들은 네가 싫은 게 아니고 네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싫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떻게 하고 싶어?
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 우리 한번 찾아보자 ”
우리는 아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의지하고 있는 부모에게 자기 욕구를 말할 수 있고,
자기 욕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자기감정을 그대로 인정받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 후에야 나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함께 재미있는 것이 놀이란 것을 알게 돼요.
상대방이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계속하면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고,
그것이 폭력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추면서 놀리는 아이의 행동은 장난일 뿐이라 해도
당하는 아이들에게는 놀람, 당황, 분노를 일으키는 폭력이기도 합니다.
똥침 역시 마찬가지지요. ‘똥침’이나 ‘아이스께끼’나 전부터 일상적으로 해 오던 장난에까지
폭력 운운하는 것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실 놀이와 폭력의 차이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주 작은 차이에요.
하지만 그 차이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라면서 아이들은 점점 폭력에 무디어지게 되지요.
그러니 폭력에 대한 감수성은 아무리 예민하게 키워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부디 지금처럼 폭력에 무감한 사회가 아니길 바랍니다.
<性깔 있는 성교육>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性깔있는 성교육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있는 성교육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랍니다! 같이 나누고 싶은 고민과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를 방문해주세요!
[출처] 문학동네 어린이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kidsmunhak.cafe)'性깔 있는 성교육' 게시판
'젠더감수성과 성교육 > 性깔있는 성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性깔있는 성교육] 우리 아이의 성! - ⑨ 성교육, 누가하는게 좋을까요? (0) | 2010.08.30 |
---|---|
[性깔있는 성교육] 우리 아이의 성! - ⑧ 아이에게는 性이 없다!? (0) | 2010.06.21 |
[性깔있는 성교육] 우리 아이의 성! - ⑦ 우리 아이가 ‘자위’를? (2) | 2010.05.07 |
[性깔있는 성교육] 나는 준비된 부모일까?- ⑥ 섹스에 대해 궁금해 할때! (1) | 2010.04.12 |
[性깔있는 성교육] 나는 준비된 부모일까?- ⑤ 미디어, 인터넷 괜찮을까요? (0) | 2010.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