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 매체들을 통해 제/개정된 법과 새로운 정책이 발표 될 때 마다 논란이 되기도 하고 환영을 받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드러나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을 하더라도, 많은 시민들에게 환영 받는 법과 제도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간섭'과 정부의 현명하고 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겠죠. 

지난 월요일 (21일)에 국회 여성위원회 주최로 이명박 정부 3년 간의 여성정책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들을 토론하는 자리가 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여성 인권 뿐만 아니라 가족, 노동 등 여성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여성단체, 교수, 연구자 입장의 평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의 평가였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현재 정부의 여성 정책이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성을 상실한 채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 함께 '평등' 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평등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실현될 수 있을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한 시각이 서로 너무 다르다 것이. 여기서 '평등' 대신 성폭력, 여성 노동, 가족 정책 등 어떤 말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시민사회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20년간의 노력들이 정부 안에서는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더군다나 시민과의 소통의 자리로서 유지되어야 할 민관협력 체계마저 갈수록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요(첨부파일의 여성인권 정책 글 참고).
   
             
이 날 토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번 정부에서 여성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재정비 하면서 주요 정책들을 삭제하거나 지나치게 간소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 정부들이 '여성 문제'를 정부가 고민해야 할 주제로 가져와서 정책의 틀을 만드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면, MB 정부에선 차근차근 그 내용을 채워나가고 수정 보완 하는 작업을 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러한 평가의 핵심은 '시대 역행'이라는 단순한 개탄도, 또 지난 정부에 대한 칭찬도 아닌 현 정부가 여성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수립을 외면하고, 따라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정책마저도 한 순간에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전 정부에 이어 MB정부에서 수립한 3차 여성 정책기본계획에서는 '국가운영에 여성의 주도적 참여'와 '돌봄의 사회적 분담'이 주요 정책 영역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 당사자의 문제로서 접근해야 할 정책들을 '가족정책'으로 환원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저출산'을 큰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비혼 선택의 증가 및 신자유주의화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결혼제도의 문제와 복지정책의 재정비를 고민해야하지만, 정부는 (중산층 세제 혜택 논란이 있는)다둥이가정 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정부지원보다 민간 기업의 부담을 더 가중시켜 실효성이 의심되는)육아 휴직 기간 연장 등의 일부 정책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재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는 듯 보입니다. 이것은 정부가 몰입해 있는 '저출산'의 고민도, 출산과 결혼을 둘러싸고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도 모두 장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방법입니다.    


                              토론회 모습입니다. 상담소에서는 여성 인권정책 분야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인구 재생산'이라는 정부의 욕망이 '인권을  비롯한 여성들의 사회적 권리'의 문제를 압도해서 '여성정책'으로 만들어진다면, 지금의 상황이 여성들의 삶에 끼칠 영향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으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성 정책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권리보다, '출산을 위해 보호되고 감시되어야 할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핵심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고, 현재가 바로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성불평등으로 인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존재함에도 약자인
'여성 개인'이 정부 정책에서 점점 부차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대상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이겠죠.

이 날 분석
정부의 여성 정책의 흐름을 추려보면 ‘결혼한 가임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가 여성정책을 바라보는 주된 관점이 된다면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할 권리도, 성폭력 경험을 드러낼 자유도 없어집니다. 여성정책의 주안점은 '일 가정 양립'이 아니라 여성들이 차별받는 약자이기 때문에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권리여야 합니다. 
‘보호’가 필요한 약자로서만 여성을 바라보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관점은 '시혜적 복지'를 넘어서야 합니다. 여성들의 반인권적 경험들을 드러내는 것은 필요하되, 한편으로 사회 각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존재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20년간 시민사회가 여성 인권의 문제들을 공론화시켰기에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던 법과 정책들이 그 의미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삶이 더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정부가 ‘이러한 법과 제도가 무엇을 위해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시민사회에게 직접 묻고 토론하며 다시 방향을 잡아나갔으면 합니다. 정부와 시민사회, 여성 개개인들 모두가 나를 둘러싼 일상과 제도들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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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진이 2011.03.02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부가 ‘이러한 법과 제도가 무엇을 위해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시민사회에게 직접 묻고 토론하며 다시 방향을 잡아나갔으면 합니다.>라는 토리님의 이야기가 남습니다. MB와 MB정부의 공무원들, 성과의 자화자찬을 스스로 아끼고 겸손해 할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성찰했으면 합니다.정부에 문제제기를 하면 무조건 '문제점을 찾아오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전 궁금합니다. 어떤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고, 평가할 때 그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 관점'이 없으면 문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제도를 직접 만든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전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전 정말 제대로, 잘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만 하는 MB정부가 정말 무섭습니다. 열심히만 하는 노력봉사 점수로 모든걸 만회하고 덮어버리려고 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슬픈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