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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시드니 호주에서 참가한 세계여성의 날!!


시드니의 3.8 세계여성의 날 행사를 다녀와서 (2009. 3.8) 

소박하지만 저력이 느껴진 2009년 시드니 세계여성의 날

 

  이곳 시드니에서도 지난 토요일 1908년 뉴욕에서 시작된 3.8 세계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어요. 시드니에서는 20년 이후인 1928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01주년을 맞는다고 하네요.


  행사장인 시드니 타운홀 광장에 가기 위해 전철에서 내리니 오늘 행사를 알리는 호주 원주민 문향의 포스터가 여기저기서 반겨주었고, 여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어요. 각 단체별, 국가별, 그리고 개인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깃발과 피켓 등을 준비해왔더라구요.

  올해 행사의 주제는 “왜 우리는 아직 거기에 있지 않은가?(Why aren't we there yet?)"였어요. 그리고 주최측이 준비해서 나눠준 종이피켓에는 “페미니즘은 급진적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유급 모성휴가를 보장하라!”, “인공유산권리를 보장하라!” 등의 낮익은 구호들이 적혀있었지요. 한쪽에서는 동성결혼권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하구요.

  11시가 되자, 흔한 프래카드 치장도 없는 소박한 단상에 나온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리고, 3.8세계여성의날의 의미와 현재 우리 여성들의 지위현황, 그리고 이곳 원주민 권리, 인공유산권 등을 요구하는 간단한 발언들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이어서 시청에서부터 시작해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하이드파크까지 거리행진이 시작되었어요.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고, 도로변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면서 격려를 해주었지요. 간혹 시비를 거는 남정네들도 있기는했지요. 씩씩한 한 활동가가 확성기를 들고, “우리가 무엇을 원하지요?”라고 물으면, 행진참가자들은 소리높혀 “인권!, 여성의 권리!”를 외쳤고, “언제요?”, “지금 당장!”이라고 신나게 화답했지요. 그리고 “우리들이 어디를 가거나, 무슨 옷을 입거나, 싫다고 말하면 싫은 것이다(Yes means yes, No means no)"는 구호도 외쳤지요. 처음에는 200여명이 시작한 행진대열이 어느사이 2배정도가 늘어나 시드니 거리는 신명난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러퍼졌어요. 아기부터 소녀, 청소년, 젊은 여성, 나이든 여성, 장애여성과 비장애 여성들이 어우러진 힘있는 행진이었지요.

 

 

 

  30여분만에 도착한 하이드파크에는 미리 각 단체들이 준비한 부스들에서 활동소개 및 자료전시, 유인물 배부, 특정 사안의 서명, 모금을 위해 제작한 T셔츠와 각국의 음식들이 판매되었어요. 다문화 국가인 호주의 특징이 느껴지는 풍경이기도 했지요. 여기에는 정부의 여성부와 경찰 등에서도 함께 참여하고 있었어요. 또 한쪽에서는 소박한 공연들이 이어졌구요. 나이든여성들의 연대에서 나온 칠순할머니들의 합창도 인상적이었고, 시각장애여성의 신명나는 춤판, 젊은 여성의 랩등이 어우러지는 무대였지요. 

 

  2009년 시드니 세계여성의 날 행사는 전체적으로 요란하지 않고, 소박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렇지만, 100년을 넘게 이어온 시드니 여성들의 연대와 “왜 우리가 아직도 거기에 있지않는가?”라는 구호에서 처럼,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는 자각과 결의등이 묻어나는 행사였습니다. 여하간 우리나라 3.8여성대회보다 규모도 훨씬 적고, 으샤으샤하는 신명나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력이 느껴지는 그런 자리였던 것 같아요. 더욱이 그날 저녁에 있을 마디그라라는 게이축제로 시드니 시내가 온통 야단법석인 것과 비교하면 조용하기까지 한 행사였지만, 이 행사를 위해 작년부터 준비팀이 꾸려졌고, 올 1월부터는 매주 만나서 회의를 통해 세부준비를 해왔고, 기금을 모으기 위해 와인판매 등의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준비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더욱 느껴지드라구요.

  언젠가 “드디어, 우리가 이제 거기에 도착했다”며 자축하는 3.8여성대회를 꿈꾸며, 유난히 맑고 예쁜 시드니의 초가을 하늘이, 아름드리 나무, 잔디와 멋지게 어울어진 하이드파크를 빠져나왔습니다. 서울에서의 3.8여성대회는 어땠는지요?

 (작성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