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알찼던 8주간의 인턴십을 마치며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 임소정 님이 작성하였습니다.
2015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네요.
2014년 12월 22일에 상담소로 첫 출근을 했던 저는 2015년 2월 13일자로 인턴 활동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첫 출근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제대로 준비할 틈도 없이 설레고 긴장된 상태로 첫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택들 사이에서 상담소를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문 앞에 나와주신 활동가 잇을님을 따라 들어갔을 때 다들 친절한 미소로 반겨주셔서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첫날에 상담소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간단한 젠더감수성교육을 했는데, 그 때 잇을님과 나눈 특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 대학에 다닌다는 것, 이성애자라는 것 등이 특권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이런 점들로 인해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출근 첫 주에는 이런 식으로 여성주의상담팀, 연구소 울림, 부설쉼터 열림터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반성폭력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관련서적으로 ‘성폭력뒤집기’와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 두 권의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기도 했습니다.
‘성폭력뒤집기’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책이라서 상담소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이름 짓기가 피해자의 회복과 역량강화에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론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를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친족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친족성폭력피해자들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기총회
2015년 1월 29일에 있었던 제24차 한국성폭력상담소 정기총회를 위해 현수막과 PPT를 제작하였습니다. 총회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도 됐었어요. 막연히 총회는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날은 소장 이취임식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뜻 깊었습니다.
그리고 총회 뒤풀이는 상담소가 아닌 곳에서 활동가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수요집회
다음으로 제가 맡게 된 업무 중에서 가장 책임감이 막중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요집회입니다.
2015년 2월 4일 열렸던 제1164차 정기 수요집회를 위해서 사전에 참관을 한 후 잇을님과 함께 수요집회를 기획하였어요. 수요집회에 참여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제가 직접 기획하고 사회를 보고, 성명서를 쓴 건 처음이어서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조금 더 활력 넘치게 사회를 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회원예우물품 보내기
인턴활동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회원예우물품 발송이에요. 제 인턴 시작과 끝을 함께한 사업이에요.
미흡한 점이 있었겠지만, 모든 물품을 하나하나 포장한 저와 상담소 활동가 분들의 마음을 회원 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소에서 인턴을 하게 된 건 아주 단순한 계기에서였어요. 나도 이제 3학년이니 무언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마침 학교에서 인턴모집 공지사항이 떴고, 인턴십 기관 리스트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있었습니다. 모집 안내사항에 상담소 근무 시 수요시위를 기획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는 말이 쓰여 있었고 그걸 본 순간 제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수요시회에 참여하고 다 같이 서명운동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여기라면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담소를 1지망으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특별히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낀 적도 없고 그냥 무기력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직접, 간접적인 경험들로 인해 성폭력이나 성불평등 문제에 분노하면서도 직접 무언가를 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소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상담소에서의 8주를 ‘나침반’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제 삶의 기반이 될 지향점과 가치관을 갖게 된 것 같아 정말 뜻 깊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데에는 상담소 식구들의 배려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무언가 얻어갈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여성주의가 무엇인지, 반성폭력운동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던 제가 많은 걸 배울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8주간의 모든 인턴 활동을 마치고 상담소를 떠나게 됐어요. 하지만 ‘안녕’이라는 인사가 헤어질 때도 쓰지만 만날 때도 쓰듯이, 다시 상담소 식구들과 인사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6월 완공 예정인 새로운 상담소 건물에 꼭 놀러올 테니 반겨주세요:)
상담소에서 함께 한 모든 분들. 지리산 소장님, 란님, 선민님, 유영님, 차차님, 공명님, 여름님, 영서님, 현미님, 정운님, 마지막으로 잇을님!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상담소에 안 계신 백미순 전 소장님, 토리님, 밍님, 조화님, 그리고 백목련님에게도 감사드려요.
인턴 소정님과의 만남이 상담소도 기뻤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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