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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는 지금/국제연대활동

일본의 활동가·학자·법조인들과 반(反)성폭력 법·제도·운동을 공유하며

 

일본의 활동가·학자·법조인들과

()성폭력 법·제도·운동을 공유하며

 

 

 

 

 

     지난 봄, 우리 상담소를 방문했던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법대의 마쯔모또 교수 연구팀의 초청으로 125일부터 4일 동안 일본 동경과 교토의 반성폭력 학자, 활동가, 법조인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310일 우리상담소에 방문한 일본 리츠메이칸대학의          일본 젠더법학회에 초대해 주신 리츠메이칸대학

 요꼬교수, 마쯔모또교수, 김성은전문연구원과 함께                    로스쿨의 니노미야교수, 마쯔모또교수와 함께

 

     며칠 전 함박눈이 내리고 세찬바람이 부는 서울과 달리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동경은 영상 10도 안 밖의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올해로 설립 13주년을 맞는 일본 젠더법학회는 법분야 연구자들, 실무가들,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전문가들 350명이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답니다. 이중 남성이 1/3이고, 전체의 2/3가 대학교수 등 연구자들이라고 해요. 올해 학술대회는 동경 도쿄돔 근처의 일본대학 법학부에서 열렸는데요.

 

 

 

              제13차 젠더법학회를 알리는 표지판                                      일본대학의 도서관 전경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학술대회는 토, 일요일에는 오전9시부터 6시까지 여러 세션으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금요일 저녁에는 일본민법 750조 부부동성제도를 둘러싼 헌법해석과 비교법·국제인권법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학술대회인 125일 토요일에는 오전 워크샵으로 수형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을 위한 법적지원’, ‘성매매로서의 포르노와 피해-제작피해 실태와 법적 구제와 과제를 주제로, 그리고 오후 심포지움에서는 근대가족법 판례와 젠더논의가 있었고, 둘째 날인 126일에는 오전에 ‘DV(가정폭력)피해자 구제와 그 후의 면접교섭 - 면접교섭과 그 지원에 대한 다각적인 검증’, ‘아동기 성적학대 피해회복과 시간의 벽(민사소송 소멸시효)’, 오후 심포지움은 성범죄 실정과 형사법의 과제를 주제로 열띤 논의들이 이어졌습니다.

 

     토요일 심포지움을 마친 후 열린 만찬은 150여명의 참가자들이 5천 엔씩 내서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회원들이 자유롭게 인사하고 교류하는 모습이 참 정겨워보였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몇 명의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부모를 따라 젠더법학회에 와서 학회 측에서 마련한 놀이방에서 종일 지낸다고 하네요.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부주임 연구원인 나이토 시노씨는 탁아방이 있었기에 학회에 참가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야 지루해하지만 이런 과정이 또 아이에게도 추억이 되겠지요라고 말하며 8, 2살 아이와 함께 환하게 웃었어요.

 

 

        

엄마와 함께 젠더법학회에 참석하고 있는 2살 어린이                   젠더법학회에 온 엄마, 아이들과 함께

 

     또한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함께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법대 3, 4학년 학생들로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접수나 회의장 정리 등을 도와주고 있었어요. 일률적인 유니폼이 생경했고, 그 중 리더격인 학생은 팔에 빨간 완장을 차고 있어 젠더법학회와 어울리는 듯, 안어울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답니다.^^ 만찬회장에서 사회자는 그들 모두를 앞으로 불러 감사의 인사를 나눴고, 한 학생이 대표로 소감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더라구요. 그 학생은 오늘의 이 경험이 매우 새롭고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어요. 동원되어서 억지로 일한다는 느낌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답니다.

 

   젠더법학회 만찬회에서 인사를 하는 학회장소를 제공한 일본대학교 법과대 교수들과 자원활동가인 법학과 학생들

 

 

     제게도 전체 참가자들께 인사드릴 기회가 주어져, 한국에서의 반성폭력 운동과 법, 정책을 나누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나눴어요. 만찬회 장에서 유일하게 만난 NGOAll Japan Women's Shelter Network의 키타나카 치사토 총무를 만났는데요. 이 단체는 우리 상담소에서 2013년에 열림터 활동가 공명과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마도가 방문하기도 했었지요. 키타나카는 2016년에 말레이시아에서 세계쉼터연합회 회의가 열린다며 우리 상담소도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했어요.

 

     일요일 오전 워크샵의 성폭력 세션에서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마쯔모또 교수님의 아동기 성적학대 피해자의 PTSD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소멸시효 문제에 관한 발표가 있었어요. 일본 민법 제724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 기간은 "피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부터 3,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0(한국은 각각 3년과 10) "으로 규정되어 있어, 아동기 때 성적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PTSD 증상이 나타나 가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려해도 20년이 지난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답니다. 독일의 경우 아동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3년의 단기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만 21세부터 30년의 장기 시효만(51세까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음)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쯔모또 교수는 일본도 독일과 같이 소멸시효법 개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아동기 성적학대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하는 내용이었어요.

 

 

 

크샵에서 발표하는 리츠메이칸대 마쯔모또 교수리츠메이칸대 김성은전문연구원,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이어서 리츠메이칸대 법학부의 김성은 전문연구원이 한국의 성폭력 법, 정책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어요. 구체적인 피해자 지원시스템 소개까지 상세하게 해주셨는데, 참가자들의 관심은 아직 일본에는 활성화되지 않은 원스탑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인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저는 한국의 반성폭력 법·정책·운동을 주제로 지난 25년동안 제·개정된 성폭력 관련법과 정책, 그리고 전국의 성폭력상담소들에서 어떻게 연대하며 활동하고 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토론에서는 교토의 시민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요시다 변호사가 일본의 과제로 예방교육을 들었고, 우리끼리의 토론이 아니라 교육부랑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추진해서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리고 피해자지원 시설과 단체를 확충하고, 한국처럼 연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결국 성폭력 유무의 판단은 판사가 하는데 이럴 때 경험칙도 무시 못해서 재판관 교육이 중요하고, 한국의 경우처럼 단체에서 대법원 판례바꾸기 운동은 정말 중요한 것 같으며 일본에서도 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오후의 심포지움에서는 성범죄 실정과 형사법의 과제를 주제로 4명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어요. 특히 젠더법학회에 처음으로 현직 검사의 발표가 있어 관심이 집중되었어요.   

 

     먼저, 오사카에서 원스톱지원센터(Sexual Assault Crisis Healing Intervention Center Osaka)를 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카토의 발표가 있었어요. 우리나라처럼 피해 직후 종합적 지원을 하는 24시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있으며, 24시간 산부인과 응급치료를 하고 경찰, 변호사, 상담사 연계하는 역할을 하는데 2010년 개설해서 지난 5년간 전화 23,039, 면접상담 3,202, 산부인과 초진 983건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기본이념은 피해자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적 인권이란 자신의 몸과 성기를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성적 평등을 보장받을 권리, 스스로 섹슈얼리티를 보전하고 선택할 권리, 자기 성행동을 결정할 권리, 성에관한 건강의 최고수준을 보장받을 권리, 성에관한 정보와 교육을 보장받을 권리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해요.

 

 

                                             12월 8일, 젠더법학회 <성범죄 실정과 형사법의 과제> 심포지움의 발표 전경

 

 

     일본에서도 역시 최협의설이 문제였는데, 폭행과 협박에 의해 저항이 불가능했음을 인정하는 경우는 움직이면 죽이겠다. 타올로 눈을 가리거나, 눈가리고 커터칼로 위협, 때리거나 삽입장면을 동영상 보내겠다고 협박, 속옷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 칼을 목에 대고 죽이겠다고 협박, 피해사실을 누구에게라도 알리면 중요부분을 사진 찍어서 공개하겠다는 협박, 칼에 찔리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며 목조르기, 동영상을 찍고 배포, 조용히 하라면서 두 손을 잡아버리는 것, 배를 가격하는 것, 칼을 들이대며 옷벗으라고 하기, 소리치면 죽이겠다고 하는 경우등을 들었어요. 반면에 인정되지 않은 경우는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못한 부분, 싫어요라고 하지 못했나, 가해자 측에서 동의했다고 알았던 경우 등을 들었어요. 결국 고소를 해도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 경찰이 아무리 가해자를 잡았어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도 성폭력의 극히 일부만 성범죄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요. 사치코에서 5년간 성적학대 피해 213건 중 가해자 체포된 게 16건 밖에 안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네요. 16건은 친부모가 5, 계부가 9, 엄마나 아는 사람이 2건이고, 죄명은 강간, 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 등이라고 하네요.

 

     다음으로 오사카 고등검찰청의 피해자보호지원위원회 위원장인 타나까 검사는 흥미롭게도 성범죄 피해자가 왜 저항하는 것이 어려운지에 대한 이해와 청취법을 발표했습니다.

 

     첫째, 일본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저항할 수 있는 5가지 작위 의무가 있는데, 이는 회피, 저항, 도주, 원조요청, 직후신고라고 합니다. , 피해를 회피하거나 피해 중 저항하고 도망가거나 원조를 요청하거나 직후 신고해야한다는 거지요.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의심받는다고 해요. 그런데 이것은 시간적, 장소적, 객관적 상황 및 남녀 체력의 차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심리학적, 생리학적 관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경험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타나까 검사는 강조했습니다.

 

     둘째, 성폭력피해자의 작위 가능성이 낮은 심리학적, 생리학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회피하기 어렵게 하는 인지적 편견 및 저항·도주·원조요청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명 얼어붙는 증후군”, 그리고 피해 직후 피해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부인(부정)"에 대한 방어기제를 들었어요. 성폭력 피해자의 작위 가능성이 낮은 심리학적, 생리학적 메커니즘으로는 회피가 곤란한 인지적 편견, 저항·도주·원조요청을 곤란하게 하는 움직일 수 없게 하는 증후군, 스트레스 반응, 직후 신고를 곤란하게 하는 부인 방어기제 등을 들었습니다.

 

     셋째, 성범죄에 있어서 피의자의 정액, DNA감정, 지문 등은 확실한 객관적인 증거가 되지만, 피해자의 신체적 피해, 예를 들어 처녀막 손상을 입은 경우 상처의 회복성이 높고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증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거지요.

 

     넷째, 피해자의 진술의 신뢰성의 판단기준(형사소송법 규칙 199-6)의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요. (1) 관찰: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관찰조건으로 거리, 위치, 밝기, 장애물, 관찰시간 등이고, 주관적 관찰조건으로는 시력, 나이, 연령, 정신장애, 대상물에 대한 지식, 경험인데 주관적 관찰요건은 술, 약물, 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반응 등으로 매우 가변적이라고 합니다. (2) 기억: 시간 경과에 의한 망각이 있을 수 있는데, 관찰에서 진술까지의 시간의 경과, 다른 영향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가족, 아동복지 관계자, 경찰, 검찰관의 유도신문, 보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본다는 거지요. (3) 표현 : 객관적 증거와의 정합성으로 피해자의 부상, 임신, 옷의 훼손, 카메라 영상, 휴대전화의 이력, 지문, DNA, 진술내용 자체의 정확성 판단을 하는데, 이는 합리적, 자연적, 구체적, 일관성을 가져야 하고 자칫 피해자만 알고 있는 비밀의 폭로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4) 증인 : 허위 고소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및 수사관과의 이해관계를 파악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허언증과 피해망상증 등의 병원기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5) 과실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잘못 판단, 오인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요한다고 합니다(발제문 47쪽에 검찰청에서 사용하는 증인의 신뢰의 기준표 제시).

 

     다섯째, 성폭력 피해자로부터 부작위 이유를 청취하기 위한 가정적 질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소개하였습니다. 수사관이 성폭력피해자에게 들어야할 사항으로 피해사실(피고인의 작위), 정상(), 쟁점(피해자의 부작위; 회피, 저항, 도주, 원조, 요청, 피해 직후의 불신고와 그 이유), 증인(피해자)의 증언 신뢰성을 들었고요. 최근 아동피해자 진술 청취 시 외국에서 도입되어 실시하고 있는 사법면접이 일본에서도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섯째, 성적학대 등 아동 피해자 사건의 수사, 공판의 과제로서 사법면접을 위한 다양한 기관들의 연계가 필요하고, 피해아동의 의학적, 심리학적 특성 알아야 하며, 학습성 무력감, 해리성, 기억의 스크립화, 철회의 심리적 메커니즘(아이가 엄마에 대한 원망과 후유증 올수도 있고, 엄마는 자책감을 갖게 되어 피해사실 자체를 철회하고 싶어 하는 심리)이 있어 아이와 엄마에 대한 지원단체의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장기간 성적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1시간 1회에 한해서가 아니라, 몇 번에 걸쳐 확대된 사법면접이 필요함을 강조하더라구요. 이를 위한 프로토콜은 아직 충분히 표준화되지 않았지만, 성폭력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기관의 제휴구축과 사법관계자의 의학적, 심리학적, 생리학적 지견을 포함한 적절한 경험칙이 요구된다는 견해였습니다.

 

     류큐대학의 모리가와 교수는 젠더법학에서 본 성범죄 벌칙개정의 문제점으로 현재 법제심의회에 제출된 개정안에 대해서 검토, 형법이론을 재검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첫째, 현재의 간음죄는 사전적 의미로는 남성이 여성에게 삽입으로 되어있는데 부녀로 되어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지요(우리나라는 2013년도 개정시 이 부분은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뀜). 둘째, 폭행, 협박에 대한 다시 해석을 재검토해야하고, 셋째, 보호자에 의한 성범죄는 특히 양육자일 경우 보호자가 피보호자에게 갖는 영향력에 의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배와 종속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였어요. 이어서 스테파니 교수의 국제형사법과 국제인권법의 관점에서 본 일본의 성범죄 규정 검토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학회를 마치고는 몇 명이서 근처 식당에 가서 정겨운 시간을 가졌어요.^^ 

 

                          

   함께 하신분들과 기념사진                                           우측 세번째 기모노 입은 분이 오사카 검찰청의 타나카 검사

 

 

 

7일 오후, 학회를 마치고 김성은 전문연구원과 함께 신간센을 타고 교토로 이동했습니다. 교토는 동경과는 다르게 전통과 현대가 어울어지는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도시였어요.

 

 

     

동경역에서 교토로 가는 신간센 출발시각 안내표지판            현대적 멋이 뭍어나는 교토역과 맑은 하늘의 조화

 

 

     128일 오후에는 리츠메이칸 대학교 연구기구의 프로젝트인 법 심리·사법임상센터의 제37차 세미나에 참석했어요. 이 센터는 인문사회과학공학자연과학에 걸친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을 통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 및 개념을 창조하고자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해요. 프로젝트 구성원은 법학, 심리학, 과학정책, 공학 분야의 교수와 연구원 그리고 대학원생 등으로 이루어졌답니다. 저는 한국의 반성폭력 법·정책·운동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어요. 소규모로 열린 세미나였는데, 2시간 30분에 걸쳐 열띤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리츠메이칸 대학의 입구                                38회 법심리·사법임상센터 세미나 안내판

 

 

     참석하신 분들은 주로 우리 상담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생존자 말하기 등 다양한 성문화 활동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에 질문이 많았어요. 이 활동에 법조인을 비롯한 활동가, 법학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성폭력수사·재판 시민감시단 활동은 매우 놀랍다고 했어요. 어떤 취지에서 디딤돌과 걸림돌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으며 실제 그 영향력은 어떠한지 질문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10년이 넘게 꾸준히 이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사회적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법원이나 검찰청, 경찰청에 해당 판·검사·경찰의 명단을 공문으로 보낸다는 설명을 했어요. 처음에는 별 관심 없이 보던 형사사법절차의 담당자들이 이제는 걸림돌에 선정되면 우리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시민감시단에 항의전화도 한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더불어서 지난 25년 동안의 반성폭력 운동이 사회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 체감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아직 구체적인 이행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도 말씀드렸지요.

 

 

  

 

리츠메이칸대학에서의 발표와 토론            리츠메이칸 대학의 <·심리 사법임상센터> 분들과 함께               

 

 

     이번 일본 출장에서 성폭력 관련한 법과 정책, 운동에 대한 우리 상담소와 한국의 경험을 나누면서 결국 성폭력의 판단기준에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는 배제되어 있음은 일본이나 한국이 다 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는지를 묻는 최협의설의 영향아래 있다는 거지요. 일본의 많은 분들이 한국은 어쩌면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법과 정책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성운동이 그토록 활성화되었는지 궁금해 하고 지지와 응원을 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양국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현재의 성폭력 관련 법과 정책,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과, 이를 위한 활동의 필요성 및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강한 연대감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 글은 리츠메이칸대학교 Global Innovation 연구기구 소속 김성은 전문연구원(법학박사)님의 통역 및 도움으로

  이미경(본 상담소 소장)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