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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 후기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 후기


 1년 전, 강남역 10번출구 앞 건물 노래방 화장실에 숨어있던 가해자는 먼저 들어온 일곱 명의 남성을 그냥 보내고 처음 들어온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였습니다. 그는 경찰에서 평소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하였으나 국가는 이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우발적 묻지마 살인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우연히 살아남은 자신을 보며 우리들은 강남역 앞으로, 전국 곳곳의 광장으로 나와 포스트잇을 붙이며 함께 분노하였고 1년 뒤,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와 힘이 되어 다시 한 번 포스트잇을 들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멈추라며 외치기 위해, 광화문과 신촌, 홍대 등지에서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을 진행했습니다.



 

 


오후 12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를 맞이하여 기자회견 ‘우리는 계속되는 말하기와 행동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를 진행하였습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서경남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김세정 불꽃페미액션

 엄세진 범페미네트워크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성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에 찍히고, 성희롱 당하며 가족 안에서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여성연합은 올해 한국여성대회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3만5천 여 개의 포스트잇을 써내려간 여성들에게 여성운동 특별상을 시상했다. 이 사건이 성평등 사회만이 여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자각과 행동의 촉매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주기를 계기로 더 많은 여성들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성이 더 이상 살해되지 않는 세상,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여자들이 무시해서 죽였다는 가해자의 범행이유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여론은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한계 지었고, 정부와 지자체는 앞 다투어 여성안전 대책이라며 공중 화장실 앞에 폐쇄회로를 설치하거나 화장실 안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는 결과다. 여성차별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이는 젠더폭력으로 드러난다. 잘못된 성인식을 바꿔내려는 적극적 노력이 부족한 지금 가해자들은 성범죄 행위에 대한 반성 없이 뻔뻔하게 성폭력 피해자들 역고소하고, 역고소 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인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호받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이혼소송 중에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이혼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폭력피해 여성들에게 이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가사조사 과정에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커녕 다시 폭력 상황으로 내모는 등 법의 이름으로 2차 가해가 일어나고 있다.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와 정책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서경남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우리 사회의 성별불평등한 구조의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거둬내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성매매 업주와 업소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폐쇄, 그리고 성매수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길 요구한다. 언제까지 우리사회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낙인, 배제를 기반으로 남성성을 옹호하고 여성들의 희생에 기대어 나갈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고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그동안 여성들은 집 안팎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포를 느껴야 했다. 남성들은 여성이 무시할까봐 두려워하는 동안 여성들은 남성이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워했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강남역으로 쏟아져 나왔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났다. 내가 무섭고 상처받았을 때 나도 너와 같다고 함께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나'들은 연결되어 ‘우리’가 됐다. 홀로 맞서야 했던 두려움은 우리의 용기가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절반이 차별받는 이상한 세상에서 살기를 거부한다. 술자리의 꽃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성적인 농담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 피해를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자궁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겠다. 뻔뻔한 가해자의 공격과 남성중심적인 사법권력에 저항할 것이다." - 김세정 불꽃페미액션

 

"포스트잇을 한 장 한 장 읽고 한 명 한 명 자유발언을 들으며 저와 같이 평범한 여성들이 강남이라는 개방적이고 공적인 장소에서 당당하게 여성혐오의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경험을 공유하는게 얼마나 혁명적인 일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그동안 여성이기 때문에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에서 매일같이 견뎌야 했던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홀로 분노하고 홀로 끙끙대며 해결책을 찾고 있던 나에게 강남역 10번 출구라는 장소는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들과 뜨겁게 연대하는 혁명적 공간이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지금, 그리고 여기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뛰었다. 고통과 분노는 실천과 행동을 위한 훌륭한 에너지가 되었다." - 엄세진 범페미네트워크


"우리 사회 여성들이 어떻게 차별받고 폭력에 처해 있는지 분노와 항의의 목소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3만5000여개의 포스트잇이 나붙기 시작했다. 이후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 균열을 일으키는 많은 의미있는 실천들이 있었다. 촛불시민혁명에서도 어떻게 평등하고 안전한 집회를 만들어내고,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성차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정권교체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세상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중에를 외치는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것 같다. 지난 1년 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다시 모여 결의를 다지는 것 자체가 정말 감동적이다. 한국의 젠더불평등은 너무 심각하다. 인권에서 ‘나중에’라는 말은 하지 말자. 정당들도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를 위해 용기를 내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하자."  -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지난해 오늘 있었던 여성살해 사건 이후에 여러 여성들의 말하기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지지만 있었던 게 아니라 각종 사진에 대한 혐오 표현 등 인권 침해 사건도 있었다. 인권침해 가해자중 180여명에 대한 형사고소도 있었고 일부 처벌되기도 했다. 인터넷의 게시글이 삭제되는 성과도 있었다. 연대하고 뭉치면서 도피하거나 숨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저항으로 함께 했다. 계속되는 혐오 표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자리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한다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없어질 거라고 믿는다. 함께 하겠다." - 조숙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이어서 다음의 선언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우리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에 기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여성폭력의 근본적 원인이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여성을 혐오하는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성평등의식의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다짐과 연대로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낭독자-김윤혜 한국성폭력상담소/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윤가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오후 3시,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5.17을 기억하는 하루행동이 이어졌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 붙은 35천여개의 포스트잇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분노의 외침이었고 여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변화의 불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고 행동하여 변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전문 보기(클릭)

 

<본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 유네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