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육식의 성정치 소모임


: 육식의 텍스트에서 벗어난 일상들

                                                                          


육식의 성정치. 제목부터 그 무게감 때문에 과연 나처럼 육식매니아도 참석 자격이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이 책은 전통적으로 남성지배의 관점에서 해석돼 왔던 채식주의와 여성의 역사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채식과 여성의 내적 연관성을 다루면서 인종, 계급의 영역까지도 고찰합니다.


사실 저는 개고기도 거리낌없이 소비할 정도로 육식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보신탕을 먹다니 잔인하다”는 반응보다 “여자인데 보신탕을 좋아하네. 이런거 잘먹는 여자들은 신기해”라는 말에 더 발끈하게 되더군요. 제가 남자였다면 힘 잘쓰겠네 따위의 소리나 들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고기는 남성의 전유물이고 남성권력의 상징이 되는 이 지긋지긋한 고기의 성역할에 반기를 들고 싶은 충동으로 더욱 좋아하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분명 동물의 도축과정을 다룬 다큐 영화를 본 적도 있긴한데 시각적 충격은 잠시였고 금새 육식의 식습관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임 덕분에 육식을 추구하는 저의 식습관을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채식주의 텍스트의 힘이 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걸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합니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샐러드바만 이용해도 충분하고, 정육 식당으로 이끄는 사람을 다른곳으로 가자고 설득하는 이 사소해보이는 일상이 저에게는 변혁으로 다가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물 반찬에도 눈길이 가는 등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듯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 저술을 계기로 채식주의자로 전향했습니다. 게다가 육식의 성정치는 페미니즘까지도 흥미롭게 연결해주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동물의 은유를 통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바라보는 것이 비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수록 전통적 가부장제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상황과 동물이 처해 있는 상황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기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성의 위계가 어떻게 강제되는지를 통찰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저자가 17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물이 저를 비롯한 많은 육식가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면서. 이 책의 남은 진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가고 싶으신분들의 참여를 기다릴께요.


글쓴이 : 지은



* 다음모임은 3/12(월) 19:30 7장  페미니즘, 1차대전, 그리고 현재의 채식주의

                  3/26(월) 19:30 8장 채식주의 신체에 대한 왜곡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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