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후기_단단

 

초동 모임에 처음 만난 사이의 어색함은 정말 순식간에 끝난 것 같습니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 사람부터 조심스레 한 마디 말을 뗀 사람까지 각자 온도차이가 있음에도 들어주고 공감하는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각자 서있는 위치도 많이 다르겠지만 말하고 싶은 자리, 들어주었으면 하는 자리에 대한 열망이 한 자리로 불러모았겠죠. 첫 만남은 서로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맞는데,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을 사죄드립니다. 후기를 쓸 줄 알았으면 기록이라도 열심히 할 것을……

 

기억에 가장 남는 것 중 하나는 한 분이(또 죄송합니다. 이름이…ㅠ.) 자신의 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전부를 바꾸려는 힘든 목표보다 정말 주변을 그런 사람들로 채우고 작게 나의 삶을 풍요롭게 바꿀 수 있다면 언젠가는 세상 바뀌는 것도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순진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아직은 주변을 바꾸는 일이 무척 어렵죠. 한 발 나아간 듯 하다가도 뒤로 두 발 물러서버리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절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저 자신에게 의미부여를 하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종의 한 개체로 이해하는게 세상을 이해하기 조금 편하더군요. 우주라는 시간 안에,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 안에, 없어져도 문제되지 않을 지구라는 별에, 수많은 생명체가 생성하고 소멸하는 이 땅에서, 얼마 되지 않은 역사를 가진 인간들 중 고작 100년을 못살 내가 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스크래치도 못 될 것이라는 아주아주 자명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목적의식보다 삶의 당연한 이치처럼 싸우면 된다고 말입니다. 바꾸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 이유가 싸우는 것이라고.


오해는 말아주세요. 저처럼 공상적으로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헤쳐나갈 자신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한 발언입니다. 우리의 모임이 그럴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하고, 조금은 각박하고 힘겹게 만드는 인간들에게서 벗어나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자리이길 바랍니다.

 

다음 모임까지 모두 건강하십시오~^^


<위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단단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 참여자들의 이번 달 나만의 페미니즘 실천 목표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만나서 함께 만든 책 『용서의 나라』를 읽고 다음 모임에서 감상 나누기"


"익숙한 언어를 뒤집는 작업을 해서 1개 사례를 만들어오기"


"오늘 듣고 생긴 고민 중 하나를 정리해서 글로 적어오기"


"오늘 생긴 용기로 친구에게 연락해보기"


"친구 데리고 페미니즘 강의 보러 가기"


"다음 모임에서 말할 거리 만들어오기"


"페미니즘 관련 강의 많이 신청했는데, 하나도 안 빠지고 수강하기(한 번만 봐주기)"


"가르치는 아동들의 부모 6명에게 페미니즘 알리기"


"유아인 글에 좋아요 누른 친구 설득하기"


"너무 빡치는 순간에 딱 한 번만 참아보기"



위와 같이 목표를 정하고 돌아간 참여자 외에도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벌써부터 각 실천 목표에 대한 후일담을 듣고 싶어서 설레고 기대되는데요.

모두가 목표를 잘 이뤄내고 뿌듯한 마음으로 오면 좋겠지만,

목표를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못 했어도 괜찮아요.

내 일상 속에서 어떤 페미니즘 실천이 가능할지 생각해보고,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첫 모임이어서 아직 어색하고 서먹한 면도 있었지만,

앞으로 서로 나눠야 할/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다고 느끼며 1월 모임을 마쳤습니다.

다음 모임까지 한 달 잘 보내고 다시 만날 때는 조금 더 친해지고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앎


다음 모임은 2월 22일 목요일 늦은 7시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앎(02-338-2890, ksvrc@sisters.or.kr)로 문의주세요.

(메일 제목에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라는 말머리를 달아 이름/별칭과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시면 보다 원활하게 안내해드릴 수 있습니다.)

원활한 모임 진행을 위해 꼭 신청을 하고 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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