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함께하는 여성운동 소식(3, 4)
CEDAW NGO 참가단, UN 제네바 본부에 발을 딛다
2월 19일,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주말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 참 없다’ 싶었는데 역시 평일 출근길의 버스는 어느 곳이나 예외없이 만원이더라구요. ㅎㅎ 오늘 일정의 출발은 UN본부에 들어가기 위한 출입증을 받는 것이었어요. UN에 들어가기 위한 보안검색은 공항 보안 검색만큼 깐깐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ㅠ
CEDAW 제69차 세션은 한국, 말레이시아, 칠레, 피지, 룩셈부르크, 마샬군도, 사우디아라비아, 수리남 8개국 정부가 CEDAW 협약과 위원회의 권고내용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인데요. 첫째 날은 개회식을 통해 제69차 세션이 어떤 일정과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안내하고 점검하고요, 오후에는 NGO들이 각 국의 여성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시간(Informal Public Meeting)을 갖고 이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화요일부터 매일 각 국가에 대한 심의가 하루 종일 있고 그 심의 전날에는 그 나라의 NGO들과 CEDAW 위원들이 함께 간담회(NGO lunch briefing)를 진행하더라구요.
그래서 참가단은 오전 개회식에 참여하고 수요일에 진행될 NGO lunch briefing 준비를 위해 말레이시아 NGO lunch briefing을 참관했어요. 간담회 장소는 어디고 얼만한지, 공간을 어떻게 꾸몄는지,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 참고하기 위해서고요. 또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 보고 위원들의 관심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요. 전체 위원이 22명인데 말레이시아 NGO lunch briefing에는 12-3명의 위원이 참여했고 질문도 꽤 활발하게 진행되어 활기가 넘쳤어요. 우리는 각자 맡은 이슈별로 어떤 위원이 관련 질문을 하는지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에 점을 찍었답니다.^^ ㅋㅋ
< 2월 19일 말레이시아 NGO lunch briefing 진행 모습 >
후다닥 말레이시아 NGO lunch briefing을 보고 오후 3시부터 진행될 Informal Public Meeting 준비에 돌입했어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Informal Public Meeting은 심의대상국 NGO들이 각 10분씩 각국의 상황 소개와 CEDAW 권고 제안내용을 발표하고 CEDAW 위원들의 질의와 응답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참가단은 마지막까지 시간을 재며 문구를 다듬고 발표 연습을 했어요.
사실 발표자와 발표시간을 정하고 1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논의와 논의를 거듭하며 발표할 원고를 다시 정리하느라 어제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한국에서 준비를 하고 온다고 하긴 했는데 막상 현지에 오니 사람들의 열정이라는 것이 무서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자며 지칠 줄을 모르더라구요.
< Informal Public Meeting에서 한국NGO 참가단이 한국여성들의 상황과 정부 성평등정책의 문제 발표하는 모습 >
한국 참가단은 세 번째 순서로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고요. 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지길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질문이 다음날 심의를 받게되는 말레이시아로 집중되고 한국 참가단은 단 한 개의 질문만 받았어요.ㅠㅠ 2015년 한일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입장에 대한 NGO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었는데요. 참가단은 정부 발표는 실질적인 무효선언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피해자중심주의 접근 원칙에 부합하도록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조치와 위로금 10억 엔 일본정부에 반환을 위한 방법을 한국정부가 모색해야 한다고 답했어요. 그래도 중요한 2015합일합의와 관련된 질문이 나와 다행이었고 우리에게 직접 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대한 질문을 통해 위원들이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그리고 젠더폭력과 낙태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답니다.
이날 행사는 UN WebTV를 통해 생중계되었고요.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2월 19일 Informal Public Meeting 자세히 보기
http://webtv.un.org/en/ga/watch/information-meeting-with-ngos-and-hris-1571st-meeting-69th-session-committee-on-the-elimination-of-discrimination-against-women/5736652519001/?term=&lan=spanish
이어진 국가인권위원회들의 Informal Public Meeting 참관까지 첫째 날의 공식 일정은 5시에 모두 끝났고요.
모든 공식일정이 끝난 후 참가단은 오늘 있은 여러 일정을 통해 파악한 위원들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게 수요일 lunch briefing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했어요.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이슈를 집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위원들로부터 원하는 질문을 유도해 효과적으로 한국의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진행방법부터 각을 세울 수 있는 발표 내용, 그리고 예상 질문과 답변 정리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며 치열하게 논의했답니다.
2월 20일에는 말레이시아 정부 본회의 심사를 참관했습니다. 이 역시 목요일 있을 한국정부 심의를 준비하기 위한 거였죠. ㅎㅎ
말레이시아는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심의를 받는 것이라고 해요. 한국은 2011년에 받고 7년 만에 받는 것이라니까 역시 한국정부가 좀 더 의지가 있는 걸까요?
본심의는 오전 10시에 시작했구요. 의장이 본심의 진행 과정에 대한 안내를 하고 바로 말레이시아 여성부 장관이 모두 발언 형식으로 정부의 이행과정과 추진 성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어요. 이후 협약 조문 순서대로 위원들이 질의와 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협약 조문에 따른 질의 위원이 정해져 있었고 먼저 담당 위원이 질의하고 추가 질의는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더라구요. 몇 개의 질문을 모아 한꺼번에 장관이 답변을 했고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재질의가 있는 등 쟁점에 따라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고 위원들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해서 좋았어요.
참가단은 참관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내일의 NGO lunch briefing과 한국정부 심의 때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요.
말레이시아 정부는 누가 어떻게 답변을 하는지, 위원들이 우리가 원하는 질의를 할 수 있도록 NGO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등....
그리고 쉬는 시간을 틈타 한국 NGO lunch briefing에 더 많은 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장을 만들어 전달했어요. 위원들이 너무나 좋아하더라구요.
< CEDAW 위원들에게 전달한 초대장의 앞면과 뒷면 모습 >
(한국여성민우회가 제작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프로젝트 Battleground 269] 엽서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였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심의 참관을 마치고 참가단은 작업장(?)에 모여 내일 진행해야 하는 NGO lunch briefing 준비를 마무리했어요. 현장 꾸밈 조, 이슈별 발표조 등등 역할을 맡아 내일을 향해 Go Go!!
< 2월 20일 공식일정을 마치고 UN본부 문을 나서며 기념촬영 ㅋㅋ >
* 이 글은 CEDAW 제69차 세션 한국 제8차 본심의 대응 참가단 홍보팀(고미경, 김민문정, 유승진, 이미경)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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