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집담회 후기
10월 23일, 질문을 바꾸는 섹슈얼리티 집담회 <페미니스트 5인의 가족 이야기: 아빠 성은 떼어냈지만>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집담회는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가진 페미니스트 다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을 둘러싼 규범을 다시 바라보고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정상가족을 너머 여성과 소수자가 나로서 살 수 있는 법을 모색하고자 하였지요. 두 시간 동안 '무엇이 가족을 구성하지? 이건 왜 가족이 아니란 말이지? 이런 질문이 유쾌한 농담과 함께 때로는 깊은 사유를 통해 솟아났습니다.
지금부터는 패널들의 했던 이야기들을 통해 집담회를 스케치해보려 합니다.
먼저 희원님의 이야기 ‘개인을 위한 가족’으로, '이 집담회에서 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TMI'라는 유쾌한 말로 시작해 주셨는데요. 희원님은 현재 서울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비혼 여성입니다. 원가족으로부터 받게 되는 압력으로부터 우연히 벗어나 친구와 함께 독립해서 살면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비혼여성들과함께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의 ‘생활동반자법입안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전형적으로 88만원세대 담론 나올 때 대학 입학했는데, 포기라는 이야기만 나오고 대안 옵션이 나오지 않았는데 정상적인 상의 부정으로서 내 삶을 생각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키가 되었다. 그런 의미를 발굴해보이는 모임 가지게 됨.”
희원님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느슨한 때로는 끈끈한 동반자적 관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여 주었는데요, 예를 들어 같이 살고 있지 않지만 한 동네나 아파트에 모여서 산다든지 말입니다. 비혼과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필요성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요즘, 누가 그런 제도를 왜 필요로 하고, 그와 함께 어떤 삶을 제안하는지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번째는 동희님의 이야기 ‘오롯한 내가 될 수 있는 돌봄’입니다. 동희님은 원가족을 ‘등본 메이트’라고 표현하시기도 했는데요. 가족의 중요한 요건이 ‘돌봄’일 때 원가족은 그것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반면 성소수자임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들, 함께 활동 하는 친구들, 서로 위급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 실질적인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돌봄은 정서적이고 경제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교감도 포함됩니다. 섹스를 통해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내고 확인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돌봄은 오롯이 나일 수 잇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경제적 지원이든 정서적 안정이든...우리가 돌봄이나 가사노동에 한해서 생각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너무 고려하는 게 없지 않았나?”
이어서 가족 안에 정서적인 부분, 경제적인 부분, 성적인 부분 모두를 기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상속, 돌봄, 성애, 우정, 생존 모든 것들을 지금의 가족에서만 해결해야하는 걸까요? 어떤 부분은 사회가 더 역할해야할테고, 어떤 부분은 구성원간 평등해져야 하고, 어떤 부분은 다른 선택을 할 자유가 더 허락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어서 '가족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확보해가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시원님은 ‘극한 직업: 효오녀’를 주제로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페미니스트로서 엄마가 조금씩 나의 동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 느껴질 때의 기쁨. 남동생에 대한 걱정,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아주셨습니다.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는데, 가족이라는 의미가 과대평가되고 과도하게 역할을 짊어진 부분이 있었다. 왜 우리가 가족과 이렇게 갈등이 많을까, 같이 살다보면 갈등이 많긴 하지만 왜 이렇게 기이하게 되었을까 물음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해소되었다. 가족끼리 사회적 과업을 짊어지고 수행한다.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취업하고 그런 과업들이 가족의 의무가 되고 가족이 한 팀이 되어 레이스를 펼치고 이런 내용을 봤다.”
한 팀이 되어 레이스를 달린다는 말에서는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기본소득이 불평등의 해소와 가족주의를 옅게 할 것이라는 희원님의 말에, 동희님은 ‘가족을 통해서 생기는 이슈들이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과도 맞물려 있고 다른 정체성 영역이나 이런 것들이 얽혀서 가족을 만들고 가족의 이슈를 구성’한다고 말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동희님은 '기본소득이 빨리 되었으면 언젠가 엄마를 마주하고 앉아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여주셨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가족들 간에 건강한 거리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으신가요?
지선님의 이야기 ‘서로를 위한 안전거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지선님은 오랜시간 가족들에게 활동보조를 받으면서 경계가 침해되기도 하고, 안전거리를 위한 싸움을 계속 해오셨고, 타인의 변화는 논리적으로 이겼을때가 아니라 스스로가 소신껏 살아갈 때 따라오더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활동보조인과의 관계에서는 타인과의 관계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 사람이고 장애가 중요한 경험이긴 하지만 나 역시 성장하고 성숙해야하고 관대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에 (활동보조인과 갖는)불공평에 대해 문제의식 갖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 관대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도 고민한다. 활동보조 사례도 들었지만 모든 관계가 다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해서 관계 맺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만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너무 상처만 남기지 않는 소통 방식이 쓰일 수 있다면 가족이 아니어도 관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의 선택으로 누군가와 가족을 이루게 된다면 활보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 감이님의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상담소 감이 활동가는 ‘피임과 양육에서의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양육에 있어서는 두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고 싶은 욕심도 컸었지만, 그것 자체가 또다른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동을 필요로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사실은 공교육에서 페미니즘을 다뤄야하는 문제인데 말입니다. 양육에 있어 페미니스트로서 하는 선택들, 피임에 있어서도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분들을 솔직하게 나눠주셨는데요, 이어서 지선님은 “감이님의 이야기가 저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에게 엄청 지지, 도움이 될 것”이고 “이 자리에 모인게 누가 뭘 잘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나누는 자리”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감이님은 “그래서 이야기하게 되기도 했다. 사실은 페미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실천이 당연하고, 그것을 안하면 페미가 아닌 것처럼. 그래서 말머리에 나는 페미는 아니지만 이렇게 붙이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서 시선에서 봤을 때 이렇게 하면 페미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이지 않나. 그래서 여기하고 다시 가서 싸움을 시작할 것.”
페미니스트들의 시행착오들과 실패들을 서로 나누는 것,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 그것이 집담회에 모여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사회를 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는데, 다시 천천히 회고해보니 나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동지들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다음의 상담소 활동들도 기대해주세요!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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