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후기

 

 

1020,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청소년, 여성들이 함께 모여 광화문 광장에서 국회까지 길고 긴 행진을 했습니다. 이들은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거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마련된 자리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바로 우리가 여기에 있음을 알리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곳곳에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지, 어떤 사회적인 차별이 우리를 숨게 만드는지를 구호로 외치며 걸었습니다.

 

 

 

하늘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응원하는지 맑고 선선한 날씨였습니다. 여러 단체, 모임에서 온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하늘을 물드는 풍경이 퀴어퍼레이드 느낌이 났습니다. 해가 지고 있는 마포대교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행진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정체성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평등행진을 하는 공간은 단지 사람이기 때문에 모였고 연대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사람이라는 자격을 가진 그 누구라도 포용하고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 1000여 명이 만들어낸 광화문 광장에서 국회까지의 그 공간이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축소판인 것 같았습니다.

 

 

소수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명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제정 시도가 있었는데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제정 시도가 있을 때마다 혐오 세력들이 차별금지법의 차별 사유 중 성적 지향을 문제 삼아 격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제주도에 약 500명의 예멘 난민이 입항하자 난민 혐오로까지 번졌습니다. 평등행진 직전에 난민 환영집회를 한 이유입니다. 어느 사람들은 혐오 세력을 보며 아직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안 됐으니 차별금지법은 나중에야 제정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차별금지법은 지금 당장 제정되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소수자들은 사회로부터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평등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장 3시간 반을 걸어 도착한 곳은 국회 앞이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가장 마지막 관문이죠. 광화문이 소수자들과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공간을 상징한다면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이어진 평등행진 코스는 그 자체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물론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모든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평등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첫걸음입니다.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길 촉구합니다!

 

<이 글은 여성주의 상담팀 유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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