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수)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 <낙태죄 존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앎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는 <인구조절정책부터 임신중단 처벌강화까지 - 국가폭력의 역사, 낙태죄를 폐지하라> 라는 주제로,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여 여성에 대한 국가 폭력의 역사를 끊어내라!
한국은 1953년 형법을 제정하며 낙태죄를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낙태죄는 제정 때부터 사문화된 법이었습니다. 1950년대에도 한국 여성들 중 약 33% 정도가 1회 이상의 낙태를 경험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시에도 낙태죄 조항 삭제를 위한 주장이 국회 내에서도 있었습니다만 “전쟁 이후 상당한 인구 소모가” 있고, “주권을 유지하고 나갈만한 국가가 되려면 적어도 인구가 4000만 이상은 있어야 된다”라며 결국 낙태죄가 제정되었습니다.
1962년에는 국가가 나서서 낙태수술을 제공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인구증가를 억제 시키기 위해 인공임신중절 수술비용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낙태 버스가 만들어져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제공하고 낙태 수술을 받으면 불임시술도 함께 해줬습니다. 또한 한센병 환자를 단종시킨다는 반인권적 목표를 위해 90년대까지도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정관절제 및 임신중절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이천년대에 저출산이라는 개념이 해외에서 들어오면서 갑자기 달라집니다. 저출산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다시 낙태죄를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미래 기획 위원회 저출산 대응 회의에서는 낙태를 줄이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생각을 바탕으로 낙태 단속을 펼쳤습니다. 또한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산부인과를 검찰 조사하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비용은 10배가량 뛰고 타국으로 원정 낙태를 가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국가는 인구증가가 억제되어야 할 때는 낙태버스를 돌릴 정도로 법을 사문화시키고, 저출산이 문제가 될 때는 낙태죄를 들어 여성을 협박했습니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여, 여성을 인구 조절의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
임신중지가 죄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너무도 많습니다만 국가의 의료시스템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관련 보건 의료 정책이 통째로 비어있다는 것은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임신중지가 일어나는지 그 통계조차 없습니다.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은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현장에서 충분한 의료 시술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한 여성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수술 중 과다출혈로 큰 병원에 가야했지만 불법을 저지른 것이 두려운 의사가 신속한 대응을 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등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해주겠다고 하며 접근하여 여성을 성폭력하는 사건도 비일비재 합니다. 이렇듯 낙태죄 때문에 여성은 제대로된 의료에 대한 접근조차 어렵고 사망과 후유증,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생명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도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인권, 신체권, 재생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국익이며 누구를 위한 생명입니까? 낙태죄는 명백한 국가 폭력이자 국가의 책임방기입니다.
여성들은 검은 시위, 청와대 청원, 낙태죄 폐지 공동 액션 등 십수년간 낙태죄 폐지 요구 행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무응답인 상황입니다. 이제라도 낙태죄를 위헌판결 하여 낙태죄로 행해지던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합니다. 헌재는 위헌판결로 응답하십시오.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의원 황지성은 <생명을 선별하고 통재해 온 낙태죄는 위헌이다- 모든 사람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라> 라는 주제로,
생명을 선별하고 통재해 온 낙태죄는 위헌이다- 모든 사람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2018년 오늘 여성에 대한 역사적 폭력을 작동시킨 하나의 국가 장치를 국가 장치 스스로가 앞장서 철폐시킬 것인가 하는 중요한 순간을 함꼐 하고 있습니다. 형법 낙태죄의 위헌 판결은 국가권력 스스로가 불합리한 억압의 철폐와 성평등을 이제라도 중요한 국가적 이념으로 새기고 벼르고자 하는가, 아니면 폭력적 국가 장치를 방치하여 여성과 수많은 인구집단이 죽음과 폭력에 놓이도록 조장하느냐 하는 것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저는 방금 ‘여성’과 '수많은 인구집단’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여성’이 너무나 단일하고 협소하게 상상되면서 여성안의 차이들을 삭제하는 또 다른 ‘폭력’을 저지르고 있기도 합니다만, 여성안의 이러한 차이 삭제는 권력에게도 이득입니다. 집합으로서 ‘여성’들 간의 차이들을 횡단하며 권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개발독재국가는 낙태죄가 존재하기에 모자보건법으로 낙태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여성이라는 인구집단을 이분법적으로 분할시켰습니다. 정상적인 여성과 ‘비정상’ 여성들로 말입니다. 저출산이라는 인구위기 담론이 지금 여성들에게 낙태죄의 존재를 ‘새삼’ 일깨우고 있는 것처럼, 국가는 애초에 집합적인 인구를 통제관리함으로써 움직입니다. 국가는 언제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관리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정상’ 여성들에게 낙태죄는 오랜시간 사문화된 법이었다고들 하고, 지금 국가의 낙태죄 단속이 새삼스러울지 모르지만, 그 사이 우리사회에서 무수한 ‘비정상’ 여성들- 여기에는 모자보건법 우생학적 강제 불임이나 낙태 허용 대상이 되어온 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인 사생아, 혼혈아, 빈곤층 노동자 여성, 매춘여성, 10대 여성 등은 국가 인구통치의 강압에 의해 폭력적으로 재생산을 금지당하고 미래를 거부당해왔습니다. 비정상 여성들인 우리는 강제적이고 폭력적 국가 인구 통치를 언제나 항상 경험해 왔고, 그렇기에 낙태죄라는 국가 인구 통치 도구 철폐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개별 국가들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소수자, 빈민 등 ‘비정상’이나 ‘비생산적’ 인구에 대한 강제불임이나 재생산 금지의 폭력은 초국가적인 경향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흑인삶도 중요하다’ 캠페인은, 미국이 흑인 집단에게 시행한 강제적 단종시술과 재생산 금지라는 역사적 현재에 기반 해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감옥에 수감중인 여성들 상당수가 강제불임 시술을 받도록 강요받고 있고, 심지어 구금과 강제불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처럼 여성들 안의 차이를 분할하고 그 차이를 가로지르며 작동하는 국가 권력에 대해 도전할 떄 진정으로 도전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이자리에서 국가의 강압적 인구 통치 장치로써, 그리고 여성들을 분리시키고 여성들의 몸, 성, 행위를 강제적으로 규율하는 수단으로써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리고 인구 통치가 아닌 정의 실현과 인류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놓고 국가가 재생산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촉구합니다.
"국가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인구정책, 낙태죄를 폐지하라!"
감사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노새는 <남성 협박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행법, 낙태죄 존치는 곧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라는 주제로 발언하였습니다.
남성 협박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행법, 낙태죄 존치는 곧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민우회는 ‘불법인공임신중지’ 단속이 가속화되었던 2010년부터 임신중절관련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이 상담전화 중에는, 낙태죄를 빌미로 한 남성들의 협박 사례들이 있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등 심각한 폭력으로 파혼을 자처하게 된 남성이 결혼준비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걸고, 거기에서 불리해지자 낙태죄로 고소한 경우, 중절수술한 의료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며 수년 동안 스토킹과 협박을 지속하는 경우, 임신 후 약혼하였으나 남성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여성이 임신중단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하면 바로 고소하겠다’, ‘생명은 소중하다. 낙태는 살인인데 너는 살인마가 되고 싶냐’며 여성을 협박해 여성이 출산하였으나 ‘나 몰라라’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남성들은 여성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하거나, 여타의 소송에서 금전적인 불리함을 상쇄시키고자, 또는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거나 여성을 계속해서 자신의 통제 안에 두기 위해 낙태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낙태죄가 여성만을 처벌하며,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피임실패에 대한 책임을 오직 여성에게만 묻는다는 점, 여성만을 사회적 낙인 속에 가두는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임신의 지속과 중단 여부는 여성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고려되는 복합적인 결정입니다. 미투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데이트폭력·가정폭력·직장내 성희롱·디지털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가 매일같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기민하게 반응하지도, 강력하게 대응하지도 않는 사회, 여성의 이야기와 경험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가 생겼으면 무조건 낳아라’고 말하는 낙태죄의 존치는 그야말로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개개인이 처한 다양한 상황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여성이 임신의 지속과 중단 여부를 고민할 수 있는 사회, 그 고민을 지지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위해,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어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퍼포먼스는 현 임기 헌법재판관 9인 앞에서 '국가주도 낙태버스', '남성들의 협박도구', '비도덕 낙인' 등 낙태죄가 국가적·사회적 폭력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하고,
이에 헌법재판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여
낙태죄 위헌을 선고하는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 서명지를 제출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내일(2018.11.29.)부터 2019.3.8 세계여성의날까지 100일간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