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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보통의 승리: 안희정 위력 성폭력 사건 의미와 과제 토론회

[후기] 보통의 승리

안희정 위력 성폭력 사건 의미와 과제 토론회

 


지난 11월 4일, 안희정 위력성폭력 사건의 쟁점을 짚고 그 의미와 성과를 나누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맛있는 다과를 즐기며 “싸움의 끝에서 당신이 그리는 세상은?”이라는 제목으로 보통의 승리 이후 우리들의 다짐을 적어보았습니다.

 

 

사전 마당에서는 그동안의 공대위 활동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내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지 유심히 보고, 연대의 기운을 얻었다는 후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도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사전 마당에서는 이 사건과 연대했던 '나, 들'의 이야기를 몇 분의 이야기를 통해 나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세션은 한 가지 주제를 20장의 슬라이드로 나누어 각 슬라이드 당 15초씩, 총 5분간 발표하는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사건의 핵심이 머리에 쏙 들어오는 명쾌한 발표였습니다. 세션 이후에는 토크쇼를 통해 연대한 이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과제와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 또한 가졌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초대합니다.

 

세션 1. 사건 속으로

  세션 1은 총 4분의 변호사님들의 발표로 구성되었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는  김두나 피해자 변호사께서는 <현실 속 위력의 법적판단>을 '업무상 위력'이라는 키워드로 소개해 주셨습니다. 1심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되지 않았다"는 판결은 공기처럼 존재하는 위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그러한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님께서 법원의 <1심 판결의 문제>와 이를 둘러싼 시민들의 목소리를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을 중심으로 분석해주셨습니다. 재판부가 묻지 않고, 듣지 않은 안희정의 위력을 시민들의 변화한 성인식이 대신해서 짚어낸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서혜진 피해자 변호사님의 <성인지감수성 이전에 증거가 있었다> 발표를 통해 성인지감수성을 둘러싼 오해들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은 새로운 개념이 아닌 기존의 개념이며, 분명한 '증거'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안희정 위력성폭력 사건 역시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이에 부합하는 추가 증언과 구체적 물증이 제시되었고, 피고인 진술의 모순과 비합리성이 더해져 유죄판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발전된 논의를 통해 향후 피해자에 대한 재판이 아닌, 피고인에 대한 재판으로 바꿔 나야가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혜선 피해자 변호사님께서 <직장 내 사건과 증인들의 역할>을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는 관점에서 조명해주셨습니다. 수행비서라는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증인 진술은 피해자가 했던 돌봄과 챙김이 호감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 '노동'이었음을 재판부에 인지시켰습니다. 그리고 피해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 사실을 직접 들은 17명의 증언은 말 그대로 "손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음을 국민 모두에게 알리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두려움과 압박 속에서 진실을 말해주신 증인들의 용기에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션2. '통념'을 다시 '쟁점'으로

 세션2에서는 기존의 통념이 어떻게 판결의 쟁점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국회 여성정책연구회 대표를 맡고 계신 이보라 보좌관님의 <정치인 정무직의 노동>발표가 있었는데요. 국가공무원법의 치외법권 지대인 '수행비서'라는 직책의 특수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업무의 경계가 불명확하고 정치지도자 1인에 맞춰져 있기에, 정치지도자의 위력의 범위는 커지고 보좌관의 방어권은 형식만 남게 되는 것이죠. 정치의 젠더권력 교체, 세대 교체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음으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의 김수아님께서 <언론에 의한 2차피해>를 중점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포털서비스에서 제공되는 뉴스기사는 댓글과 조회수를 기준으로 실시간 검색어와 연동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타납니다. 또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저열한 뉴스 제목은 사안의 이해방식을 일방적으로 프레이밍하며, 피해자의 주장이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이 사회가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저널리즘 윤리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세션3. 공대위 활동을 중심으로
 
 세션3에서는 554일간 피해자와 함께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발자취를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한국여성의전화 닷님은 <공대위 액션, 시민참여>라는 제목으로 1심부터 3심까지 이어진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 현장을 생생히 포착해주셨습니다. 보통의 김지은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안희정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모습. 수 만 시민들의 연명과, 열기가 느껴지는 집회현장은 아직 이 땅에 정의가 죽지 않았음을, 이 싸움의 승자는 바로 우리임을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이신 배복주님께서 공대위의 <피해자 지원 및 동행>을 발표해주셨는데요. 2차가해 대응에서부터 고소장 접수, 기소 그리고 재판과정까지 공대위가 어떤 활동을 이어나갔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대위가 피해자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여성, 언론, 노동/사회, 국회 등 다각도의 전문가 지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 또한 탄원서와 의견서, 그리고 집회를 통해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우리는 앞으로도 연대할 것이고, 승리할 것입니다.

 

어딘가 존재할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의 잘못’임을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다는,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싶다는 김지은님의 편지는 모두의 마음속에 새겨져 아주 오래 남아있을 것입니다.

세션4. 토크쇼: 지금 여기에서

세션 4 토크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 운영자 중 1인이 매이님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매이님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팬클럽인 ‘팀스틸버드’의 운영진이기도 했는데요,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때 “안희정님의 비서가 위력 성폭력의 가해자란 말이야?”라고 반응했을 정도로 안희정 전 지사의 젠더, 성평등 관점에 대한 믿음이 항상 있었고, 미투운동에 대한 발언이나 토론 등을 중계로 보면서 박수치고 그럴 정도의 지지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알게 되고, 팀 스틸버드는 내부 논의를 통해서 지지를 철회하고 피해자를 지지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온라인 안희정 팬클럽 운영진들의 단체 톡방에서는 계속 안 전 지사에 대한 지지를 이어가자는 내부 결속과 독려가 계속 있었고, 그 장면들을 목격했어야 했다고 했고요. 

 

다음으로 진명선 한겨레 젠더미디어 슬랩 편집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안희정 사건 1심이 끝나고, ‘순두부’ ‘와인바’ 등의 조각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메울 때, 피해자 진술 기록을 입수해 두 주에 걸쳐 기사를 썼던 때를 들려주셨습니다. ‘여성’인 기자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의 입장에 대해서 쓰면 항상 ‘여성’으로서인지, ‘기자’로서인지 각각에 대해 해명해야 하고 ‘진실’을 입증해야 하는 같은 처지에 놓인다고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진단서의 문제를 파고들 때는 아무도 ‘어떤 입장’에서 그것을 취재하는지 묻고 의심하고 입증하라고 하지 않았었다고요. 그런데 왜 유독 성폭력일 때는 기자의 여성임을,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함을 결백함으로써 증명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객석 토론과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그 중 한 가지 의견은 이 사건에서는 ‘합의한 관계’ ‘불륜관계’가 아님을 ‘명백히’ 말하는 근거와 주장들이 많았는데, 합의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는 ‘선긋기’가 될 수 있는 운동 방향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혜령 변호사는 그런 성찰과 지적은 중요하지만, 사건마다 사실관계와 쟁점이 달라서 각 사건의 몫과 역할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야기하였고, 오매 안희정 공대위 활동가는 이 사안에서처럼 모든 대화나 문자가 업무관계에서만 한정되었던 사건에서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한 장면까지 친밀성의 증거로 해석되는 것을 보면서 ‘친밀함’ ‘합의한 관계’에 대한 공격은 모든 사건에서 연속적임을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앞으로 수 많은 자리에서 연대와 승리를 만들자고, 이것이 '보통의 승리'로 오늘을 부른 이유라고 함께 다짐하여 토론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것은 폭력이고, 젠더에 기반한 것이었음을 말하기까지, 사회적인 언어가 되기까지 부단히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오프라인에서, 검찰과 법정에서 말하고 움직여온 모두의 노력은 앞으로도 더 힘있게 계속될 예정입니다. :)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가림, 상근활동가 오매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