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일본에서 개최한 웨비나, 한국의 #미투운동
9/24 <한일여성사회운동포럼 : 한국의 #metoo운동>
9월 24일(목) 저녁 6시, ZOOM에서는 특별하고도 평범한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바로 일본 사회경제연구회가 주최한 <한일여성사회운동포럼 : 한국의 #metoo운동>이었습니다. 원래는 도쿄에서 열리려던 행사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가 결국 온라인 개최를 결정한 후 오랜 준비를 거쳐 드디어 열렸던 것이었습니다. 200여분 가까이 되는 일본 시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참여했고, 10명 가까이 되는 한국 활동가들이 또한 집과 자기 공간에서 참여해서 열띤 이야기와 교류를 나눈 특별하고도 평범한 연대의 시간이었어요.
일본 사회경제연구회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연구회인데, 일본의 사회운동 활성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일 사회운동포럼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하는데 그 첫번째 순서로 한국의 여성운동, 그 중에서도 #METOO 운동을 알고 배우고 토론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한국여성운동이 매우 활성화되고 다른 사회의 활동가들에게 귀감이 되는 상황인 것 같지만 사실 한국의 여성운동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겠지요. 이 시간에도 한국의 '4세대'로 불리는 영영페미니스트 운동은 발표에 포함이 안되지 않았나? 아쉬움도 있었고, 그러나 미투운동에서 영영페미니스트 운동이 분리되어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또한 '배운다'는 표현은 배울만한 대상이 먼저 있어서이기 보다 배움을 중요시 하는 시작점이 먼저 있을 때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해요. 개최해주시고, 제안해주신 사회경제연구회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
먼저 신기영 선생님(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대학원 인간문화창성과학연구과 부교수)의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 계보'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로 나누어 최근 혜화역시위와 N번방 공론화 운동까지 소개해주셨는데요, 바쁘게 활동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사안, 만나서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 모여서 만들고 유지하는 단체와 연대체가 계보로 다시 정리되니, 전업 활동가에게도 거리를 두고 우리의 활동을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발표는 두 개 였는데요, 한국여성운동연합 김수희 활동가의 '한국의 #Metoo운동과 여성운동' 발표, 그리고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활동가의 '반성폭력운동의 전선 - 고위공직자 성폭력 사건과 공동대책위원회' 였습니다. 김수희 활동가의 발표에는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의 활동 뿐 아니라, 미투운동 전후로 일어난 유의미한 사회적 현상과 변화들 전반을 소개해주어서 종합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김혜정 활동가의 발표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부산시장 성폭력사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과 그에 대응하는 활동, 피해자들의 분투와 한국사회 여론 형성 지형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발표 후 전체 질의응답, 그리고 여러 모둠으로 나뉘어서 교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여러 의미있는 질문과 논의 거리가 나왔습니다.
- 2019년 한국에서 낙태죄가 폐지되었는데 형법(강간죄) 개정은 왜 어려웠을까?
- 혁신세력(진보진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 지지 목소리 내는 남성들이 없는가?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 노동조합내 성차별적 태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 노동조합이나 조직 내에서 '성차별' 의제도 많이 문제해결 되는가
- 페미니스트 조직운영 쉽지 않은데 지속가능, 어떻게 하나
- 성폭력 피해 말고 성매매 경험에 대해서도 피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인가
-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활성화되었다면, 중고교에서도 페미니즘 배울 기회가 있는가?
- 낙태죄 개정과정 어떠한가?
- 한일 20대 남성성 문화 비교
- 미투운동과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
- 비정규직과 정규직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
- 노동조합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세대간 격차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들도 대규모 집회를 하는데 이러한 집회 문화가 교육의 효과인지, 다른 문화적 전통인지
한국에서는 미투운동에서 실무자로 참여했던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이 참여했는데요, 각 모둠에서 질문을 받으며 한국의 상황을 스스로도 돌아보고, 낯설고도 익숙한 자신 안에 쌓여 있던 생각을 꺼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미투운동과 민주화운동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는 '미투의 정치학'이라는 단행본도 출간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셔서 흥미롭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오매, 지리산(이미경), 주리, 유랑 활동가들이 참여해서 6시부터 11시까지 참여했는데요, 요새 줌 회의를 매우 많이 하고 있는데, 실무 진행의 부담감을 덜고 한국 운동의 의미와 성과, 혹은 전체적이고 부분적인 맥락과 쟁점을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왔던 질문들에 대해서 한국 활동가들도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후기를 나누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