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ist International Solidarity Program 2018]
#미투로 시작해서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으로 마무리
① STAR 루이지애나 중부지부 Megan Wilson과의 인터뷰
국제연대활동 일정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을 때, 루이지애나와 LA에 위치한 여성인권 단체들을 검색해보고 연락 방법들을 모았다. 홈페이지에 연락처가 나와 있는 경우도 있었고, 바로 연락할 수 있는 contact 페이지도 있었다. 우선은 방문 목적과 일정 등을 이야기 하면서 방문해도 될지 문의하는 메일을 각 단체에 보냈다. 그러나 보낸 메일에 대한 회신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거의 답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회신을 받은 경우는 정중한 방문 거절 뿐;;; 한 번 거절한 곳에도 한 차례 정도는 더 메일을 보내 다시 생각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는 등 질척거리기도 했음)
2주 정도 답신을 기다렸지만, 하염없이 시간만 지나갈 뿐 반가운 소식이 전달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루이지애나는 14시간, LA는 16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새벽에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통화를 하면 부족한 영어실력이 탄로나서 더 거절할 것 같아 불안하긴 했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 없었다.
단체들은 친절하게 우리 전화에 응대해주었다. 이전에 보냈던 메일을 받지 못했다는 한결같은 대답이 왔다. 회신이 온 곳도 있는데... 받았으면서 못 받았다고 하는 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메일을 다시 보내겠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귀 단체에 방문해도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은 단체들을 제외하고, 세 개의 단체(기관)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흔쾌하게 우리의 방문을 허락해주었다. 잔뜩 긴장해서 횡설수설 하는데도, 차분하게 우리를 기다려주고 집중해서 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이 단체들의 응답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 상담소의 활동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영문)에 최근 활동 내용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우리의 소개가 영어로 나와 있는 페이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관련 링크를 이메일에 복사해 넣었다. 최근에 해외언론과 했던 인터뷰 내용과 링크도 넣었다. 기관에 방문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미리 알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다.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답메일들이 도착하고, 상담소에 출근해서 당당하게 우리가 방문할 기관들을 알렸다.
우리 상담소와 비슷하게 성폭력 피해자 상담 뿐 아니라 성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캠페인, 사업들을 진행하는 STAR(Sexual Trauma Awareness & Responds)의 Central Louisiana Branch가 가장 먼저 우리의 방문을 받아주었다.
2018년 5월 18일, STAR 루이지애나 중부지부를 방문했다. 그곳은 숙소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단층으로 되어있는 건물에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 되어있는 실내. 따뜻한 푸른 계열의 실내가 아늑한 느낌이었다.
마침 지부장(Director)은 외부에 있어서, 메간(Resource Advocate)이 혼자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에 우리도 덩달아 긴장했지만, 준비해간 여성인권운동지도 <Feminist is Everywhere>와 상담소의 브로슈어, 엽서, 상담소 심볼 굿즈 등에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노란색 커피믹스 한 상자를 선물로 전달하면서 서로의 긴장을 조금 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래는 STAR의 활동가 Megan Wilson과의 일문일답이다.
* 감사하게도 우리 두 활동가가 루이지애나에 머무르는 동안 숙소 제공 뿐 아니라 STAR를 방문할 수 있도록 직접 차를 운전해서 우리를 인도해준 분이 있다. 우리 상담소의 오랜 회원이자, 현재 LSU(Louisiana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 논문을 집필 중인 김효정님은 STAR와의 인터뷰에도 참여하여, 루이지애나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여줌으로써 이번 인터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다.
파이&감이(이하 Q.):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 서울에 위치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이와 파이입니다.
메간(이하 A.): 안녕하세요. 저는 STAR(Sexual Trauma Awareness & Response) 루이지애나 중부지부에서 Resource Advocate을 맡고 있는 Mega Wilson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Q. STAR 홈페이지를 보니 루이지애나에 4개의 지부들이 있는데, 그 외에 지부가 더 있나요? 전국에 지부를 둔 단체인가요?
A 루이지애나 주에 4개의 지부가 있는 주(state) 기반 단체입니다. 배턴루지가 제일 큰 기관이랍니다. 저희는 2016년 1월에 오픈한 지부입니다.
Q. 저희 상담소는 80년대 말 90년대 초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폭력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지던 1991년에 설립되었답니다. 루이지애나에도 저희 상담소처럼 성폭력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웠어요. STAR의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시겠어요?
A. STAR는 1975년 설립되었어요.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폭력 트라우마와 관련한 인식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단체랍니다. 우리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사회적 변화들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억압과 성적 트라우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STAR 의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https://www.star.ngo/about-us/)
Q. 현재 STAR 루이지애나 중부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상담가 포함)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A. 저희는 Hannah Morace(지부장)와 Megan Wilson(주 활동가) 두 사람의 상근활동가와 상담 자원활동가 10명이 함께 운영하고 있답니다. 24시간 핫라인이기 때문에, 업무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두 활동가가 번갈아 개인 휴대폰에 착신을 하여 개인 전화로 상담을 받아 긴급지원도 함께 하고 있답니다.
Q. 루이지애나 STAR 지부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있나요? 서로 교류는 얼마나 하는지요?
A. 배턴루지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주도하고 있고, 그 외 지부들도 함께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답니다. 한 달에 한번씩 각 지부의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한답니다.
Q. 저희는 1994년에 부설 쉼터 열림터가 개소해서, 안정된 숙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STAR도 생존자 쉼터가 있나요
A. 저희도 생존자를 지원하면서 쉼터의 필요성을 느끼기는 하죠. 하지만 아직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가 별도로 있지는 않아요. 도움이 필요한 범죄 피해자들이 함께 지내는 15명 숙식이 가능한 쉼터가 있어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쉼터로 연계하고 있답니다.
Q. 저희 상담소는 전체 운영비의 30%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STAR는 어때요? 정부 지원을 받고 있나요? 만약 지원을 받는다면, 규모나 정부와의 관계가 어떤지 설명해주세요.
A. 네, 저희도 정부에서 직원(활동가) 급여와 생존자 지원에 필요한 지원금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특정 소요비용(STAR 공식 운영비) 외에는 사용이 안 되는 한계가 있답니다. 생존자들이 받는 서비스(법적/심리지원 등)은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비용들은 정부기금에서 주로 충당합니다. 하지만 교통편이나 전화가 없어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생존자들에게 특별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정부기금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Q. 홈페이지를 보니 개인 후원이나 회원들을 모집하고 계시던데요, 회원들은 어떻게 모으나요? 그들의 기부금은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궁금해요.
A.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기부자를 모으고 있어요. 성폭력 관련 인식개선 캠페인과 모금활동이 주로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들이랍니다. 특별한 선물이나 보답을 하지는 않지만, 브로슈어 등에 기부자의 금액별 리스트를 넣어줘요. 그리고 매해 champion of the challenge를 뽑아, 기부를 독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후원자들의 기부금은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주로 쓰입니다. 배턴루지 지부는 우버(택시)를 도입하는 등 저소득 생존자들이 STAR를 직접 찾아올 수 있는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때 후원자들의 기부는 큰 힘이 됩니다.
Q. 자원활동가들은 어떻게 모으고, 어떤 교육을 받나요?
A. 자원활동가들이 많이 필요해요.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활동을 자원활동가들이 많이 하고 있답니다. 캠페인 활동이나 상담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원활동가들을 모으고 있어요. 자원활동가들을 위해 상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워크샵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Q. 피해자 지원 절차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A. 성폭력 피해 상담 전화가 오면 가장 먼저 심리지원상담을 통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요.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직접 동행 등의 지원을 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오래 활동했는데도) 아직은 경찰들도 저희의 존재가 낯설기 때문에 경찰에 가면 저희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생존자들은 혼자보다는 저희와 함께일 때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되죠.
Q. HOTLINE으로 걸려오는 전화가 많은가요? 얼마나 되죠?
A. 하루에 3-5건 정도 상담 전화가 와요. 성폭력 상담을 주로 하지만 알코올 문제나 거주, 경제 문제 등을 상담하기 위한 많은 전화도 오고 여러 힘든 상황을 토로하는 경우들도 있지요. 전화가 없거나 교통편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등 상담전화 자체를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상담소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입니다.
Q. 상담 외에 사회적 캠페인도 많이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소개해주시겠어요?
A. 데님데이(DenimDay), 반성폭력 인식고양의 달(SSAM) 등의 연례행사들을 많이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해시태그 운동도 함께 하고 있죠. 요즘은 배턴루지 지부에서 #LiftEVERYVoice라는 해쉬태그운동을 진행 중이에요. 유색인 인권 운동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다양한 인종에 대한 차별에 더해지는 성폭력 경험을 더 많이 듣고, 생존자로 하여금 더 많이 말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하는 운동이랍니다.
Q. 미국 전체적으로 큰 이슈가 있고, 루이지애나만의 이슈가 있을텐데, 요즘은 어떤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A. 미국서부의 #미투 운동은 우리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답니다. 이전에 비해서 상담전화가 부쩍 많아졌는데, 그 이유가 바로 미투운동의 효과인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내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일어난 성폭력을 인식하게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은 “우리 주변에 성폭력은 없어”라고 단언하기 어려워진거죠. 그리고 루이지애나는 흑인의 비율이 60%이상이에요. 여성대상 범죄가 많이 일어나며 특히 여성살해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주이기도 합니다. 미국 전체에서 여성 대상 범죄 발생 3위를 차지하고 있지요(이전에는 2위였으나 최근 순위가 내려간 것을 확인하고는 메간이 좋아했다).
Q. 루이지애나는 다른 주 예를 들면 뉴욕이나 시카고 등에 비해 자본 점유율이 떨어지고, 특히나 유색인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데요. 이곳에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이거나 자원을 많이 갖지 못한 취약계층일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루이지애나 지역의 특성을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A. 맞아요. 자원을 많이 갖지 못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우버를 운영하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죠.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이 지역은 많은 한계가 있어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다거나 그 마저도 노선의 한계가 많고요. 택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배턴루지에서는 그런 자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법률지원을 위한 변호사나 활동가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죠.
Q.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없나요?
A. 음~ (고민 중) 한국은 요즘 뜨거운 이슈가 있나요?
한국의 강남역 사건으로 많은 젊은 여성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감당해야했던 불안/위험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처럼 한국도 #미투운동의 확산으로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사회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요. 엊그제 한국에서는 2000명 이상이 참여한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가 있었는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그 열기가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하면서 진지하고 때로는 위트있게 답해주는 메간은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생존자들은 늘 첫 상담전화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메간과 첫 상담을 마친 후에,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얻어 직접 STAR를 방문하게 된다고 한다. 본격적인 상담과 사건 지원을 받기 시작하며 생존자들이 “메간의 따뜻한 첫 번째 전화 상담 덕분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할 때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메간. 낯선 한국이라는 곳에서 온 세 명의 방문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메간에게 감사를 전한다.
(주말을 포함하여) 루이지애나에서 지냈던 4일 동안 우리는 뉴올리언즈, 알렉산드리아, 배턴루지 등을 다니며 미국 남부지역의 보수성에서 비롯된 인종별/성별 분리 현상들을 많이 목격했다. LSU 근처, 흑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허름한 동네와 잘 관리된 정원에 번듯하고 깔끔한 외관의 집들에는 주로 백인들이 보였다. 흑인과 백인이 뒤섞여있는 모습보다는 인종별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흑백 분리정책이 있는건가? 의심이 될 정도로) 버스 탑승객들의 자연스러운 자리배치도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미국 남부의 보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루이지애나는 한국에서 온 두 명의 활동가 눈에도 젠더/인종 등의 영역에서 평등을 이루기에는 아직 멀고먼 여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LA로 갑니다.
LA에서는 데님데이를 전국적인 운동으로 만든 Peace Over Violence와 여성자기방어훈련기관인 SHIELD Women’s Self-Defense System을 찾아갑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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