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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지하수 급습 사건

 

지난 주 상담소 지하 자료실에서 내려간 보듬이 상담원 선생님

발이 젖은 채 급히 뛰어 올라오셨습니다.

"지하가 물바다야!"

황급히 뛰어내려간 상근활동가들을 맞이한 것은,

3cm 가량 장판 위로 차오른 물더미.

자료실에 쌓아둔 박스와 모임터 정수기, 실내화는 이미 물에 불어있고,

물은 다른 방으로

배수로가 없는 현관까지 차들어가 있는 상태!

걸레 8개, 빗자루 4세트, 고무장갑 4켤레, 세수대야 3개가 동원된

물퍼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장판 위로 물을 걷으면 되는 상황은 이미 지나

두 시간 후 장판도 모두 치워졌습니다. 

"아! 우리에게 어째 이런 시련이!"

물퍼내기 작업을 하면서 노동요 부르듯 신세한탄 릴레이도 이어집니다.

윤상 소장은 자신이 부덕한 탓이라며,

보짱 활동가는 아무래도 직장을 잘못 택한 것 같다며,

오매 사무국장은 그러게 모두들 물을 아껴쓰며 덜 씻으라며,

미헌 원장은 그래도 샤워는 1회/일 해야 한다며,

미초 활동가는 지하수 물길을 돌리기 위해 기도를 하자며,

다음날 밤,

밤새 자료실로 흘러들어갈 물을 잡기 위해

두나 활동가는 급기야 최후의 아이템을 떠올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화이트는 2cm 두께까지 물을 흡수하고

그 자리에서 무사히 버텨주었습니다.

화이트가 아니었다면!

 


누수탐지업체, 상수도사업본부 내외부 탐지 결과

집 안 배수나 보일러에도 문제가 없고, 상하수도관에서 새나온 것도 아니라 합니다.

도심 지하를 떠도는 지하수가,

오래된 집의 약한 틈을 뚫고 침입했을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었습니다.

아니면 건물 아래에 살고 계셨던 건수가

조금씩 스며있다가 점점 더 커져 터진 것 같다는 의견.

 

무너진 방수층을 찾아내는 공사는 비용도, 효율도 감당이 안되어

결국 보일러실 옆 지대가 낮은 곳에 집수정을 설치했습니다.

물이 어느 정도 이상 모이면 양수기가 물을 올려

하수도로 보낼 수 있도록 장치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바닥의 누수가 완전히 끝났는지 지켜보고 있는 중이고,

해결되었다고 판단되는 즉시 장판을 다시 까는 공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자료실 구석에는 지금도 계속 샘이 솟습니다.

여름에 홍수가 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모든 기술자가 출장을 와도

"글쎄요... 이게 물이라는 게 참..."

"앞으로 계속 나올 거에요, 해결은 없을 거 같아요"

 

물이라는 게 참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것 같습디다.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20년된 주택님, 건수와 함께 온 몸이 쑤시고 많이 아프셨겠소"

"지하수야, 부디 물길을 돌려다오"

"건수여, 그동안 잊고 살아 미안하오. 얼굴 보았으니 10년 후에나 만납시다"


 

매일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상담소 지하 모임터, 면접상담실, 자료실, 회의실이

다시 제 일을 가동할 수 있도록!

응원과 기원을! 

 

ps, 상담소 물난리 소식에 마포구청 양수기를 들고 급히 출장와주신, 합정동주민센터 한석구 사회복지사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