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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인턴, 「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를 읽다!


섹슈얼리티 강의두번째쾌락폭력재현의 정치학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 변혜정 엮음


섹스(sex)는 물리학적으로 타고 난 성이라면, 젠더(gender)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혹은 형성되는 성이라고 정의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섹스는 성차이며, 젠더는 성별이라고 구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섹슈얼리티(sexuality)는 무엇일까요? 『섹슈얼리티 강의』를 읽고 나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는 연애, 자위, 섹스와 임신, 미혼모, 성폭력, 성매매, 동성애와 이성애, 포르노그래피, 영화 속 섹슈얼리티, 신여성 등의 키워드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각 담론별로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그와 동시에 기존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도 늦추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의 근대사, 한국 영화, 한국 여대생의 연애 등의 우리의 삶과 밀접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금 바로 내가 있는 한국과 그 안에 있는 나의 상황을 파악하기 쉽게 합니다. 그리고 여성 전체를 젠더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뭉뚱그려서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여러 범주에 있는 여성들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며 사회 속에서 개개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모습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다소 어렵습니다. 적어도 제가 전에 읽었던 『성폭력에 맞서다』보다는 쉽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 지식이 얕아서일 수도 있고, 이 책이 개인적이라고 규정되는 낙태, 성매매, 미혼모 문제 등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저에게는- 다소 낯선 주장을 하고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었던 주제는 역시 <여대생의 연애 경험>이었습니다. 제목이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고, 저 역시 연애 공화국 대한민국 여대생으로서 연애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대생들에게 연애는 통제가 가능하고 한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이벤트의 일종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러나 결혼은 전통적인 집안끼리의 결합과 이를 통한 물적 기반의 강화라는 의미로 그들이 인식한 결과, 성통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대생들은 경제적으로 독립된 자아라고 보기 어려우며, 그 결과 전통적인 사회∙경제적 기반인 결혼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대생의 연애를 통해 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 및 인간관계의 확장 등과 결합이 필요하며, 이 결과 여성 개인 뿐만 아니라 여성 전체의 삶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됩니다.

 

또한 이 책은 의사가 의사를 고발하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의 구도로 논쟁이 벌어지며, ‘낙파라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최근 낙태에 대한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남성에게는 성에 능동적이기를 바라고, 여성에게는 성에 수동적이기를 바라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피임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미혼 커플의 경우 임신은 낙태라는 당연한 귀결로 치닫습니다. 이 때 여성들은 스스로의 주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고 그 결과 성적으로 불완전한 주체로서 여자라는 절망적인 정체성에 대한 자각을 겪게 됩니다. 이 때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에 대해 사회는 생명 존중의 윤리를 바탕으로 여성에게만 도덕성을 비난하지만, 가부장적인 규제가 엄격하게 여성에게 적영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혼 여성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태 금지는 태아를 통해 여성, 특히 미혼 여성의 몸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우리가 가부장적 규범과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 미혼모, 동성애, 성폭행 등 민감한 섹슈얼리티 문제를 논의하고 세상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섹슈얼리티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파악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으로서의 우리를 자각함과 동시에, 또 그 속의 다양함과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할 때 우리의 목소리가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보미 / 경희citiNGO 인턴십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