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풀입니다. 올해로 세 번째 친족 성폭력 생존 기념 축제가 열렸습니다. 저, 풀은 첫해에 참여하고 작년에는 참여하지 못해 올해는 어떻게 펼쳐질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축제 준비 기획단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마음가짐은 우리 축제에는 가면을 쓰니 오순도순 모여 가면을 꾸미며 이야기를 나눠야지..! 하며 가볍게 시작했는데요, 준비 시간이 밭은만큼 텐션 있는 기획회의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행사를 할 때 보면 작은 부스들이 있잖아요,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참여 이벤트를 하는 자리.. 저는 이번에 이 ‘사전 부스’를 담당하게 되었어요.
손수 꾸민 가면을 취향껏 고르시면 핫팩과 공폐단단(친족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 소개지, 민우회에서 빌려주신 방석, 그리고 행진 때 들 피켓을 드렸어요. 책 후원을 해 주신 마티 출판사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베를린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맨발로 도망치다-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의 기록』 두 책을 축제 sns인증하신 분들께 증정해 드렸습니다.
정오를 시작으로 인사와 함께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상한 ‘정상가족’ 을 강화하는 말들이 적힌 벽돌로 지어진 집을 부수는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착용한 동은 유랑 활동가가 친족 성폭력, 아동학대 등의 말이 적힌 폼 보드 벽돌과 창문, 대문을 부숩니다. ‘정상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자의 편에 서서 오히려 피해자를 문제 삼았던 그 집이 부서집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하며 우리는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집을 구축할 권리가 있고, 오늘 하루만큼은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오지은님의 지지공연이 이어졌어요. ‘작은 자유’ 의 노랫말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같은 하늘 아래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다음은 행진입니다. 보신각에서 출발하여 갤러리 골목을 지나 경복궁을 거쳐 매.마.토(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진행되는 공폐단단의 정기시위)가 열리는 장소인 칭경비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친족 성폭력 일상 속 어디에나 일어난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가부장적 ‘정상가족’ 폭력을 은폐한다
우리의 연결됨을 축하하고 서로의 곁이 되자
오늘 하루 우리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
이번 축제는 생존자 뿐만 아니라 공동 주최하는 단위들과 연결되어 풍성한 연결 지지망안에서 뛰어놀았습니다. 2년 전을 떠올려보면 드넓은 공간에 피해생존자로서 선다는 것이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좀 더 유연하게 피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제 3회 친족성폭력 생존 기념 축제 <좋지 아니한家>. 발언해 주신 분들의 빛나는 말을 기록하며 끝을 맺을게요.
제도가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성격을 바꾸는 것을 지향합니다.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그려내면 좋겠습니다. (타리)
조금이나마 희망의 변화에 더 주목합니다. 이 모두는 이곳에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가능합니다. 우리가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루나)
내게 필요한 것은 안전 그 자체라기보다는 안심이었다 (무명)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구호 마련에 감사드립니다. 연결된 우리가 서로의 집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연대하겠습니다. (현장자유발언)
당일 발언문 전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자원활동가 풀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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