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담소는 지금/故장자연씨 사건 관련 대응활동

죽어서도 잠들지 못하는 故 장자연, 연예계 '성접대' 관행 철폐는 불가능한가?

- 재점화된 여성연예인 사건, 여성연예인 성접대 관행은 성착취 이자 성폭력이다.





시 故 장자연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장자연 리스트’의 재수사 여부에 대중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그의 사망 2주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故 장자연씨의 친필로 추정되는 편지가 그의 지인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SBS는 지난 6일과 7일 8시뉴스에서 장자연씨가 남긴 친필편지 50통과 그 내용을 공개하였다. 곧 이어 8일, 언론 보도를 통해 장씨의 편지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2009년 당시 부실수사 의혹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더욱이 장자연씨의 친필과 일치한다는 필적 감정 결과가 보도되어 증거불충분을 주장했던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의 성접대 관행은 망자의 한으로도 풀 수 없는 철옹성?

이러한 고인의 사건에 대한 경․검의 부실수사 질타와 재수사 촉구는 7일과 8일에 이어진 여성단체 기자회견에서 재차 주장되었다. 2009년 사건 수사 당시 고인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폭행, 협박한 고인의 소속사 대표와 이 사건을 최초로 언론에 유포한 매니저를 제외하면 검찰에 기소된 관련자는 없었다. 접대를 명목으로 고인을 소개받고 폭력적인 성접대를 요구한 언론, 금융업, 방송 관계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 되었다. 1심에서 소속사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무겁지 않은 형량을 받았지만 항소하였고, 현재 검사도 이에 맞서 항소한 상황으로 법원의 판결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3월 8일 여성의 날 열린 여성단체의 故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 모습


이처럼 장씨의 자필편지가 재차 논란이 되는 이유는, 수사기관이 연예계의 여성연예인에 대한 착취․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여 엄중히 수사하지 않고 ‘연예계의 관행’으로 가볍게 처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소속사 3층 내부에서 발견된 사워실과 침실을 갖춘 ‘접견실’의 존재는 고인의 기획사에서 행해졌던 성접대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으나, 제대로 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3월 8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고인의 자필편지 내용에 따르면, 장씨가 죽음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본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겪고 있는 ‘관행’으로서의 폭력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재수사 논란, 여성연예인의 인권에 초점 맞춰야

여성단체들은 3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적인 재수사뿐만 아니라 연예계의 잘못된 성접대 관행과 여성연예인의 인권 보장을 함께 촉구하였다. 장씨의 죽음을 둘러싼 연예계 성접대 논란의 초점이 ‘관행’의 문제가 아닌 폭력과 불법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의 초점이 ‘장자연 리스트’ 실명 공개가 된다면, ‘권력형 비리 척결’이라는 명목 하에 ‘여성연예인 인권’의 문제는 해결의 끈을 놓게 될 것이다. 여성으로서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들, 특히 10대 여성들이 성접대를 하나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뿌리뽑아야할 이상 현상임에 다름없다. 
   

꼬리에 꼬리를 문 소문과 폭로들, 여성연예인 관련 비리는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

장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여성연예인들이 겪는 성접대와 폭력의 실상을 알려냈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금 수사기관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필편지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여성연예인들이 겪고 있는 반인권적인 업계의 ‘관행’들을 뿌리 뽑겠다는 스스로의 수사의지여야 한다. 2009년에 화제가 된 가수 A씨의 스폰서 제안 발언과, 2010년에 불거진 모델 B씨의 성상납 발언 등 여성 연예인들을 둘러싼 남성 재력가들의 ‘은밀한 제안’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며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한 번 이 사건이 묻히게 된다면, 경․검이 여성연예인들이 경험하는 폭력을 고위층 남성들의 특권으로 넘겨버렸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자필편지 공개가 여성 연예인들과 연예지망생들이 다시 한 번 좌절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전면 재수사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