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없는 사회'라는 상담소 활동가들의 희망을 이 광풍의 끝자락을 붙잡고 불태워봅니다.
그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는 상담소 활동가들이 본'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있어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쟁점입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재판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의 해결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상영된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뜨거워지자 국회는 장애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강화시키는 일명 도가니법이라는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최근 성폭력 관련 정책은 가해자 처벌에 집중되거나 아동 부분에 성폭력관련법들이 강화되고는 있으나 실제로 이것이 얼마나 성폭력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범죄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건과 달리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하게 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서가는 법제도적인 개선과 달리 관련 수사재판담당자들의 인식부족으로 피해자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거나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도가니>의 한 장면
진술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다?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피해 후 장애여성이든, 비장애여성이든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공판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장애인여성의 경우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고,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례를 보면, 지적장애여성인 피해자 A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이 강간피해를 입었는데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였습니다. 피해자 A는 중학생으로 귀가하다 모르는 남자로부터 강간피해를 겪었고 이후 고소를 하여 기소는 되었으나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상담소에 전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지적장애여성인 피해자A가 여러 차례 진술을 반복한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반복된 진술상황에 노출되었을 시 진술의 일관성을 가지기가 어려운데 무조건 진술의 일관성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판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지적장애인은 수와 날짜 개념이 약하여 구체적 진술이나 표현에 한계가 있고, 그러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판결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도가니>의 한 장면
상호이해를 돕는 매개자의 역할 - 절차보조인 제도
영국의 사례에서는 절차보조인제도를 시행하고 경찰이 한 질문을 절차보조인이 지적장애인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합니다.
우리사회도 2011년 초부터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러 단체들은 ‘사법절차보조인’제도를 도입할 방안을 연구하고 구체적인 입법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장애인의 수사․재판 절차 및 의사소통을 보조해 줄 보조인 제도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현장에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은 사법절차보조인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 및 장애인인 피해자의 신뢰관계자가 동석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만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신적, 신체적 장애로 인한 피해자의 심리적인 위축을 완화시켜 피해사실을 용기 있게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고려해 볼 때, 비장애인 중심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적장애인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피해자의 부모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와 수사기관 및 법정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입니다.
영화<도가니>의 한 장면
심리적인 안정과 별도로 피해자의 절차참여권을 확보하고 수사기관 및 법정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기 위하여 장애 및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절차보조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재 법무부에서 이 제도에 대해 논의 중에 있고, 이후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지적장애인의 언어의 의미를 수사기관 및 법정에 전달하고 수사기관, 법정의 언어를 장애인에게 전달하여 신문을 원활하게 하고 상호이해를 돕는 매개자의 역할을 진술보조인에게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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