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없는 사회'라는 상담소 활동가들의 희망을 이 광풍의 끝자락을 붙잡고 불태워봅니다.
그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는상담소 활동가들이 본 '영화 도가니를 통해 본 남성 성폭력' 입니다.
영화속 민수처럼 남자아이들도 성폭력피해를 입을까요?
피해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가해자들을 엄격히 처벌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남자 아이들도 성폭력을 당한다고요?_영화 <도가니> 읽기 (3)
영화 '도가니'에는 성폭력피해를 피해를 입은 아이들 중에는 남자아이들이 있습니다.
‘도가니’를 본 관객들은 도가니 속 가해자들의 끔찍한 행동을 당최 이해할 수 없지만
특히 교사 박보현이 민수와 민호 형제를 성폭력 하는 장면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제 주변사람들도 민수와 민호처럼 남자아이들도 성폭력피해를 입는지 묻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어떤 성폭력피해를 입는지, 가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합니다.
남성들도 성폭력피해를 입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남자아이들도 성폭력피해를 입습니다. 성인 남성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성폭력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 즉 힘의 차이를 이용하는 범죄인만큼, 남성들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사진: 도가니 홈페이지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영화 속 민호나 민수처럼 상대적으로 물리적, 사회적 힘이 약한 아동․청소년이나, 학교와 군대, 직장에서 지위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동 ․ 청소년의 경우는 전체 성폭력피해자 가운데 6-7%가 남자 아이들이고 군대에서도 15.4%가(2004, 한국성폭력상담소 군대 내 성폭력실태조사) 성폭력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서도 내담자 중 약 4% 가 남성 피해자인데요.남성 성폭력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남성 피해자는 드러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 중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남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은 높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성폭력은 여성에게만 일어난다는 생각 때문에 남성성폭력피해를 가볍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에 관한 침해로 생각하는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여성과 사회에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남성들의 경우는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이지요. 주변사람들뿐 아니라 피해 남성 본인도
성폭력피해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이나 신고로 이어지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성폭력피해를 입은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남성인 자신이 성폭력을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대한 수치심으로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합니다.
피해사실 자체뿐 아니라 자신의 남성성이 훼손되고 무시되었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비하하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남성 성폭력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성 성폭력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코 소소하거나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남자답지 못해서’ 또는 가해자가 ‘동성애자’라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요(남성 성폭력가해자의 대부분은 이성애자 남성입니다). 남성성폭력도 타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성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 부녀에서 사람으로
남성성폭력피해에 대한 미비한 사회적 인식은 성폭력과 관련한 법 조항에서도 드러납니다.
최근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이 개정되어 강간죄의 객체가 여자 아동·청소년에서 아동청소년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형법(297조)에서 강간의 객체는 부녀입니다.즉 성인 남성은 강간피해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여성인권단체, 성소수자인권단체에서는 성폭력과 관련된 형법 개정을 주장해왔습니다.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여야 하며,
강간이라는 범죄는‘정조’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자존감’의 침해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강간죄 구성에 있어 피해자는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화해야하며,
피해 구성 요건도 ‘여성의 질’뿐만 아니라 구강이나 항문,
그리고 남성의 페니스뿐 아니라 다른 이물질의 삽입도
강간죄 성립의 조건으로 포함 되어야 할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외국의 법을 참고해 보아도 성적 자존감에 대한 침해를 만드는 기준은 대체로 ‘신체 삽입’에 있습니다.
독일 형법은 “성행위”를 성폭력의 기본적인 행위개념으로 설정하면서,
“성교 또는 신체삽입과 연관된 유사성교행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규정체계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형법은 강간을 “사람에 대한 성적 삽입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며(제 222-23조),
미국의 주법도 대체로 "sexual intercourse" 를 구강성교와 항문성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고,
뉴저지주 형법의 “sexual penetration"이라는 개념은 독일의 신체삽입행위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우리사회가 ‘도가니’ 속 민호와 민수가 입은 피해가
유리나 연두의 피해보다 ‘가볍거나’
아무래도 남자아이들의 ‘상처가 덜 할 것’ 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성폭력피해 사실을 밝힌 200명의 남성들(2010.9) 사진: 오프라윈프리쇼 홈페이지
우리 안에 이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사회적 통념 때문에 가해자들의 죄가 가벼워져서는 안되나까요.
피해자가 누구든,
남자인지 여자인지,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동인지 성인인지와 상관없이
개인의 성적 존엄성을 침해한 가해자들은 엄격히 처벌 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사회는 성폭력 범죄가 ‘여성의 정조’ 침해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하며, 피해자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 이를 반영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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