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고려대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 학생의 사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사실
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밝힌 최영희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장)에 따르면
피의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피해자는 평소 이기적이다/아니다
- 피해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아니다
- 피해자는 사이코패스다/아니다


이에 대한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크게 분개했습니다.
“해도 너무 한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 이라며,
반성하기는 커녕 자기 구명에만 급급한 가해 학생에 대해 분노를 쏟아놓았습니다.

아마 피해자도 이 사실을 접하고 크게 분노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었겠지요.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동기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 설문조사라는 수모를 겪은 피해자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가해 학생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걸까요

 
아마 이 설문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평소 이기적이고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였으며 사이코 패스 기질이 다분했다’는
동기 학생들의 의견을 확보해 성폭력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할 계획이었을 겁니다.
 
이쯤 되면 가해 학생이 스스로 자기 발등 찍은 것 같고,
빵빵하다던 변호사들은 비싼 수임료를 받고 무슨 조언을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가해학생 측은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징계나 처벌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가해자의 뻔한 꼼수_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자"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부리는 이러한 꼼수가 사실은 자주 먹힌다는 겁니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을 접한 사람들 대부분이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야한 옷차림을 하는, 밤늦게 다니는, 사생활이 문란한 여성들에게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다’는 강력한 통념은
성폭력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리고 피해자를 비난하게 합니다.
성폭력 가해자는 이런 통념을 이용해 가해 사실을 은폐하고 부인합니다.

가족, 친구, 수사 및 재판과정의 담당자,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의심받는' 피해자는 피해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가해자만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일쑤입니다.
 
얼마 전 한 성폭력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과거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지 않았는지’를 추궁당한 피해 여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만 보아도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재판과정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 학생은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지요.

 

피해자 비난말고 가해자 처벌하라! ⓒ 한국성폭력상담소

밤길 조심은 가해자부터! ⓒ 한국성폭력상담소



'꼼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_ 내 안의 통념을 경계하고 변화시키기

가해 학생이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꼼수를 부릴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성폭력 가해자들의 꼼수에 동조해 온 우리사회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일상과 수사 재판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
가해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통념을 활용하는 것은
이미 ‘먹히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 사회와 고려대 징계위원회, 그리고 재판부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이러한 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 안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경계해야 합니다.

만약 피의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피해자가 이기적이고 사생활이 문란했다'는 학우들의 증언이 지배적이더라도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성폭력 사건과 무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 뿐 아니라 많은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이와 같은 질문들을 해보고, 나의 통념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폭력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의 기준은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 아니라 반드시 가해자의 악의적 행동에 있어야 합니다. 

성폭력 가해자들의 꼼수가 먹히지 않는 사회여야만
성폭력 피해자는 재차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고,
가해자들에게도 충분히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와 고려대학교 징계위원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엄격한 징계와 처벌로 성폭력 가해자들이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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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df 2011.09.02 1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대 분위기는 일반 과와 많이 다릅니다.
    장래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있는 과다 보니 과 외부에서 추파도 많이 받는 편이지만
    더 무서운건 과 내에서 여러 남자한테 추파 뿌리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여러명한테 한거 사람들이 알면 가만 있나요? 그러다 보니 자기는 절대 그런적 없다며 남자를 ㅄ만들죠.
    이게 얼마나 상대 남자 인생을 깍아먹는 일인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 Wkwmdsksp 2011.09.03 1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해보셨나보네요...
      개개인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이 사건에서 요점은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느냐,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느냐, 그리고 이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받을 것이냐가 아닐까요?

      논점을 흐리는 생각들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핵심은 아주 간단한 건데요.

    • si 2011.09.04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이해 못하는 건지..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지..당신한텐 모든 여자가 꽃뱀으로 보이나 보군요.

      어떻게 여기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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