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태풍이 오더니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것 같습니다.
이런 장대비 속에서 집을 두고 도심 한복판에서 천막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길래 물난리가 날지 모를 두려움에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걸까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금양물류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피해와 부당해고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
벌써 2년여간 계속 되고있는 싸움이지만 주로 지역 신문과 인터넷 언론들을 통해서만 알려져온 사건입니다.
최근 성희롱 피해 당사자와 대리인이 함께 서울로 와서 장기간 농성에 돌입한 이후 일간지에도 조금씩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기사읽기 클릭).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09년 4월,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현대차 협력업체 금양물류의 여성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사측으로부터 감봉등의 부당 징계를 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기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요.
인권위에 진정을 넣자마자 돌아온 댓가는 '해고'였습니다.
올해 1월, 인권위가 성희롱 결정을 내리고 사측에게 손해배상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성희롱 피해자가 책임을 물을 곳은 없었습니다.
인권위 진정이후 두 달도 되지 않아 회사측이 직장 폐쇄를 했기 때문이죠.
더욱 황당한 것은, 사측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가해자들을 고용승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직장내에서 경험한 성폭력 사건을 해결할 의지로
회사에도 알리고 인권위에도 진정을 넣었지만,
해결은 커녕 피해자만 해고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현대차 안산공장에서 그가 1인 시위를 할 당시,
사측에서는 그에게 시위를 방해하는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희롱 당사자분의 길고 긴 싸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부터 현대차 본사에 항의하고 정부부처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당사자분과 대리인은 싸움의 장소를 서울로 옮겨왔습니다.
천막에서 바라본 청계천입니다. 비가 많이 오던 화요일, 높아진 청계천 수위에 놀라 달려온 경찰들과 기자들이 보이네요. 다행히 이날 비는 오후에 그쳤습니다.
천막 옆에 세워져 있는 2년여간의 싸움의 기록입니다.
매일 저녁 7시, 청계천에서는 성희롱 피해 당사자를 지지하고 복직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립니다. 지원대책위에 함께하는 단체가 번갈아서 문화제를 기획하며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동부, 인권위, 여성부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조속히 마련되어, 정부차원의 해결방법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최근 현대차 협력업체인 사측의 행동을 보면
피해자에 대한 거짓 소문들을 만들어내어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를 힘들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사건들에 대처하는 가해자와 사측의
정말 식상하고 지리멸렬한 방식의 반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 광화문 일대의 물난리를 생각하면
지금 천막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청계천 인근은 너무 불안합니다.
비가 조금 덜 와주길, 더위가 빨리 물러가주길 바라며
농성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납니다.
빨리 부당해고 처리가 취소되고 원직복귀가 된다면, 이 길고긴 싸움은 끝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 또 다른 싸움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이의를 제기하며 싸우다,
이 사실을 알리려 서울로 온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기사읽기 클릭).
부채를 안고 파산했던 경북 경산의 경상병원을 인수한 정안의료재단은,
인수 조건으로 병원의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되려 이전 병원의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어,
현재까지 고용승계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8일에 열린 경산삼성병원 용역업체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모습입니다.(사진출처: 진보네트워크 참세상)
여기서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사측이 용역을 고용하였고,
이 용역업체가 노조간부인 여성들을 탄압하기 위해 '강간, 성매매'를 이용하려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된 것입니다.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있던 날,
500일이 넘게 농성중인 재능교육 노동자의
사측의 용역업체에 의한 성희롱 경험 발언이 있었습니다.
경산삼성병원의 노조탄압 시도에서
여성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용역들이 성폭력을 자행할 것이 의심된 이번 사건처럼,
여성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성폭력이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더 이상 어떤 공간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이 성폭력으로 인해
노동권과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이들의 싸움을 지지해주세요.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블로그 바로 가기>
<경산삼성병원 노조탄압 관련 성명서 읽어보기>
'이슈를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살아나 현장에 돌아가는 날까지"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을 위한 1인 시위에 다녀왔습니다! (0) | 2011.08.03 |
---|---|
강용석, ‘헌정 사상 최초’로 성폭력으로 의원직 박탈한 국회의원 되나? (0) | 2011.07.01 |
‘명문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센스 넘치게 주목하는 tip! tip! tip! (0) | 2011.06.10 |
남녀평등신호등, 남녀평등 내세워도 반갑지 않은 이유 (0) | 2011.05.11 |
피해자 리더십, 살아 움직이는 피해자의 힘을 말한다 (0) | 2011.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