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이제 한달하고도 이틀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수사의 윤곽도 잡지 못 하고 있으며,
소위 '리스트'에 있는 인물의 조사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 사건 역시
이제까지 여자 연예인 죽음에 대한 수사 처럼
'의혹만을 남기고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관련하여
지난 4월 6일, 고 장자연씨의 죽음과 관련하여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힘입어 성씨로 거론되었습니다.
국회 동영상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 방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 조선 방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보고받으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국회에서의 질의,응답 과정이 동영상을 통해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언론들은 이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OO일보> <스포츠OO>으로 익명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00 일보, 해당 일보 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신문사가
바로 다른 신문사가 아닌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더욱 속터지는 것은 경찰이 대놓고 수사를 미적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온 것은
수사가 시작된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말을 바꿔온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초에 경찰은 지난 9일 고인의 사망 3일만에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2. 언론이 일명 ‘장자연 문건’의 존재를 보도한 뒤인 지난 3월 14일에야 전담 수사반을 꾸렸다.
3. 3월 15일 “KBS에서 제출받은 문건에는 폭행과 성상납,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실명이 몇 명 거론되었다”라고 말했다.
4. 불과 이틀 뒤인 17일에는 “언론사로부터 특정 인물의 이름이 지워진 채로 받아 이름을 확보하지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 다시 18일에는 “문건에 관계된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리스트 자체를 부인했다.
6. 지난 4월 3일 오전, "최종 수가 결과 발표 때 문건에 누가 나왔고,유족들이 고소한 피고소인이 누구며 어떤 사람에게 어떤 혐의를 두고 수사해서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다 밝힐 것"이라며 "문건 원문을 공개할 지는 유족 의견을 들어야겠지만 나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7. 그러나 불과 일곱 시간 뒤에 "모두 공개할 것'의 의미는 실명공개가 아니다"라며 다시 번복하였다.
8. 경찰의 말 바꾸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어지자, 주 3회의 경찰 브리핑을 주 1회로 축소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내어 놓았다. 그러면서 “경찰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이해하라는 걸까요?
경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고,
외부 권력의 외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걸까요?
많은 신문사들이 특정 언론의 눈치를 보며
차마 특정 언론사의 이름도 기사에 올리지 못하고 익명보도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바로 그 특정 언론사, 조선일보 앞에서 모였습니다.
여성인권단체로서 목소리를 내어
경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여자 연예인의 접대성 성매매를 강요하는 권력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은 4월 8일 오전 10시 30분, 조선일보사 앞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자회견 내내
취재하는 조선일보 기자는 눈에 띄지 않았고
조선일보 뿐 아니라, 다른 대한민국의 큰 신문사들도 취재 기자들 중에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까지 故 장자연씨 사건 관련해서 열었던 기자회견 중에서
가장 많은 단체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분노와 규탄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 소장은
수사가 미온적으로 그치고 사건이 흐지부지될 것에 대한 위급한 마음으로 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으며, 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를 질의하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어제가 신문의 날이었는데, 이미 신문과 방송은 다 죽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MBC, KBS 지금 뭐하고 있냐, 석고대죄해야 한다."라며 언론의 익명보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조선>은 사설에서 당시 이학수 삼성전자 구조본부장, 홍석현 주미대사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고백할 것은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제 그 말을 <조선>에게 돌려주자"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원민경 변호사는 "경찰이 조사 대상자를 소환하는 대신 방문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전직 대통령도 검찰에 나가서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의지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김성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는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 유지와 연결되어있는 언론사이며, 조선일보 눈치보며 보도를 꺼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에 대해 규탄하였습니다.
나영정 진보신당 대외협력실 국장은 "조선일보가 그렇게 좋아하는 탐사보도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왜 다른 때에는 탐사보도 운운하다가 지금 신문사의 대표 이름이 거론되는 이 때에 언론보도를 자제하는 것이냐"며 조선일보의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각 계의 발언이 마무리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준비한 간단한 촌극이 진행되었습니다.
본 상담소 김민혜정 사무국장의 연출과 기획으로 준비된 이 촌극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기획사, 언론사 사장, 출입 기자, 경찰의 유착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성문화운동팀 두나 활동가와 마도 활동가가 각각 '강선생님(강유미 役)'과 '후배연기자(안영미 役)'를 연기하였지요.
연예기획사가 언론사 사장에게 "선배니임~"을 부르면
언론사 사장은 연예기획사에게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고 응답합니다.
경찰이 언론사 사장에게 "선배니임~"이라고 부르면
언론사 사장은 경찰에게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고 응답합니다.
경찰은 경찰청 출입 기자들에게 "선배니임~"이라고 부르고
출입 기자들은 경찰에게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고 응답합니다.
반복되는 메시지를 통한 임팩트!
경찰, 언론, 연예기획사의 권력형 비리 재생산 구조를
너무나 명쾌하게 보여준 촌극이었습니다.
촌극이 끝나고 성명서를 함께 낭독하였습니다.
경찰은 고인의 필적으로 밝혀진 '리스트'에 있는 모든 내용을 철저히 수사하여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아울러, 고 장자연씨를 만난 적도 없다는 언론사 대표의 이름이 왜 고인의 친필로 쓰여진 '리스트'에 포함되어있는지에 대해 국민들 앞에 속 시원한 수사 결과를 내보여야 합니다.
이번 기회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온 경찰의 이제까지의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걷어내고, 고 장자연씨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사 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역시 '리스트'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며, 장자연 씨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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