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015년 한일외교장관회담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두 나라의 협상이 이루어졌습니다. 협상 결과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제가 보기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사죄가 맞는지 의심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협상은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요시위와 소녀상 앞에서의 퍼포먼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그리고 다양한 농성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1월 5일 국회에서는 한일외교장관회담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긴급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상담소에서 인턴으로 활동한지 3주차, 저는 일본군 ‘위안부’ 이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며 수요시위에 함께해 온 상담소의 일원으로서 이번 토론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긴급토론회가 시작되는 국회 의원회관에 오후 2시에 딱 맞춰 도착하니, 이미 준비된 자료집은 동이 나있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자리도 거의 다 차서 보조의자를 펴고 앉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는 네 개 단체(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설립 추진모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공동주최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또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께서도 참석하셔서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1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발언
- 2015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토론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복동 할머니께서 이번 회담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한국 정부가 협상 전에 피해자들과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먼저 묻고 의논해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는 전혀 없이 양측 정부끼리만 합의가 된 상태에서 ‘사죄’했다고 발표한 점을 꼬집으시며 이번 합의는 피해자들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 정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인정한다면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교과서를 통해 그들의 역사를 인정하고 다음 세대에게 교육하는 과정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 이러한 운동을 해온 것이 아니며 또한 이러한 사과를 바란 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죄와 그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인데, 일본 정부가 취하는 행동은 이들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도, 반영하지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마저도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피해 당사자들은 어떤 마음일지, 지금까지 어떤 심정으로 운동을 해 오셨을지, 나는 나의 자리에서 어떻게 운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 토론회
토론회는 장완익 변호사님의 사회로 두 번에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양현아(서울대 법학과 교수),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창록(경북대
법학과 교수). 조시현(전 건국대 법학과 교수)님의 발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양현아 교수님은 2015년 한일외교장관회담이 피해자를 단순히 배상의 객체로 위치시킨 것에 대해 지적하며 피해자는 문제해결의 처음과
끝에 주체로서 위치해야 함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애초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나는 부끄럽지 않다’고
선언하며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드러낸 김학순님의 증언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며, 운동의 과정을 통해 피해자들은
단순히 ‘한 많은 피해자’가 아닌 역사인식의 주체로서 자리매김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나영 교수님은 일본군’위안부’ 운동에 비추어 본 2015년 회담의 문제를 주제로 발언하면서, 사죄라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재발의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서 피해자만이 그
사죄를 승인할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보여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주위 환경에 따라 그 상태가 변하지 않는, 즉 다시 되돌릴 수 없는)’인 합의라는 주장은 도저히 사죄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어불성설임을 짚어주셨습니다. 김창록, 조시현 교수님은
이번 회담의 법적 함의에 대해 발언하셨습니다. 이번 회담은 단순히 성명서를 낭독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약속하며 끝이 났는데, 국가간 조약이라는 것은 국제 법에 의해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요구되며
공식문서가 없는 이번 회담을 사실상 ‘회담’이라 불러야 할지
‘합의’라 불러야 할지 ‘기자회견’이라 이름 붙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과 청중들 또한 이 부분에 큰 공감을 표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이재승(건국대 법학과 교수),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가와카미 시로우(변호사)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윤미향 상임대표님은 정대협에서 할머니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지내면서 나온 이야기들과 정대협이 준비하고 있는 조치에 대해 발언해주셨습니다. 양국 정부는 ‘해결됐다’고 하고 피해자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아직 우리는 2016년을 맞이하지 못했다. 아직도 우리는 2015년 12월 36일을 살고 있다”고 강력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범죄 사실에 대한 법적 인정과 사죄, 배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시면서 재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제사회는 이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발언해주셨습니다. 정대협은 수요시위가 만 24주년을 맞이하는 수요일에 전 세계에서 수요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며 가능하면 UN 총회에도 회부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가와카미 시로우 변호사님은 일본 사회의 여론이 ‘일본이 정당하게 사과했다’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에 대해 발언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일본 정부에게 피해자를 고려한 사죄를 요구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지속적인 과정을 거치며 행동하는 것임에 대한 이해를 일본 사회 안에서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토론회 이후에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마무리 발언을 해 주셨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89살이면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위안부’ 경험을 증언하는 피해자들이 여기 이렇게 살아있고 끝까지 싸울 것임을 다짐하셨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도 함께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여든아홉의 연세에도 토론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시고 마지막 순서에 정정하게 발언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정부가 하루 빨리 그들의 역사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기도했습니다.
긴급 토론회 자료집은 여기에서 PDF 파일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인턴 손하은님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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