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4일(목) 오전 10시 30분,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분이 직접 발언을 통해 자신의 심경과 바람을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60여명의 취재진이 함께 해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공동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로부터 경과공유가 있었습니다.
<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의 경과 >
△ 2017. 8. 21. 김기덕 감독에 대한 추가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
강제추행치상 및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함.
△ 2017. 9. 중순경 피해자에 대한 2회의 조사가 진행되었음.
△ 2017. 10.부터 2017. 12. 초경까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뫼비우스 영화에 참여했던 현장 스탭들과 배우들에 대한 소환조사 및 소환에 불응하는 일부 참고인들에 대하여 전화통화를 통한 조사가 이루어짐.
△ 2017. 12. 11. 서울중앙지검, 촬영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이 고소인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폭행한 부분에 대하여 혐의를 인정하여, 폭행죄로 벌금 500만 원을 구하는 약식기소를 하였으며, 나머지 고소사실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 함.
△ 피해자가 문제 삼는 피고소인의 강요행위에 대하여, 대부분의 증거는 피고소인 측이 가지고 있고 시일이 많이 흘러 수사기관이 이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참고인들은 대부분 현장의 스탭들 등 김기덕 감독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인 관계로 영화계에서 권력을 가진 감독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임.
△ 이 사건 변호인단을 포함한 공대위는 논의 끝에 폭행을 제외한 나머지 고소사실에 관하여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검찰의 처분에 대하여 항고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항고를 통하여 고소인이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에도 없는 불필요한 연기를 강요받으며 강제추행을 당했던 부분, 촬영 현장을 무단이탈한 적이 없음에도 마치 약속을 어기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언론에 입장문을 발표하여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명예훼손을 한 부분 등에 관하여 다시 한 번 검찰의 판단을 구할 예정임.
경과공유 후, 공대위의 발언들이 이어졌습니다.
<발언 1 >
김기덕 사건 공대위 법률팀 발언
이명숙(변호사,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1. 먼저, 이 사건과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 철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를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수사기간 동안 피해자의 진술과 주장에 귀 기울여 준 검찰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수사로 가해자인 김기덕 감독에게는 서둘러 면죄부를 주고, 4년만에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피해 여배우에게는 또 다른 2차 피해를 안겨 주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에 만연해 온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 잡기를 기대해 온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이 좌절된 것에 대해 큰 아쉬움과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2.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다른 어떤 사건보다 검찰이 수사하기에는 고민이 많은 사건이었고, 그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 및 기소 의지가 요구되었고,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첫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감독과 힘없는 평범한 여배우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
: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을 검찰이 어느 수위로 단죄해야할 지에 대한 검찰 내부의 고민이 컸을 것임
둘째, 사건의 유무죄를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가 대부분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배우나 스텝들이거나 김기덕 감독이 촬영한(상영되지 않은) 영화 필름이었다는 점,
: 김기덕 감독 아래에서 일했던 스텝들은 모두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고, 다른 배우들도 영화계를 떠난 과거 한 때 동료였던 여배우의 입장에서 진술하기 보다는 세계적인 감독 입장에서 침묵이나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개연성이 높고, 김기덕 감독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영화 필름은 김기덕 감독측에서 검찰에 제출할 리가 없는 상황이었음
셋째, 이미 4년이 지난 후에 신고된 사건인지라 통화내역이나 문자, 객관적인 입장의 증인 확보 등 명확한 증거 확보가 쉽지만은 않았다는 점,
넷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대한 검찰의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다섯째,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장하고 진술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
: 피해자가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감독이라는 거대 권력을 상대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세세히 알리고 주장하기에는 많은 제한을 안고 있었음
3. 하지만, 우리는 검찰이 김기덕 감독을 폭행죄로 벌금 500만원의 구약식 기소를 하고 서둘러 종결한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1) 핵심 증인들의 소환이나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의 대질신문 생략
김기덕 감독의 촬영 현장에서 피해자의 뺨을 때린 것과 영화에 쓸 수도 없는 장면인 실제 성기를 잡는 장면을 강요한 것과 관련하여, 가장 유력한 증인은 현장 스텝 뿐 아니라 함께 촬영한 조재현, 이은우 등 배우들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거나 현장에서 함께 경험했던 배우들은 아무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고, 고소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가해자인 김기덕 감독과 참고인인 스텝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와 수많은 참고인, 김기덕 감독측과 직접 접촉하고 조사한 영화인 신문고측 조사 담당자에 대한 조사 당시의 상황이나 특이상황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소환하여 조사를 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추가진술이나 정황이 나오기도 하고, 대질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많은 사실들이 나타나거나 진술의 진위가 드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핵심 증인들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소환하여 조사할 의지는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상당한 시간을 끌면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시점에서 정식재판도 아닌 구약식 기소를 함으로써 재판의 증인신문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볼 기회마저 없애버리고 만 것이다.
(2) 영화계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 부족
김기덕 감독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시나리오에도 없는 상대 남자 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가 하면(모형 성기가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촬영분에는 가운을 입기로 했음에도 전라(全裸)로 샤워하는 것으로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대본을 수정하는 등, 시나리오에 없는 대본을 일방적으로 추가하거나 뺨을 때리거나 성기를 잡게하는 등의 무리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사건 당일 저녁 피해자는 김기덕 필름 소속 김순모 피디와 8차례 이상 통화를 했고, 김순모 피디도 그 사실에 대해서 모두 인정하면서 ‘김기덕 감독이 너무 심하게 했고, 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수차례 되풀이 인정한 사실이 있다.
피해자 : 아무리 그래도, 아니 피디님도 사람인데 아무리 예술도 좋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김순모 : 심하지요, 진짜...
김순모 : 예. 감독님 진짜, 이번에 심하신 거 같아요. 좀 많이. 왜 그러신지 모르겠는데 정말.
예. 그리고 시나리오 자체도 좀 여자 배우분들에게 되게 힘든.
김순모 : 예전에도 약간 그런 쪽 비슷한 케이스가 좀 있었어 가지고.
김순모 : 다른 현장에서도 약간 그런 배려가 없는 현장이 있었어요. 특히 여배우한테. 남자 배우랑 감독이랑 저기 해 가지고.
김순모 : 그게 여배우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고 되게 힘든 부분인지 사람들이 이해 못하더라구요, 많이들.
김순모 : 감독님이 많이 심하셨어요. 진짜 제가 봐도 그렇고요, 예
( 출처 : 피해자와 김순모 PD 전화통화 녹취록 중 )
이처럼, 김기덕 감독에게 소속된 김순모 피디조차 김기덕 감독이 피해자에게 너무 심하게 했고, 이 전 다른 영화의 다른 여배우에게도 그런 심한 일이 있었음을 언급할 정도라면, 검찰이 김기덕 감독의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한 행위’라는 명분으로 구약식이라는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법원에의 기소를 통하여 잘못된 고질적인 연출 관행을 응징하고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라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돌발적인 거친 장면 연출로 인하여 수년간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평생 시달릴 수도 있는 피해 여배우들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행위들이 500만원짜리 벌금형 수준인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3) 강제추행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없음
포르노 영화도 아닌 영화에서 애초에 사용할 수도 없는 불필요한 장면인 실제 성기잡는 장면을 촬영을 빌미로 연기하게 강요한 것은 살인 장면의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사람을 살해하지 않고, 강간 장면의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강간하지 않는 것처럼 실제로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여배우나 남녀 배우에게 시나리오에 없는 내용을 즉석에서 강요한 것으로서, 이는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유발하는, 즉 강제추행의 의도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와 용기있는 기소 결단이 필요했던 의미있는 사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정식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소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해 버림으로써 재판에서 다투어 볼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봉쇄시켜 버렸다.
(4) 검찰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대한 몰이해
검찰은 피해자의 2013년경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일 외에 2008년경에 발생한 또 다른 강제추행 주장에 대하여, ‘고소인과 피의자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고 이와 관련된 다른 증거가 없’고, 2017.8.30.경 삼성서울병원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진단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추행치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은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짧게는 직후부터 길게는 수년 후부터 나타나서 지속되는 증상으로 위 증후군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정신과나 신경정신과 등 관련 분야 전문의의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이라고 판단한 주치의에 대한 진술이나 조사 혹은 관련된 전문가에 대한 아무런 조사나 확인도 없이 단지 ‘수 년의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는데,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5) 명예훼손 관련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일 저녁 김순모 피디와의 대화 내용을 녹취한 녹취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다음날 촬영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김순모 피디를 통해 김기덕 감독의 의지에 의해 영화 촬영을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순모 피디는, 영화 촬영 의상팀이 보관하는 피해자의 의상 반환이나 촬영분에 대한 출연료를 지급을 위한 계좌번호까지 피해자에게 요구하였고(이후 계좌로 출연료까지 지급되었음), ‘.. 이걸로 그냥 끝난 걸로 알고 있으면 되는거지요’, ‘그리고 제 분량도 안나오는 거 맞죠?’라고 되풀이 묻는 피해자에게 ‘예예. 그렇습니다’, ‘예예, 맞습니다’라며 정확히 확인해 준 사실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언론에 보도된 직후 김기덕 감독이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무단으로 촬영을 거부하고 촬영 당일 오전에 관계자가 피해자의 집 인근까지 찾아가 계속 기다리고 연락을 취하였으나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언론에 배부한 것은 명백히 허위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와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배우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무단 촬영 거부, 일방적 연락 두절 배우라는 회복하기 어려운 명예훼손을 하고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해지도록 유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가 명확한 녹취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에 대해서 무혐의 처리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4. 정식재판에의 기대 및 항고
우리나라 최초로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사전 합의없는 부당한 연기와 촬영 강요’,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업계내 힘의 논리에 의해 모두가 쉬쉬할 수 밖에 없었던 김기덕 감독의 배우에 대한 갑질적인 범죄행위(폭행, 모욕,강제추행행위 등)’에 대하여 4년간의 장고 끝에 문제를 제기한 여배우의 용기있는 문제제기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게 된 이 사건의 의미를 간과한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기소 의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에 피해자와 공동대책위는,
(1) 법원의 직권 정식재판 회부 기대
검찰의 폭행에 대한 구약식 기소에 대하여 법원이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여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형사소송법 제450조)하기를 기대하며, 그리하여 법정에서 이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 및 그 주변인들과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밝히기 위한 진실 공방이 법정에서 공개리에 제대로 이루어지고, 검찰이 구형한 500만원의 구약식이 적절한 양형인지 다시 한번 판단받을 기회가 부여됨으로써 일부 영화계의 폐해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2)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검찰이 불기소한 강제추행 치상이나 명예훼손 등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항고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 발언 2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입장문
홍태화(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는 2001년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공식 모임 “비둘기 둥지”때 현재의 영상산업종사자 고충처리신고센터인 영화인신문고를 최초 개설하였습니다. 영상산업에 종사하며 발생되는 각종 부당한 피해에 대해 신고접수를 받고 신고내용에 따라 양당사자 사실조사를 통해 법적분쟁에 이르지 않고 양당사자의 화해와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중 화해와 유도를 위해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화산업 노사정 추천 위원과 법률ㆍ노무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사건은 2017.1.23. 영화인신문고에 “성폭력 및 부당해고”건으로 접수되었으나, 신고인이 부당하게 입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성폭력”, “폭행”, “명예훼손” 중 “성폭력” 관련 부분은 민간단위에서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신문고 사건조사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에 신고인이 제공한 자료 및 피신고인의 출석 및 서면 사실조사, 주변인 사실조사 등을 6개월여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신고인이 주장하는 “폭행”부분에서는 해당 영화제작 참여스태프들의 증언을 통해 피신고인이 신고인을 2~3회에 걸쳐 뺨을 때린 것을 목격했다라는 사실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신고인이 주장하는 “명예훼손”부분에서 피신고인이 해당영화 스태프에게 “배우(신고인)가 무단 하차하였다”등으로 알려, 신고인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신고인이 제공한 피신고인 대리인(해당영화의 책임자)과 수차례 통화된 녹취파일을 통해 ‘양당사자 합의하에 하차하였다’라는 사실 또한 확인하였습니다.
실상 “성폭력”관련한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사실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피신고인이 직접 소명한 공문에서는‘폭행부분에 대해 흐릿한 기억이지만 스탭 두 사람이 목격하고, 폭행으로 증언된 만큼 폭행부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성기를 잡게 하고 찍은 사실도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영화제작현장에서는 계약을 통해 배우가 출연하겠다라고 하면, 시나리오상 연기와 제작사의 제작지시와 연출지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제작하면서 최초 합의되지 않았던 장면을 상대의사 존중없이 즉흥으로 성기를 잡게 하고, 연기를 잘하라는 명목으로 뺨을 수차례 때리는 행위자체는 마치 영화라는 예술의 범주에서는 모두 용인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는 실제처럼 보이게 찍습니다. 때리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살인하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행하지 않습니다. 카메라의 각도 등 면밀한 계산을 통해 실제처럼 가장하는 것입니다.
한국영화 제작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성기 노출하거나 잡게 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모형성기로 대체하여 촬영하고 있습니다.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실제 성기를 잡도록 강요하고 그러한 장면을 찍었다라는 것은 궁색한 이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해당 문제되는 제작현장에서는 실제 모형성기를 제작해 놓았다라는 사실입니다.
최초 신고인은 신고 접수된 내용에 대해 피신고인이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면, 형사든 뭐든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라고 수차례 얘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피신고인이 무슨 의도에서 신고인에게 씻을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폭행을 자행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피신고인 스스로가 폭행과 성적수치심을 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면, 그 사실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발언 3 >
폭력의 관습에 반대한다
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감독에 의해 발생한 폭력과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연기에 대한 강요는 오랫동안 여성영화인들에게 반복적으로 가해진 폭력의 유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여성영화인에게 가해진 폭력을 경험하거나 전해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그랬다’, ‘그 사람의 스타일이다’, ‘영화는 원래 그렇다’. ‘관습’이란 미명 하에 폭력은 은폐되고, 허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여성영화인들이 영화계를 떠나갔습니다.
가해자들이 저지른 폭력과 강요는 비밀리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막지 않았기에 반복될 수 있었습니다. 여성영화인들은 ‘그 사람 조심해'라는 식으로 서로 귀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폭력은 피해자가 조심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여성영화인들은 영화 일을 취미로 하지 않습니다. 여성영화인들은 남성영화인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 생존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길 원합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원하고, 한 사람의 동료로 존중받길 원합니다.
작년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터져나온 고발의 목소리들을 기억합니다. 고발의 목소리들은 영화와 예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의심받지 않고 자행되어온 폭력이 잘못된 것이고, 예술이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그것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잘못된 관습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폭력의 관습에 반대합니다. 폭력의 고리를 끊는 것은 다른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변화는 영화계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몫이므로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이 싸움에 함께 합니다. 유명 감독에게 입은 피해를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피해자가 용기있게 목소리를 냈음에도, 검찰은 김기덕 감독에 대한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영화계 구성원으로서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검찰이 재수사하여 영화계 내에서 성폭력과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합니다.
< 발언 4 >
#그건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검찰은 영화계 내 ‘관행’을 바꾸어라
윤정주(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검찰은 김기덕 감독의 촬영 현장에서의 폭행에 대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 기소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사전합의 없이 강제로 상대 남자배우의 성기를 잡도록 강제한 촬영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하여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건은 영화계 내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폭력’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을 알려왔습니다. 특히 여성배우들이 겪게 되는 촬영현장에서 갑작스런 노출연기나 베드신의 강요는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증언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그저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하여 약식 기소라는 어이없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김기덕 감독의 폭행과 강요,강제추행 등은 우리 영화계의 오랜 적폐입니다. 이는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나아가 일터에서 반복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폭력을 그저 견디거나 떠나거나 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영화계 종사자들은 지난해부터 이제는 이를 그저 ‘관행’으로만 두고 보지 않고 어렵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헐리웃에서는 #metoo 캠페인을 통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은 가차 없이 영화계 내에서 퇴출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는 성폭력 사건으로 장관이 물러났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흐름을 읽고 앞장서서 바로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증거 운운하며 불기소 처분을 내려 이러한 흐름에 역행 하면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특히 ‘관행’이라는 이름하의 숨겨진 ‘폭력’은 증거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서 그것이 ‘폭력’임을 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고로 또는 꽃뱀으로 몰릴까봐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고서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피해자가 그런 사실을 알고도 용기를 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결정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피해를 용기 내어 말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이는 영화계 내의 폭력을 고착화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고 다시 처음부터 수사하여야 합니다. 증거를 찾는데 매몰되지 말고 사건의 본질을 보고 현장을 보면서 수사하여 다른 결론을 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영화계 내 폭력을 근절 시키는데 함께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분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 피해자 발언 >
피해자 발언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입니다.
2013년 3월, 잠시 후 당시 녹취파일을 들어보시면 상황을 짐작하시겠지만, 사건 직후, 저는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 상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영화계의 변호사분, 지인 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사건뉴스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립니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2017년도로, 사건 발생, 4년 후입니다. 이에,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것이 타당하냐,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시 저는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엘 가질 못했습니다. 병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질환은, 당장 출혈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치료의 다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몇 년 씩 방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습니다.
녹취파일이 공개되면 아시겠지만,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거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김기덕 필름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님입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 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3회 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자 피디가 저의 집 근처까지 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을 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거짓말을 했고, 그의 스텝 역시, 아시는 바대로 지난 8월 SNS를 통해,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등의 거짓을 유포했습니다.
녹취파일 마지막부분, 저는 스텝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 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 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사건이 공론화 된 후, 저는 많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중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며, 호소문을 마치겠습니다. 한 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이 있었습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은 제게 연락을 해 왔고, 저는 그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 배우였습니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써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또한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왜 굳이 이런 거짓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는지,
저는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분들과 원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적으론 알지도 못하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하며, 이렇게까지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다시 한 번만, 한 번만 더,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 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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