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여성혐오표현 규제 방안: 국제 사례> 후기

 

안녕하세요, 부설연구소 <울림>의 2018년 여름 인턴 양가연입니다.

 

지난 6월 27일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주관한 학술회의 <여성혐오표현 규제방안: 국제 사례>에 다녀왔습니다. 패널로는 한국의 학자분들과 외국(영국, 호주, 핀란드, 벨기에)의 학자분들이 계셨습니다. 한국의 학자분들께서는 특히 한국의 인터넷에 벌어지는 여성혐오 실태에 대해서 말씀해주셨고, 외국의 박사님들께서는 자국의 여성혐오표현 규제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한국의 학자분들의 발표가 끝난 후, 외국의 학자분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자국의 혐오표현 규제에 있어서 먼저 인종차별에 대한 규제가 제정되었고 후에 여성혐오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아직 여성혐오표현에 있어서 인종혐오규제와 같은 구체적인 규제는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자분들 중 누구도 명쾌하게 그에 대한 원인을 제시하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궁금한 나머지 저 스스로도 그 원인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현재 고민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째서 인종과 성차별은 구분되는 문제로 다루어지는가?

2.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경험과 연관해 생각해보면 “동양인”과 “여성”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분리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까?

3. 나는 동양인 여성으로서 단순하게 “여성인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동양인 남성의 소유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4. 이러한 혐오표현 규제의 실태는 인종주의 차별의 질서가 원론적으로 남성들의 질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5. 그렇다면 우리 여성들은 인종을 초월해 남성에게 소유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연대의 큰 씨앗이 아닐까?

 

벨기에는 학회에 참석한 나라들 중 단연 돋보이는 케이스였습니다. 벨기에의 경우 최근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 금지법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발표하신 Liesbet Stevens(벨기에) 박사님에 따르면 벨기에 역시 학회에 참가했던 다른 나라들처럼 원래 인종주의에 기반한 혐오표현 금지법만 제정되었다가, 박사님께서 계시는 Institute for the Equality of Men and Women의 로비를 통해 최근 여성혐오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법 제정과 관련해 Stevens교수님의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법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혐오표현이 잘못되었다는 도덕적 기준을 명시화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법의 사회 윤리적 의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후기를 쓰고 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이러합니다. 저는 저를 페미니스트로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 성차별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제 마음 안에 제가 당한 성차별에 대한 분노가 넘쳐 흘렀고 그것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침착하게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를 통해서 좋은 기회를 알게 되어서 이번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고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남은 인턴기간동안 젠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 후기에 적을테니, 그때 다시 독자분들과 글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부설연구소 인턴 양가연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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