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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후기]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책읽기모임 - 강간페


[후기]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 강간페 



강간페라는 이름이 좀 험악하거나 적어도 낯선 느낌이시죠? 

강간페는 [강간의 역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 의 약자예요.


지난 6월부터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작년에 나온 책인데요, 강간에 대한 역사책이 없던 시절, 인터넷도 전자도서관도 없던 시절!

모든 사료들에서 성폭력을 언급한 구절들을 모으고 분석했고, 

수잔브라운밀러는 '성폭력'이 여성을 통제하는 하나의 기제로 작용해왔다는 것을 주장해서

여성주의 지식사에서 고전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한, 오매, 지은, 경주, 혜나, 선미, 검은냥이, 푸른나비 8명이예요. 

3주에 한번씩 모임을 하면서 매 모임마다 발제를 하는 사람이 진행을 맡고 있어요. 





발제를 하고 나면, 발제 양식에 있는 방식대로 해당 내용을 정리하고 토론을 합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 및 내용

- 새롭게 알게 된 것, 새롭게 하게 된 생각

- 토론해보고 싶은 내용 



그럼 1, 2, 3차 모임 발제문을 아래와 같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2018년 6월 11일 

: 발제자 오매 / 참여자 - 지은, 이한, 오매, 검은냥이

: 읽은 부분 - 서문 / 1. 강간의 대중심리 / 2. 태초에 법이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미니즘 책읽기소모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서문, 1장, 2장 / 20180611 오매


1.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및 내용(인용, 밑줄)


-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의 공포를, 내 자신의 과거를, 지적인 척 합리화한 자기방어를 직면했다. 내가 받아온 교육에는 매우 중요하지만 직면하기 두려웠던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 섹스, 힘, 권력을 보는 방식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7-8p)

- 미국 강간 반대 운동의 핵심이자 가장 뛰어난 특징은 피해자의 관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중략) 여성이 실제 스스로 경험하고 증언한 내용은 여성들이 성관계에 기꺼이 동의하고도 허위 고발을 한다는 그 시대의 표준 서사와 정확히 반대였다. (13p) 

- 그리하여 강간을 분석하는 과업은 현대 페미니스트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남성 섹슈얼리티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던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피해 겨험으로부터 진실과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맡은 이 연구 과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강간이 역사를 가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사를 분석하는 도구를 이용해서 우리가 현재 처한 조건을 아는 것이다. (22p 1장 강간의 대중심리 중)

- 게다가 남성들로부터 다른 여성을 보호할 수 없는 자기 성별의 타고난 무능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낀 여성은 다른 여성들과 말 그대로 거리를 두면서 각자 고립되었고, 이 문제가 여성들이 모여 사회적 조직을 만들 때 유령처럼 떠돌며 오늘날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곤 한다. (29p 2장 태초에 법이 있었다)

- 초기 서약을 모여서 작성한 고대 가부장들은 남성권력을 공고히 구축할 목적으로만 강간을 이용했다. 그러니 그들이 강간을 여성에 대한 남성의 범죄로 봤을 리 만무하다. (30p 2장 태초에 법이 있었다)

- 십계명에 간통하지 말라는 계명이 단독으로 한번 나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웃의 집과 밭, 하인, 소와 나귀에 더해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명이 한번 더 나온다. 그런데 ‘강간하지 말라’는 내용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32p)


2. 새롭게 알게 된 것, 새롭게 하게 된 생각 (서술)


- ‘강압적 성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적 과정 : “첫 번째 강간이 여성의 첫 거부로 인해 계획없이 벌어진 격투였다면, 두 번째 강간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계획된 것이었다.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이래로 강간은 남성의 특권일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과시하는 기본 무기이자 여성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며 남성의 의지를 관철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여성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 강간에 대한 공포가 일부일처제, 짝짓기의 가축화를 낳았다 : “여성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껏해야 한가지 뿐이었다. (중략) 그런데 포식자 남성 중 일부가 여성을 선택해 보호자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위험한 거래는 그렇게 성사되었을 것이다. 일부일처제나 모성애, 사랑에 이끌리는 본능이 아니라 언제든 강간당할 수 있다는 공포야말로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도록 만든 최초의 원인이며, 역사적으로 여성이 어떻게 의존적 존재가 되었고 보호를 대가로 한 짝짓기에 의해 가축화되었는지 설명해주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 소송의 역사 : 재산침해, 결혼하면 사면, 직접 보상, 신체적 상흔 대결, 재판, 처녀성 파괴 입증, “몸종과 수녀, 과부, 첩, 심지어 창녀”, 어린이 성폭력, 기혼여성 강제 강간, 결혼 가해자 구원 금지, 저항 정도, 미망인 상속 권리 박탈, 부부강간 부정, 그녀의 평판-기간–저항정도


3. 토론해보고 싶은 것 있다면 1개


- 양성의 신체 구조 자체에 강간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시각. 인간의 신체 구조로 인해 강제 삽입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의견 




2018년 7월 9일 

: 발제자 이한 / 참여자 - 경주, 푸른나비, 선미, 혜나, 지은, 이한, 오매, 검은냥이

: 읽은 부분 - 서문 / 3. 전쟁과 강간 (51~172p)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3장 <전쟁과 강간> 이한


1. 인상 깊었던 부분들


“전시 강간은 평시에도 익숙한 이유를 구실로 삼는 익숙한 행위다. 전쟁은 평시에도 남성이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멸시를 극대화해 폭발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심리적 배경을 제공한다. (…) 여성이 진짜로 중요한 세계와는 관련 없는 주변적 존재이며 중심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동적으로 구경만 하는 존재라는 남자들의 오랜 의혹을 확신으로 만들어준다.”(54p)


강간 미화 및 정당화 :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사로잡힌 사비니 여자들을 육감적이고 나긋나긋하며 즐거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렸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강간 자체는 비난하지 않고 강간한 절차가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며 설교”(56p) “강간으로 여성을 제압하는 일이 승리를 측정하는 척도이자, 군인의 남성다움과 성공을 증명하는 징표인 동시에 군복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되었다.”(59p) “강간을 이데올로기나 신에 의해 정당화되는 영웅적 행위인 양 여겼다. (…) 군인들이 열렬히 신의 이름을 내세우며 많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60~61p)


남성중심적인 관점에서 해석되어온 강간 : “정복당한 나라의 남자들은 ‘우리의 여자’가 강간당한 일을 궁극의 수치이자 치명타로 여기기 마련이다. (…) 남자들은 ‘내 여자’가 강간당한 일을 사실상 자기가 겪는 패배의 고통으로 전유해온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여성을 소유하는 것이 남성으로서 성공을 보증하는 징표였듯, 여성을 보호하는 일 역시 오랫동안 남성으로서 자부심을 보증하는 징표였다. (…) 강간을 통해 여성의 몸은 상징적인 전쟁터가 되며, 승리자가 개선식을 벌이는 광장이 된다. 여성의 몸에 가하는 행위가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가 되는데, 한쪽에게는 승리의 산 증거이고 다른 쪽에게는 패배와 상실의 산 증거인 것이다.”(62p) “전쟁 중에는 강간이 벌어지는 동안 남편이나 아버지가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꽤 흔하다. (…) 강간하는 자의 관점에서 강간이 여성의 몸을 공격하는 일인 동시에 그 남편이나 아버지를 공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남편이 혐오감에 사로잡혀 강간당한 부인을 버리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다.”(65p) → 한국에서 남성중심적,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우리의 딸들과 누이들을 적들에게 빼앗겼다”, “우리도 일본 여자를 강간하자”), ‘더러운 잠’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박사모들이 박근혜의 누드 그림을 표창원 부인의 누드 그림으로 바꿔놓은 일 등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제1차 세계대전

피해자의 관점이 아니라 선전선동의 수단으로만 이용된 강간 : “전쟁은 대단히 효율적이고 새로운 전쟁 수단을 탄생시켰는데 바로 국제적 프로파간다를 과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 강간은 거의 하룻밤 사이에 국제 여론에서 독일군을 특징짓는 비열한 범죄가 되었고, 전시에 잔혹 행위를 취미 삼는 ‘타락한 독일 놈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었다.”(70p) “강간을 이용하는 그 최종 단계는 바로 강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이었다. 강간은 ‘고발하기는 가장 쉽지만 입증하기는 가장 어렵다’는 평판이 있지만, 실은 거짓임을 입증하기가 가장 쉬운 전통을 자랑하는 범죄였다.”(76p) 

제2차 세계대전

파시즘의 여성혐오, 유대인혐오, 통치수단으로서의 강간 : “파시즘의 본질은 정상 사회가 남성적이라고 여기는 가치를 과장한 것이다. (…) 나치는 대중이 연약하고 여성스럽다고 간주하고 제도적으로 관리하려고 했는데 (…) 여성성을 열등함과 연결시키는 이런 논리는 자연히 강간을 억압 수단으로 삼는 결과를 낳는다. (…) 강간은 매우 중요하고도 논리에 부합하는 역할을 했다. 그 목표란 ‘월등한 민족’을 철저히 모욕해 완전히 파괴한 후 자신들이 지배민족이 되는 체제를 세우는 것이다.”(79~80p) “유대인 여성을 윤간(…) 여러 장소에서 계속해서 되풀이”(80p) “엄격한 ‘인종 오염’ 금지 명령에 따라 독일인이 유대인을 강간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 독일군은 유대인 집단 일반에게 가학성애적으로 수치를 주는 일을 일삼았다.”(83p)


제1차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로 강간은 선전선동, 혹은 남성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활용됨 : “전시에 강간 이야기는 이용가치가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여성의 말을 믿어주거나 여성만 겪는 특수한 비극을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주제로 간주할 정치적 필요가 없어졌다.”(85p) “독일 당국의 ‘공식’ 입장이란 ‘통제할 수 없는 일부’ 독일군이 도를 넘은 추악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책임을 일부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었다. (…) 한편 좀 더 복잡한 동기에서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SS친위대 내에서 경쟁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쌓아두고 싶은 지휘관의 욕망이 동기일 때도 있었다.”(85p) “오히려 그 문신을 보존하고 드러내 보이라고 권하고 싶다. 불명예와 수치의 징표로서가 아니라 학살당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명예와 용기의 상징으로서 말이다.”(87p) → 랍비의 말 부분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있었던 윤금이 씨의 피해 사진을 사람들에게 전시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저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고조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피해를 선정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정말 심각한 2차 가해라는 생각. + 랍비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나 존경심에서가 아니라, ‘사회 통합(너무 많은 유대인들의 가정이 해체되어 재생산이 중단되는 것을 막는 것)’을 위해 정치적으로 저런 대답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듦.


독일과 마찬가지로 파시즘과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일본군이 난징에서 벌인 강간 :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가 지배민족 이론—여기서는 중국이 ‘열등한 민족’의 역할을 강요받았다—에 사로잡혀 저지른 만행”(90p) “난징에 남은 민간인들이 겪은 일은 대규모 성폭력의 도가니”(91p) “하루 평균 적어도 10건의 윤간 사건이 있었다.”(95p) “중국인의 이름은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 워낙 실상이 참혹해서 참담해질 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자가 사건의 경중을 따지는 관점 때문에 또 한 번 참담한 심정이 된다.” “점령당한 첫 한 달간 그 도시에서 2만여 건의 강간이 일어났다.”(96p) “일본인 간수들이 서구인 억류자를 성 학대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듯 보였다.”(99p) → 성폭력은 젠더와 인종(혹은 민족)이 교차되어 일어나는 폭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강간은 파시스트가 지배를 표현하는 행위로 제격이었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그렇게 개념화되었다. 그러나 남성만 따로 선별해 총을 쥐어주고, 그 총에서 나오는 권력을 잠재적으로 모든 여성에게 휘두를 수 있게 만드는 제도는 이미 그 속성상 강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전시 강간에서 한 여성이 피해자로 선택되는 이유는 그 여성이 적을 대표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여성이고, 고로 적이어서 선택되는 것이다.”(101p)

처벌받거나 책임지어지지 않은 승자의 강간 : “연합군의 잔혹 행위를 드러내고 심판하기 위해 소집된 국제재판은 없었으며, ‘적’인 여성으로부터는 어떤 전쟁 범죄 증언도 수집되지 않았고, 우리 편인 연합군의 유죄를 입증하는 일급비밀 문서가 인정사정없이 백일하에 드러난 적도 전혀 없었다. (…) 하지만 연합군이 강간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102p)


소련군의 강간 : 피해자들의 강간에 대한 증언들(104~109p)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닌 진짜 문제는 오히려, 붉은 군대가 어떤 이데올로기의 교화를 받았든 그 교화 과정에 여성이 당해온 성적 억압은 내용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113p) “솔제니친은 (…) 강간은 애초에 범죄가 아니며 그저 술에 취하는 것을 과하게 즐기는 성향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는다.”(113~114p) → “진보남성” 혹은 “운동권 남성”의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인식 수준과 비슷한 것 같다.


강간에 대한 내로남불 : “적이 강간을 하면 그 적이 얼마나 짐승 같은 자들인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지만, 우리 편이 강간을 하면 그 사실을 화제로 꺼내는 행위가 정치적 협잡이 된다.”(116p) → 운동권에서도 성폭력 피해 호소를 ‘음해’, ‘분열’ 등으로 비난하며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데, ‘보디발의 아내’와 함께 가장 유구한 전통 중 하나인 듯.


미군의 강간과 성매매 : “미군은 그들이 싸우고 점령했던 유럽 영토에서 해방자를 자처했고, 지역 인민들도 대체로 그렇게 보았다. 승리한 영웅에게 적용되는 유구한 전통에 따르면 해방자에게는 여성의 몸이 선물로 주어지곤 하는데, 이것이 마치 여성 개인이 ‘마땅한 보답’이나 일종의 모험으로 스스로 몸을 내놓는 것인 양 간주되어왔다. 하지만 실상은 경제적 궁핍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 미군의 경우 자유거래 행위였다는 점이 흐릿하게나마 전시 강간과 차이를 보이지만, 실상 전시 성매매와 전시 강간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 그들은 자기가 저지른 강간 행위를 피해자도 책임을 공유하는 매춘 행위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 미군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여자들을 강제로 소집한 적은 없지만,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해방된 국가의 굶주린 여성에게 달러의 유혹이란 그 자체로 충분히 일종의 강제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전시 강간과 성매매를 실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성매매가 가능해도 강간을 더 선호하는 부류의 남자들이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118~119p) → 한국의 경우에도 국가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를 관리하고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달러를 벌어온다며 좋아했던 게 생각남. 한국의 아메리칸 타운에 대해서도 얘기해보면 좋을 듯.


다른 강간들과 마찬가지로 은폐, 축소되고 거의 처벌되지 않는 전시강간 : “군대에서도 강간 사건을 재판 전에 좀 더 가벼운 혐의로 낮춰서 기소하는 경향이 있다. ‘강간할 의도로 저지른 폭행’ ‘소도미’ ‘소도미 의도로 저지른 폭행’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그 밖에 잡다한 행위를 포괄하는 ‘외설적이고 음탕한, 부적절한 행동’ 등의 죄명을 활용해 군은 강간범의 혐의를 가볍게 해주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120~121p) 대부분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음.  


방글라데시


강간 미화 : “소설가인 메넌은 로맨스물이라도 쓰듯 전형적인 주인공을 내세웠는데(…) 관능적으로 묘사해도 되는 예술 면허라도 받은 양 군다. (…) 강간당하고 거부당한 벵골 여성 수천 명의 고통을 마치 드라마처럼 만들었다.”(127~129p) 


방글라데시 정부의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제적인 해결책 : “강간 피해자를 국가 영웅으로 선언하면서 피해자 여성을 사회에 재통합시키려는 불행한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피해자 여성이 자신을 달갑지 않아 하는 남편에게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돕고, 피해자가 미혼이라면 미혼인 묵티 바히니 자유전사 중에서 신랑을 찾아준다는 것이었다. (…) 극소수의 신랑들이 나서서 정부가 신부 아버지 격이니 근사한 지참금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대놓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 강간당한 여성 본인의 의향이었다. ‘많은 수가 잠시라도 남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130p) → 마치 강간당한 여성을 ‘가치가 하락한 여성’, ‘흠결이 있어서 팔리지 않는 여성’으로 여기고 여성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성들에게 여성들을 ‘가져가라고’ 홍보하는 듯한 태도. 또한 여성은 가정에(가부장에게) 속해 있어야 한다는 시각. 강간을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 


피해자들의 추가적인 고통—원치 않는 임신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신” “‘셀 수 없는’ 자살과 영아살해” “다양한 재래식 방법으로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다가 합병증을 얻은 여성도 5,000여 명)” → 토요일에 낙태죄 폐지 집회에 갔다 와서 그런지 성폭력 근절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낙태죄 폐지와 낙태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듦.


강간의 원인에 대해 무지한 남성들 : “군사 논리에 부합하는 설명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듭 반복해 왜 대량 강간이 일어나는가 하는 수수께끼로 돌아갔다.” “군인이 병영에서 무슨 얘길 하겠어요? 여자와 섹스 얘기 말고.” “알겠지만 우리 벵골 여성들이 대단히 아름답지요.” “대량 강간이 ‘서파키스탄이 계획한 일로서 새로운 종을 창조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이거나 벵골 민족주의를 희석시키려는 시도” “이 모든 이론과 추측은 방글라데시의 대규모 강간이 현대사에 전례가 없는 범죄라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133p) → 남성들의 성폭력에 대한 빻은 말과 아무말대잔치는 어디에나 있는 듯.


베트남전쟁


비면식에서의 강간 발생률이 더 높음 :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인 큰 도시에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언제든 처벌당할 위험이 따랐는데, 강간당한 여성이 연줄 좋은 집안의 딸이나 부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136p) “모르는 여자일 경우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기가 더욱 쉽기 때문에 강간범과 피해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조건은 강간 발생의 중요 요소가 된다.”(137p) “‘같은 민족을 강간하는 게 더 힘들었겠죠.’”(138p) → 왜 그럴까? 통계에 의하면 비전시의 경우 강간은 70%가 아는 사람(특히 친밀한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데?


강간을 저지르지 않은 군대 :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은 강간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140p) “베트콩 여성이 군사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 그리고 남자들과 함께 동등하게 싸우는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성적 모욕과 학대를 하지 못하게끔 작용했다. (…) 베트콩이 혁명 임무에 대한 ‘헌신적 사명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품고 있었다.”(141~142p) → 소련군과 북베트남군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성을 배제하지 않는 성평등한 문화와 구조가 중요한 듯. 즉, 강간문화는 ‘남성문화’. 그런데 소련에서도 많은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왜 소련은 강간을 했는가? 그리고 ‘사명감’은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다 가지고 있는데 왜 북베트남군만 특별한가?


제도화된 성매매 : “베트남에 주둔하는 미군이 늘어날수록 여성의 몸은 전쟁의 보상이며, 소다수나 아이스크림처럼 우리 편 사내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켜줄 필수 보급품이라는 암묵적인 군사 이론이 일상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143p) “군대 내의 성매매 전통은 미군이 주둔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베트남에 확립되어 있었다. (…) 프랑스 군대 내에는 알제리에서 수입한 소녀들로 이루어진 ‘전장 이동 성매매 시설’이 있었다.” “기나긴 전쟁이 계속되면서 수천의 남베트남 여성들에게 그야말로 유일한 경제적 해결책이 되어갔다.” “전쟁에서 남자는 여성의 몸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에 기초 (…) 군인들이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게끔 관리하자는 것”(144~145p) “미군은 인력 조달과 가격 조정을 베트남 민간인에게 맡김으로써 이런 부분에서는 자신들의 손을 깨끗이 유지했고, 건강과 안전에 관한 부분만을 규제하고 통제했다. ‘미군 위생병이 여자들의 성병 여부를 가리기 위해 매주 검진과 표본 채취를 했다.’ (…) ‘대부분의 부대는 성병 감염률에 대해 허위 보고를 했다.’ (…) ‘기지의 자기 구역에 여섯 명의 여자들을 격리해놓고는 페니실린을 매일 한 대씩 맞도록 했습니다.’”(147~149p) →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아메리칸 타운’과 ‘몽키 하우스’와 관련지어 얘기해보면 좋을 듯. 베트남과 한국의 미군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의 형태가 매우 유사함.


전쟁의 보상과 ‘남자다움’의 과시로서의 성매매와 강간 : “군대 성매매 시설은 직급이 낮은 보병, 소위 ‘꿀꿀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베트남전쟁에서 얻는 것이 가장 적은 이들이며, 자신을 달래고 진정시킬 무엇인가가 필요한 이들이었다. (…) 미군이 성매매 사업에 뛰어들게 된 동기는 사실 이런 불안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지 수컷 고유의 충동 때문에 군인이 여성의 몸을 필요로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 때문이 아니었다.”(149~150p) “마오에게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행위를 저지른 이유는 남자들이 남성성 내지는 수컷의 쪼는 서열을 두고 경쟁했기 때문이었다.”(156p) “피고 측은 재판 때마다 에릭슨의 남자다움을 문제 삼았다.”(157p) “평상시의 일상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삼아 계속되는 전쟁이 더 거대한 전쟁의 일부”(158p) “‘그들은 주변에 사내들이 많을 때만 그런 짓을 합니다. (…) 그런 일을 하면서 우쭐한 기분을 느끼는 겁니다.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서로에게 보여주는 거죠.’”(163p) → 청소년 가해자들과 피해자 사이에 많이 일어나는 윤간, 클럽에 가서 원나잇(사실 대부분 강간약물을 이용한 특수강간이나 준강간이지만)을 성공하는 것을 ‘홈런 쳤다’고 말하며 친구들에게 영웅담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행위 등이 이와 유사한 듯. 


“페미니스트 운동과 반전운동은 서로 분리되어 뚜렷이 다른 길을 가면서 상대방의 이슈를 배제한 채 자신들의 이슈에만 몰두” “‘베트남 강간을 중단하라’라는 구호는 여성 학대가 아닌 고엽제 살포를 의미” “안타깝게도 평화운동은 베트남에서 벌어진 여성 학대를 고유의 중요성과 가치를 지닌 독립적인 주제로 여기지 않았다. 우리 여성운동 집단은 우리만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찾고자 싸웠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운동의 힘만으로는 전쟁에서 여성이 겪는 문제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172p) → 평화운동과 여성운동의 연대의 가능성과 방법은 무엇일까?


2.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들


1) 랍비가 피해자들의 피해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나 방글라데시가 피해 여성들을 국가 영웅으로 선언하는 등 겉으로는 ‘피해자에 공감하고 피해자를 위하는 것’ 같이 보이는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야기할까? 이는 2차 가해라고 할 수 있을까? ‘낙인’과 ‘영웅’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 아닐까?


2) 전시강간에 대해 전쟁에서 벌어진 다른 참상에 비하면 ‘사소한 일’로 치부하면서도,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강간을 활용하는 이중성은 무엇 때문일까? 남성(국가)은 여성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데도 어떻게 여성의 고통이 선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일까? 


3) 전시강간 역시 일상적인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감형되거나 처벌받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


4) 성폭력은 대부분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베트남전쟁 부분에서 왜 전쟁에서 비면식에 의한 강간이 훨씬 많고 용이하다고 한 것일까?


5) 다른 군대와 달리, 왜 남베트남군만 강간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6)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전시강간과 성매매인 군 위안부, 아메리칸 타운과 몽키하우스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기.


7) 남성성과 전쟁, 강간문화, 강간의 연관성


8) 평화운동과 여성운동은 어떻게 연대하고 연결될 수 있을까? 특히 요즘 난민을 받지 말자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과 ‘여성 우선’을 주장하는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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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0일 

: 발제자 검은냥이 / 참여자 - 경주, 푸른나비, 선미, 혜나, 지은, 오매, 검은냥이

: 읽은 부분 - 4. 폭동, 포그롬 그리고 혁명 / 5. 미국 역사에 관한 두 가지 연구 : 인디언과 노예제 (173~266p)


<4장; 폭동, 포그롬 그리고 혁명~5장; 미국 역사에 관한 두 가지 연구> 


1.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및 내용(인용, 밑줄) 


☐ 4장 폭동, 포그롬 그리고 혁명


- 인종주의적이거나 정치적 힘의를 띤 봉기, 폭동, 혁명과 소규모 분쟁은 남성이 강간욕망을 배출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강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한다. 이 와중에 각각의 강간사례는 선전선동에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을 때만 증언의 형태로 보존되는데...

- 폭동이나 혁명 와중에 발생하는 집단강간을 ‘국내’에서 매일 발생하는 강간 사건과 같은 종류의 범죄로 보는 시도는 아예 없었는데, 일상적인 강간이 최근까지도 ‘일탈’ 행위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다. -여성의 경험은 언제나 의심받고 무시당하는 현실도 이런 경향에 한몫을 더한다.

- 언제나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사건을 폭로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고, 사건의 진실보다 자신의 정치적 전망에 따라 사건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 미국 독립혁명

- 보스턴학살사건; 애국파가 보기에 영국군이 보스턴 여성들을 성적으로 괴롭힌 사건은 개인이 산발적으로 저지르는 정신 나간 행동이 아니라, 식민지탄압의 일환으로 보였다.

  p182. 위원회는 이런 학대행위는 그들이 군대에서 학습한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결정지었다. 군인은 사람들을 “원칙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자유인이 아니라. 법질서 전반에 반항하고 봉기하여 사회 그 자체를 전복하려 드는 무법자이자 난봉꾼으로 보도록 배웠고, 그런 관점에 따라 대했다.


◯ 포그롬

- p189. 유대인 여성이 음탕하다는 평판은 남성의 관점에서 섹스 판타지를 여성에게 투사한 결과 생긴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대인 여성과 흑인 여성은 공통점을 가진다. 오늘날 미국에서 흑인 여성을 따라다니는 음탕하고 난잡하다는 평판 역시 유대인 여성처럼 강제로 강간당한 빈도가 굉장히 높았던 역사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 ‘아름다운 유대 여자’라는 말은 차르 치하에서 코사크 기병들이 머리채를 붙잡고 불타는 마을 거리를 질질 끌고 다니던 여자를 뜻한다. 


◯ 모르몬 박해

- 역사의 매 막간마다 남성들이 집단을 이뤄 여성을 멸시하고 비하하는 행동을 하는데, 그런 집단은 도덕적 명분을 제공하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상태이며, 때로는 공식적으로 조직된 민병대가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역사의 매 막간마다 테러 작전이나 어떤 민족을 말살하자는 목표가 남성에게 강간면허를 부여한다. 다른 남성의 소유물을 활발히 파괴하는 행위는 집단이 상대에게 품은 중오와 경멸을 상징하는 행위가 되었으며, 이때 다른 남성의 소유물이란 가구, 가축, 그리고 여성이었다. 

- 강간은 힘과 지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남성집단 내에서 서로 인정받기 위해 여성을 거의 무생물 같은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 흑인을 대상으로 삼은폭도 폭력

- p195. 그들은 남북전쟁 후 의회 주도로 전개된 ‘급진재건’운동을 중단시켜 남부를 지키겠다는 애국심과 기사도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강간과 관련한 KKK의 이데올로기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중적이다. 그들은 흑인의 위협으로부터 남부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피의 서약과 비밀의식, 맹세같은 것을 했다. 그러나 이런 맹세는 노예제에서 유지된 법질서 덕에 남북전쟁 전에는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강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대고 있다.


- 물론 남성 집단이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분을 내세운 경우는 KKK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진짜 목표는 새로이 투표권을 얻은 흑인 남성 유권자를 협박해서 쫓아내는 것이었는데, 이들은 당연히 재건파인 공화당 급진파를 지지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 p200. 흑인여성만을 특별히 대상으로 삼은 정치적 행위였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 전개 방식은 “흑인 여성이 강간당한 경우 그 범죄는 정치적인 것이지만, 백인 여성이 강간당했을 경우는 그 고발이 히스테리적인 것”이라는 구좌파적 입장과 위험할 정도고 가깝다.

- 이것은 KKK의 성적테러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 백인을 대상으로 삼은 폭도 폭력; 콩고

- 여성의 정치는 남성들이 좌우파 세력을나눠온 전통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 일부 정치인이 콩고인들로 하여금 독립만 하면 벨기에인이 누리던 일자리와 자동차, 총독 관저뿐 아니라 벨기에인의 재산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왔던 것도 배경이 되었다. 콩고 군인 다수는 여성이 그 ‘재산’ 중 하나 라고 간주한 것이다. 

- 수 천명의 흑인 여성이 부족 간 분쟁에서 강간당했다

- 집단 강간을 조사하는 것이 부차적인 주제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로 여기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런 태도는 12년후 방글라데시 집단강간이나 베트남 전쟁의 조직적 강간을 뒤늦게 보도한 언론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 강간이란 국적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 남성의 적대행위이다. 언제나 그렇듯 전쟁 후 기념 과정에서도 근육을 과시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남자답게 취해보는 난장판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때 적국 국민이 아닌 여성도 강간을 당한다. 자기방어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손쉽고도 준비된 표적인 여성이 혐오스러운 압제자의 상징으로 선택되어 강간당하는 것이다. 그런 정당화를 가능케 한 것은 여성을 남성의 재산으로 보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복수란 실은 남자들끼리 되는대로 경박하게 좋은 시간 보낸답시고 저질러온 수많은 강간 사건중 하나일 뿐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5장 미국 역사에 관한 두 가지


◯ 인디언

- 인디언 여성이나 백인여성이 적의 손에 강간당한 기록은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다.

- 여성이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맡는 모계 기반 구조의 부족국가로서 대부분의 부족과 다르며 현존하는 어떤 백인 문명과도 다르다고 언급했다. 여성포로를 학대하면 인디언의 치료주술이 약화될 수 있다고 여겼다.


- 대부분의 여성 포로는 억류 기간동안 인디언 아내로 산 경험을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 그러나 어떤 경우든 여성에게 결정권이 없었고, 이른바 ‘죽느니만 못한 운명’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당사자인 여성이 부인하는 한 비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성적으로 이용당했다고 인정함. 구조된 후 백인 사회에 돌아가서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편이나 미래의 배우자로부터 정숙한 신부감이 아니라며 거부당할 수 있다. 실제로 구조된 여성 포로들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흔적이 없는지 샅샅이 조사당했다.


-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백인 사회에서 ‘더럽혀진’ 여성으로 사는 미심쩍은 미래와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인디언들 사이에 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 그녀를 취하려는 자가 두 명일 때, 총살당하거나 무분별한 폭력에 노출된다. 다른 재산도 마찬가지다.

- 여자 한 명을 잡으면 자기들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밤 그녀를 모두의 공유재산으로 삼았다.


◯ 노예제

- 미국의 두세기에 걸친 남부 노예제 경험은 그 자체로 강간의 온갖 복잡한 특성을 빠짐없이 탐사한 완벽한 연구나 다름없다. 노예제를 수익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흑인 여성의 성적 온전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 남성이 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의 몸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이용한 반면, 노예제 가부장들이 ‘가부장적 제도’라고 부른 시스템에서 강간은 제도의 불가분한 일부로 기능했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제도화된 범죄로 백인 남성이 경제적,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한 종족을 예속시키는 데 핵심이 된다.

 남부의 가부장적 노예제는 백인이 흑인 위에 있는 형태뿐 아니라 백인 남성이 흑인여성 위에 있는 형태를 취했다. 땅에 비해 부수적인 목표였던 인디언 여성과 달리 흑인 여성은 노예제에서 필수불가결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녀는 노동자이자 재생산자로서 이중의 착취를 강요당했다.

- 노예제하에서 그녀의 재생산 기관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노예 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리적 이점 또한 그런 경제적 요인과 긴밀히 얽혀있다.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수동적인 여성 신체가 많을수록 노예를 소유한 백인 남성은 남자다움을 과시할 수 있는 반면, 흑인 남성의 역할 개념은 축소되고 일그러졌다.


- 백인 남성은 흑인에 대한 지배를 침대까지 확장했으며, 그곳에서는 성적 행동 그 자체가 사회적지배의 일상적 패턴을 재연하는 일종의 의례로 기능했다.


- 번식용 여자라면 암소가 송아지 낳듯 열두 달마다 애를 낳아야 한다며 때렸다고...

- 여성노예에게는 ‘번식’을 기대했고,노예주는노골적으로 번식을 목표로한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노예제의 어휘에서 ‘번식용 여자’, ‘애 밸 수 있는 여자’ ‘새끼 치기엔 너무 늘긍ㄴ’ ‘번식용 여자가 아닌’ 등의 표현이 평범한 서술어였다. 

- 노예 아기 사업은 노예와 관련된 사업으로는 사실상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었다.

  남쪽노예는 가혹한노동 때문에 생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산 노예는 마치 버지니아산잎담배처럼 인기리에 팔렸다.


- 버지니아주에 사는 골슨 씨는 번식용 암말을 학대하지 않듯 노예주는 여자 노예를 학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여자 노예 각각이 ‘증식’으로 수익을 내기위해서 육성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 p241. 평생 단 하루도 아픈 적 없음. 아이들도 품질 좋고 건강함. 번식력이 뛰어나 아이를 많이 낳으니, 힘 세고 건강한하인 가족을 길러 이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 구입을 원하는 분은 연락주세요.

- 아버지가 누구든 ‘증식분’은 법에 의해 그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었다. 노예소유자의 기록장부에 아버지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이름은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여자들은 성적 상대나 ‘남편’을 일방적으로 배정받아 짝짓기를 명령받기 일쑤였다. 이토록 내밀한 문제에서 정작 본인이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주인이 온정을 베풀어야만 반영되었다.


- 남성 노예의 일과 후 성생활은 일종의보상처럼 여겨졌으나, 과연 여성 노예에게도 그런 일반화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억압받는 집단내부에서는 남성이여성을 학대한다. “우리는 노예가 일과 후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 물론 노예 신세가 된 남성과 여성이 따뜻하고 안정된 관계로 발전한경우가 실제로 있기는 하다.그러나 그것은 인간성 말살을 획책하는 노예 생활의 모든 요소에도 불구하고 지켜낸 진정한 인간성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보여주는 심오한 증거이다.

- 여성 노예는 경제 근간을 이루는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백인주인의 성적 노리개로 이용당하기도 했다. 주인의 성적특권은 차고 넘쳐 농장에 고용된 낮은 계급의 백인 남자들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갔고, 채찍을 쥐고 집행자노릇을 하던 일부 흑인 남자들도 콩고물을 얻었다. 이런 위계의 최상층에 백인 주인이 있었다. 


- 음탕한주인과 질투많은 안주인의 노예가 된 운명 때문에 한쪽을 피하면, 다른 한쪽에 거의 목숨을 잃을 지경까지 시달려야 했으니 그야말로 저주받은 운명이었다.


- 남부 백인 어머니와 딸들은 자기가 베푼 가장 소중한 애정이 짓밟히고 가정의행복이 파괴되는 일을 감내해 왔다.

- 노예는 재산일 뿐이기에 자기 재산을 강간한다는 개념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 노예가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성행위에 가담했다 해도 그녀의 행실을 탓했다. 노예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예가 수동적인 태도로 굴복하면 노예 쪽에서 첩이 되려고 자처했다거나, 매춘을 했다거나, 성적으로 난잡한 여자여서 그랬다는 식으로 말하기 마련이었다. 


- 노예제와 결혼이 가부장 제도로서 하나로 맞물려 돌아갔던 탓에 가장 계몽된 사람들조차 여성 노예의 성적권리와 신체 온전성이라는 개념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19세기에 결혼한 여성은 법적으로 남편의 소유물로 간주되었기에 결혼한 여성을 학대하는 일은 남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로만 간주되었다. 미혼여성인 경우 그 아버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로 여겨졌다. 

- 많은 흑인 여성에게 첩이 된다는 것은 가능한 협상 중 가장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첩이 되는 합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까지나 남성이 부과한 조건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미 남성이 소유권과 통제권을 모조리 쥐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남성의 가치 평가에 따라 흥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강제로 당하는 것 보다는 이런 합의라도 하면 한 사람의 삶에는 많은 편의가 주어졌다. 농장소유자, 감독관, 기사, 이웃의 백인 남자 모두가 흑인 여성에게 그녀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강요할 수 있었고, 그녀는 상처를 입고도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까지 져야 했다. 켐블역시 처음에는 이런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이 전제를 거부하게 된다.


- 첩과 번식용 여자라는 역할은 노예제의 마지막 10년 동안 노골적인 성매매 형태로 발전했다. 거래자들은 위선 따위는 이제 생략하고 자신의노예 중 가장 예쁘고 ‘백인에 가까운’ 여자 재산을 뉴올리언스 시장에서 대놓고 성적인 용도로 팔았다. 이때 쓰인 용어가 ‘팬시걸’이었다. 이처럼 천박한 노예거래는 기존의 노예제가 제도화한 강간을 논리적으로 확장한 결과였고, 이는 인간 존엄성 유린의 가장 궁극적 형태였다. 


- 주인-노예관계는 포르노 문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착환상이다. 거의 헐벗은 차림에 언제나 성적 매력이 넘치며, 고분고분한 노예소녀가 우아하게 순종하는 자세로 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한편, 그 주인은 부츠를 신거나 채찍을 들고 있는 이미지는 보통 자극적인 성애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예제하의 강제 성관계와 제도화된 강간 미화까지 이 모든 것이 문화유산의 일부가 되었고, 이런 유산은 남성의 자아를 키워주고 여성의 자아는 무너뜨렸다. ‘노예소녀’라는 말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관능적인 환상을 전달하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섹슈얼리티를 남성이 통제해 온 역사가 남긴 유산이며, 우리는 이런 유산의 그늘 아래서 투쟁한다.


2. 토론해보고 싶은 것 있다면 


 예술사적 흐름에 드러나 있는 성착취; 에로티즘, 포르노그라피

 과거 노예제와 현대 한국사회의 차이점과 공통점, 세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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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모임은 8월 27일(월) 7시부터입니다. 

읽어올 분량은 6장 통계로 본 강간범 : 신화에서 과학으로 / 7. 인종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