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82호 <생존자의 목소리 ⑤>
치유의 꽃
- 이다
<생존자의 목소리>는 연 2회(1월, 7월) 발간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식지 [나눔터]를 통해서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분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메일 (ksvrc@sisters.or.kr)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안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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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을 다쳤다 꽃이 졌다
내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알 수 없이 손과 팔에 힘을 꽉 주고
그가 아닌,
나를,
치욕스런 나를 이기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고
왼쪽으로 휘어져도
애를 쓰며 서있었다
몸에는 하나의 관이 그날 이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은 서걱서걱,
또 어떤 날은 우우 울음을 운다
당신은 화가 났습니까?
아니오
가슴께에서 화기가 느껴진다
당신은 울고 있습니까?
아니요
뼈에서는 눈물이 난다
잃어버린 나를 되묻고
울음을 이겨먹을 수 있습니까?
비쩍 말라버린 풀잎같이
몸에서도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척박한 모래에서
보석처럼 울음이 반짝인다
이제 나는 나를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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