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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대해서

합의를 이야기 하기 전에 [1]





제일 좋은 방법은 당사자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기 죄를 시인하고 먼저 사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 그것이 말처럼 쉬운가?



애초에 그것이 피해자에게 커다란 심적, 사회적, 물리적 피해를 주는 성폭력 범죄임을 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그래서 우리는 결국 법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형사나 민사를 통한 ‘법적 해결’ 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합의’ 를 생각하게 되는 데





여기 ‘합의’에 대한 몇 가지 고려할 문제들을 살펴본다.











1. 시기의 문제


+ 고소 전 합의

친고죄에서 고소 전 합의는 고소권에 대한 포기가 아니므로 합의를 했더라 하더라도 다시 고소할 수 있다. 고소 전 합의한 내용은 참고가 될 뿐 이다. 단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난 뒤에 고소를 취하했다면 다시 고소할 수 없다. 혹 경찰서에서 신고만 받고 접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고소일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 고소 후 합의

합의는 신중히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본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뉘우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를 하는 것은 매우 나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을 만나다 보면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례1> 청소년이었던 피해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직면하기 보다는 학교생활과 동네 소문이 두려워 감추고 싶어 형사고소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아빠가 너무나도 화가나 보호자의 자격으로 경찰에 고소를 하였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피해자는 진술 과정에서도 대질심문에서도 너무나 힘들어하였고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경찰은 그런 피해자를 보고 문란한 여중생이 그냥 놀다가 또래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뿐인데, 괜히 부모들이 고소를 했냐며 피해자와 그 부모에게 심한 2차 피해를 주었다. 아빠는 그럴수록 피해자에게 똑바로 진술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냥 이대로만 당하고 있을거냐 하며 다그쳤고 피해자는 점점 위축되었다. 결국 고소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 피해자의 부모가 고소를 포기하였다. 대신 딸아이가 마음 편히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가해자에게 이사와 전학을 요구하고 딸아이의 정신과 치료비를 받는 것 정도로 합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피해자측이 이 같은 내용으로 합의를 하려 하자, 가해자측은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무고한 가해자를 고소했다며 자신들도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길길이 날 뛰었고 경찰 또한 의심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피해자측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위 같은 사건에서는 고소 후 1심판결이 나기 전 경찰단계에서 합의를 하려 시도한 예 이다. 고소 전 피해자가 준비가 되어야 함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생각보다 힘들어지는 형사 소송 절차에 그만 포기하고 합의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섣부른 합의 이야기는 가해자에게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가해자의 태도에 따라 합의를 할 것인지 아닌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해자가 자신의 무고를 주장할 때 합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사례2>  피해자는 모르는 사람에게 강간당한 사실로 경찰에 고소를 하였으나 평소 있던 심리적 불안과 우울이 더욱 심해지고 가해자의 엄청난 합의종용으로 힘들어지자 합의를 하고 고소를 취하하였다. 그러자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가 이를 수상하게 여겨 피해자를 ‘꽃뱀’으로 판단하고 무고죄로 직접 고소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무고한 사람을 고소한 가해자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성인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대부분이 친고죄이기 때문에 한번 고소를 취하하면 다시 고소 할 수 없다.
이점을 가해자가 악용하여 무던히도 합의를 종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반대로 친고죄가 피해자를 ‘꽃뱀’으로 잘못 읽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1심이 선고되기 전 합의는 고소 취지를 의심받게 할 수 있다.

1심 선고 후 합의는 항소심에서 유죄의 여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 형량을 낮출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괘씸하다면 차라리 어렵더라도 형사 진행 후 민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합의를 선택하든, 고소를 진행하든, 아니면 차라리 민사를 진행하든,


중요한 것은 그 에 따른 장`단점과 과정중의 어려움, 변수, 그리고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존자에게 이 모든 과정을 선택하고 진행하는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속상한 일이다.  

세상에 대해 포기할 일도, 낙심할 일도 생긴다.




하지만

잊어버리면 안되는 것이 있다.




내가 더 이상 입막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기로 했다는 것

나는 움직일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leemoo



+ 위 본문의 사례는 각색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