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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터 83호 <생존자의 목소리 ①>#Metoo 엄마에게 (쓰는 편지) 후편 -리아 본문

성폭력에 대해서/[나눔터] 생존자의 목소리

나눔터 83호 <생존자의 목소리 ①>#Metoo 엄마에게 (쓰는 편지) 후편 -리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2019. 3. 27. 17:33

나눔터 83호 <생존자의 목소리 ①>

 

#Metoo 엄마에게  (쓰는  편지)

 

하편 

 - 리아

 

 

엄마,

 

일단 쓰러뜨리고 자면 된다는 말은 내가 대학 때도 들었어. 남자들은 일단 여자를 강간하면, 일단 삽입을 하면 자기 여자가 된다고 믿나봐. 그게 사랑이고 연애인 줄 알더라. 아빠 세대는 그게 결혼인 줄 알았겠지. 그건 성폭력이고, 정말 나쁜 거라고,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이고, 데이트 성폭력이라고 그때는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나봐. 그렇게 몇 십년이 흘렀어.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이던 90년대 말에도 2000년대까지도 일단 덮치고 보라는, 강간하고 보라는 말이 우리 과 안에서 그리고 대학교 안에서도 통했겠지. 대학교 안에서 그렇게 성폭력이 많았던 것은 그 동안 우리가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야. 일단 쓰러뜨리면 무조건 감옥 간다고 그렇게 우리들이 그 놈들을 다 감옥에 넣었어야 했어.

 

 

목욕탕에서 과일가게 아주머니랑 엄마가 이야기 했듯이, 요즘은 시집 갔다가도 돌아오는 세상이잖아. 정말 다행이야. 정말 정말 다행이야. 남자들은 어떻게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사이 좋게 같이 사는지 모르는 거 같아. 아무도 남자들에게 그런 걸 가르치지 않았나봐. 엄마가 남동생에게 설거지, 밥하기, 세탁기 돌리는 것도, 또 다른 것도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던 것처럼.

 

 

내 친구는 결혼해서 신랑한테 설거지하고, 세탁기 돌려서 빨래 널고, 집안 청소를 가르치기까지 5년이 걸리도록 싸웠데. 너무 잘했지? 나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 했어. 잘했다, 너무 잘했다고. 나는 그런 기본도 못하는 누구라도 하루도 같이 못 살 거 같아. 엄마는 40년을 아빠의 밥과 설거지와 빨래와 청소를 다 해주고 있지만. 나한테는 내 친구같이 5년을 남편이랑 싸울 인내심이 있을 거 같지 않아. 40년을 밥해주고 챙겨줄 인내심은 더더욱 없겠지. 나는 아마 고무장갑을 던지고, 빨래들을 썩게 했을 거야. 엄마, 엄마 딸은 아주 못되게 되어버렸어.

 

 

나는 이제 서야 왜 엄마가 우리에게 성교육 같은 건 전혀 시키지 않았는지, 딸인 나에게 매일 조심해라, 조심해라고만 했는지 알겠어. 엄마한테는, 엄마의 인생에서는, 여자는 무조건 성폭력을 조심해야 하고, 성폭력을 당했을 때는, 그리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에는 인생 망하는것이 되었으니까. 내가 엄마처럼 될까봐 엄마는 너무 두려웠던 거야. 인생에서 해 보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것에 도전해 볼 기회가 없었던 엄마의 삶을 나도 살까봐, 엄마는 조마조마하고 애가 타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을 안 하겠다던 나에게 엄마 뜻을 강요하지 않으셨어. 나하고 싶은데로 해보라고 허락해 주신 거지.

 

 

엄마,

 

나는 너무나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10, 20대 였기 때문에, 성 에너지도 정말 많았는데 그걸 인정하고 감당하고 잘 다루는게 겁나고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성문화에 대해 나는 너무나 몰랐어. 그리고 그런 걸 하나도 가르치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원망도, 30대가 되어서야 올라왔어. 엄마는 왜 전혀 몸을, 성을 가르치지 않았지? 이제는 알 것 같아. 엄마도 그런 성교육 같은 건 받아보지 못했고, 엄마가 그런 폭력을 당했으며, 한국 사회 어디를 가든 여자의 몸과 성은 폭력과 희롱의 대상이었다는 걸. 엄마가 남자는 다 짐승이다늘 그랬는데, 나도 티비나 영화를 보면 짐승이 되는 거 같아. 이렇게 여자가 섹스 기계처럼 나오는 포르노는 3만 명이 봤다고 나오는데, 3만명은 다 누구일까. 우리는 다 짐승일까? 이런 걸 보다 보면 남자 짐승으로 길들여 지는 걸까?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걸 훔쳐보면서 낄낄대고 흥분하는 한남의 눈을 가지게 되는 걸까?

 

 

언젠가 나의 페미니스트 친구가 남자와 여자가 눈을 마주하며 다정하게 섹스하는 동영상을 보내주었어. 돌이 지나면 아기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 한다잖아. 지금 자라는 아이들이 다정하게 눈을 마주치며 하는 행복한 섹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뭐 스님이나 수녀님이 되겠다고 해도 훌륭하겠지만.

 

 

엄마, 그렇게 웃어줘서 고마워. 나도 희망이 생기는 거 같아. 엄마의 웃음을 보면.

 

엄마, 우리가, 우리 세대들이 살아남아서 그렇게 웃고 있는, 울지도 못했던 엄마들의 몫까지 할께.

 

엄마, 우리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Metoo 엄마에게  (쓰는  편지) 상편은 나눔터 82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생존자의 목소리>는 연 2회(1월, 7월) 발간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식지 [나눔터]를 통해서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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