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대] 함께 할 준비되셨나요?

 

▶ [보통의 연대]란?

 

성폭력을 '피해자'나 '가해자' 개인, 혹은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캠페인이에요. 모든 사람은 성폭력 주변인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인터뷰하고자 해요. 성폭력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성폭력 주변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세요.

 

▶ 성폭력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뜻합니다. 동의 없는 성적 행위로 강간, 강제추행뿐 아니라 시각적·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스토킹, 피해자의 거부에 대한 불이익 조치, 불법 촬영, 비동의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괴롭힘 등이 포함됩니다.

 

 

※ 성폭력 주변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윤문 및 편집 외에는 인터뷰 참여자의 말을 충실하게 실었습니다. 저마다의 관점과 논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인터뷰 취지에 맞게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인신공격 등이 있을 경우 수정 또는 삭제 요청드리거나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음을 안내드리며,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 있게 경험을 나눠주신 인터뷰 참여자 분들께 비난과 질타보다는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보통의연대] 006. 주변인으로서 스쿨미투에 연대하는 클루의 인터뷰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입니다.

 

Q.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세요?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특별히 없네요. 제가 주변인의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적으로 떠오른 적은 특별히 없어요. . (저는 스스로를 성폭력 주변인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말한다면 (성폭력 피해를 겪은) 당사자분의 주변에서 위로하거나 같이 슬퍼해주거나 지지해주는 사람, 혹은 당사자분께서 스스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 추모하는 사람들이 떠올라요.

 

Q. 혹시 반성폭력 운동을 후원한 경험이 있나요?

 

출판물이나 굿즈(Goods)를 구매한 경험도 해당할까요? 일단 올해 3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행사에 가서 이것저것 배부해주신 것도 받고 제가 배지나 그런 것들도 구매했었고요. 그 외에도 관련 책이나 작가님의 출간기념회를 포함해서 여기저기 다녔어요.

 

원래 지속적으로 항상 (반성폭력 운동에) 관심이 있었어요. 옛날에는 제가 성인지 감수성이 별로 없어서 옷차림이 짧은 여성을 보고 그러면 안 된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아무리 옷차림이 그렇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안 돼라는 생각은 확고했어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때 다녔던 모교에서 제가 주변인이 되면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어떤 문제제기에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저한테 굉장히 한이 됐던 적이 있어요.

 

Q. 모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가해자가 담인 선생님이고 피해경험자는 우리 반의 다른 학생이었어요. 저는 특별히 반에서 누구랑 지내지 않고 다른 반에 친구가 있거나 같은 반에 가벼운 활동을 같이하는 친구가 고정적으로 한두 명 있거나 했어요. 처음에는 상황을 전혀 몰랐는데, 어느 날 피해경험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학교에 왔어요. 전해 들은 얘기여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교무실에서 피해경험자의 어머니가 엄청 문제제기를 했는데 가해자가 뻔뻔하게 논점을 떠나서 당신이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왜 반말을 하느냐, 존대를 해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다음에 전해 들은 얘기로는, 가해자가 피해경험자에게서 압수한 소지품을 빌미로 내가 이 소지품에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테니 혹은 너에게 돌려줄 테니, 나의 시중을 들어라라고 협박을 했대요.

 

원래 가해자가 다른 애들한테도 그런 언행을 많이 했었어요.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치마를 많이 입는데, 치마를 입었어도 편하게 있으려고 다리를 벌릴 수 있잖아요. 가해자가 그걸 보고 , 조개 보인다’(라고 말했다거나) 그런 식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당사자들이 우리 반에도 있고, 다른 반에도 있고, 잠깐 오시는 교생 선생님들마저 이런 일을 아실 정도였어요. 그래서 다른 어른 한 분이랑 학생 몇 명이 그런 언행을 직접 당한 다른 친구들을 설득하고 고발을 도와주겠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가해자가) 담임 선생님이고 학교에서 부장 같은 직위에 있으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생활기록부가 인질처럼 된 거예요. 압력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는데, 고발을 하기로 예정했던 당일인가 하루 전날에 모든 친구들이 진술을 포기했었어요. 결국 (당시에는) 그 상태로 묻혔고, 몇 년 넘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모교에서 그 가해자에 대한 미투가 터졌어요

 

Q. 그랬군요. 당시 그 상황을 전해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 담임 그런 인간이었구나.’ 원래 제 친척 언니가 그 학교에 다녔고, 또 제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선배들이랑 얘기를 하게 됐었는데, (가해자는 친척 언니와 선배들이) ‘이 남자 선생님을 조심해라라고 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굉장히 이상한 소리지만, 저는 외모적으로 준수한 사람이 아니라서 항상 나는 그런 범죄에서 안전하다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남자 선생님에 대해서 기본적인 조심은 했지만, 특별히 경각심은 없었어요. 주변에 교직에 계신 정상적인 분들이 많아서 의심을 덜 하는 편이었고요. 그 얘기를 들고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일이 생긴 거예요. 그다음에는 알면 알수록 되게 심각하구나

 

Q. 그 사건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학생들이 공론화하려고 시도했다가 무산된 정도로 알고 있어요. 제가 학급보다는 동아리나 다른 반 친구에게 좀 더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서요. 그리고 제가 당사자가 아니므로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다른 애들과 한 적이 없어요.

 

Q. 성폭력 사건에 대해 소식을 접하고 그에 대해 말을 함으로써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고 지지나 연대를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같은 성폭력 주변인이잖아요. 다른 성폭력 주변인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해요.

 

그냥 답답하고 억울해요. 앞서 말했다시피 모교에서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년 뒤에 미투가 터졌어요. 뉴스에 나오고 TV에도 보도됐어요. 지금 터진 건 최근 일에 대한 것이고요. 졸업한 분들이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말씀하시면서 몇 년 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때 경찰이 왔지만 묻혔다, 지금은 알려야 한다이런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SNS에 해시태그를 걸고 그랬어요. 그런데 뉴스 댓글에 저거 다 쟤네가 거짓말을 하는 거 아니냐이런 말도 있었고요. 혹은 댓글에 동문 분들께서 댓글을 써주셨는데 그게 삭제가 되더라고요. 베스트 댓글이었어요. 심지어 한 개도 아니었어요. 삭제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걸 누가 (삭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잇못)

 

그리고 제가 (모교의) 미투가 기사화됐을 때 동문들한테 엄청 공유했어요. 심지어 제가 1학년 때 교생으로 왔던 선배님께도 보낼 정도였어요. 그 반응들도 다양했어요. SNS에 공유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었는지 제가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같이 화내준 사람도 있고 그냥 보고 넘기는 사람도 있고.

 

Q. 그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해 한이 됐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만약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당사자성이 전혀 없어서 빠져 있었어요. 그때로 돌아가면, 아까 다른 친구들을 설득하고 총대를 메준 학생들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제가 그 역할을 같이 (했을 것 같아요) 또 지금은 SNS도 되게 발달해있으니까 최대한 알리고요. 물론 제가 겁이 많은 편이라서 어디까지 올려야 할지 고민했을 테지만요.

 

(성폭력 상담·지원 기관들이) 오랫동안 존재했는데 그때는 몰랐어요. 아마 (알았다면) 이런 기관들과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접근성이 높아진 이후에는 잘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도 참여하고 있고요.

 

2018년 5월 학교 내 성폭력, 성차별 공론화를 일으킨 용화여고 스쿨미투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

 

Q.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이유나 동기가 있을까요?

 

(모교에 다니면서) 제가 주변인으로 지낼 때 가해자는 그냥 계속 학교에 있었어요. 몇 년 동안, 제가 졸업한 다음에 학교에 찾아갔을 때도 (가해자는) 계속 있었고 뭔가 부장을 맡고 있었어요. 저랑 원래 알던 후배들이 그 학교에 새로 입학하면 말을 했어요. 누구누구 조심해라. 저도 그렇게 말을 하게 된 거예요. 그 사람 말고도 다른 몇몇 남교사들도 있었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항상 공론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그에 대해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요. 저도 언어화되지 않아서.

 

미투 운동이 터지면서부터 우리 학교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마침 스쿨미투가 터지면서 다른 졸업생, 동문분들이나 재학생분들도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고요. 어떻게 기사까지 나갔으니까 일단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공공연한 처벌이나, 재학생들과 동문들이 납득할 만한 조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것만 공유하는 동문들이 있는데 전혀 받은 소식이 없어요. 그냥 학교에서 어떻게 징계를 하게 된 것 같다, 일단 지금은 (가해자가 학교에) 안 나온다, 다른 선생님을 구하고 있다이 정도의 느낌? (불분명하고 막연해요) 가해자가 무슨 이 있다는 얘기도 계속 들리니까, 사실 여부는 모르겠는데, 지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성폭력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도 같은 게 있잖아요. 어떤 것은 심하니까 성폭력이고 어떤 것은 약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는 것. 그래서 (남교사들이) 말로만 가볍게 (성희롱을) 했다든지, 외모 차별을 했다든지, 체벌인 척 특정 신체 부위를 때리고 건드린다든지 해도, ‘너무 문제가 될 수준의 가해를 한 게 아니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계속 말씀드린 가해자도 처벌하기 애매한 일도 많이 저질렀는데 다 기각됐어요. 여기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스쿨미투를 통해서 비로소 공론화된 가해 내용이 정말 많거든요. 심각성도 높고요. 그 문제에 대해서 내가 직접적인 고발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그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Q. 말씀하신 대로 당사자가 아니라면, 성폭력 주변인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단지 나의 피해를 증언할 수 없다라는 점을 빼고는 사실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교육을 들으면서 나의 언어를 언어화할 수 있고, (피해자와 반성폭력 운동을) 지지해줄 수도 있고, 학교 밖에서라도 해시태그를 걸 수 있고, 내 주변에 말을 할 수도 있고.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Q. 인터뷰 참여자도 예전에는 짧은 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피해자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났던 계기가 있나요?

 

계속 증언을 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생존 경험에 대해서 (말하고) 자신의 주변 사람이 이상한 말을 할 때 (증언을) 반복하는 경우들을 보면서 많이 깨졌어요. 저는 이상한 말을 직접 해봤던 경험이 있으니까.

 

굳이 날짜를 말하라면 2016517(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가 딱 그때였어요. 딱 그때 SNS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슈들을 접했거든요. 시작은 SNS였고, 그 뒤에는 제가 책을 읽고, 강의를 직접 들으러 다니고, 점차 범위가 커졌어요.

 

Q. 이런 주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도 있나요?

 

. 지금은 있어요. 그런데 저도 처음에는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간이 있어요. 지금은 그냥 같은 여자애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이것저것 얘기하고, 어떤 친구가 밤늦게 귀가하는데 어떠한 일을 겪었다 해서 같이 화를 내고, 뉴스를 공유하고 그래요.

 

친구들 중에 이런 얘기에 굉장히 반감을 보이는 친구도 있었어요. 물론 저도 친구가 아직 그런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이 없는 편이라 신경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신경을 쓰지 않아서인지 그 친구가 단톡방을 나간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단톡방에 있는 다른 친구는 처음에는 딱 선을 긋기도 했어요. 저랑 선을 그은 것은 아니고 어떤 단체와 선을 긋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그 친구는 점점 이런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게 편해졌어요.

 

Q. 최근에 성폭력과 관련한 교육을 수강하셨는데, 그 자체도 반성폭력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교육을 듣게 된 동기가 있다면?

 

저는 성폭력이 특정 성별이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류의 문제. 제 경우에는 특정 사건이 있었고 주변인 정체성이 있었지만.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활동에 개입하고 맞는 일을 하는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가해자와 어떤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가해자가 아닌데 나한테 왜 그러냐가 아니라 나는 가해자는 아니지만, 너무나도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얼마든지 성폭력을 막는 활동에 참여하겠다라고 하는 것. 저는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했어요.

 

Q. 반성폭력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시는데, 혹시 그런 활동들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서 이런 일들에 참여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다, 이런 식으로 말은 했지만. (반성폭력 운동은)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전에는 그냥 숨만 쉬고 돌아다녔다면, 이제는 정말 내가 사회에 있고,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에 대해 당연히 목소리를 (내서) 말하고 (살잖아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키워주는 것 같아요.

 

2018년 12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 MEKA와 진행한 스쿨미투 화형식 ⓒ한국성폭력상담소

 

Q. 혹시 모교에서의 경험 말고도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나요?

 

제가 직접 겪었던 일들? 초등학생 때 다른 여학생이랑 같이 학교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서로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까운 위치에서 노상 방뇨를 하는 거예요. 지식이 없는 때여서 그냥 (자기 성기를) 내밀고 있길래 노상 방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만약에 (그 남자가) 둘 중 한 명을 인질로 잡았다면 (말잇못) 그러지 않더라도 나랑 그 아이가 헤어지고 따라올 수도 있었고, 정말 완력이 센 사람이면 둘 다 제압할 수도 있었겠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제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사이에 항상 제가 다니는 동네에서 강간 미수를 겪었던 적도 있어요. 그때 그 사람이 먼저 저한테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왔고, 당시 저는 그 사람한테 호감은 없는 상태였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 매몰차게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카페에 가자고 했는데, 얘기하면서 길을 걷던 도중에 카페가 아니라 어떤 한적한 상가 건물로 들어갔고, (가해자가) 저를 화장실로 밀어 넣으려고 했어요. 저는 옛날에 운동을 생각했을 정도로 또래 애들보다 체격이 큰 편이서 그 남자가 억지로 밀어 넣기는 벅찼고요. 그런데 저니까 가능한 일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 (몸싸움으로 버티는 것) 안 됐을 거예요. 지금까지 몇 년간 그 가해자를 다시 마주친 적은 없지만, 한동안 그 길로 다니는 걸 무서워했어요.

 

그때 제가 겪은 일은 결국 미수가 전부여서 경찰에 말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생각해 시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 일에 대해 제가 싸이월드에 저만 보는 비밀글로 썼었어요. 잊혀질 만큼 사소한 내용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때 기각되더라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게 아쉬워요. 그렇지만 이런 경험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아니면 저는 이 이야기를 제대로 못 했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제가 당사자로서 겪은 일들이 있고, 또는 저의 주변에 이런 경험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대중매체에서 접하는 사건들도 있고요.

 

Q. 그런 경험을 이야기했을 때 주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혹은 그 주변인의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때 이 경험을 가장 먼저 말한 친구는 아이고~”(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저를 피해자화한 건 아니고 굉장히 지지하고 공감해주면서 아이고~”하고 부둥부둥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그 일에 대해서 결론적으로 나는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제가 그 일을 상처로 느끼지는 않아요.

 

또 다른 친구들은 제가 얘기를 했을 때 그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어요. 그런데 한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 미안해. 나는 네가 예쁘지 않아서 너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알았어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저한테가 아니라 그 친구한테 근데 너도 그런 일 당할 수 있겠구나.” (라고 말했어요) 당장 그때는 저도 경각심이 없었으니까 그냥 저희 셋 다 그 말을 웃고 넘겼어요. 지금이었으면 그러지 않았겠죠.

 

그 뒤에 만난 다른 후배가 있는데, 제가 나는 나의 경험이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하자마자 언니, 그것도 피해야. 언니가 슬퍼할 수 있는 거야라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 일을 우리 가족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어요. 이 얘기를 했을 때 가족들이 내가 느낀 만큼 나한테 공감을 해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이에요.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일단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했어요. 그냥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막 숨기거나 엄청 힘들어하는 세상이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이런 바람은 가지고 있겠지만, 너무 힘들어하는 분이 많고,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 사이에 분명히 피해자가 존재하잖아요. 가해자가 존재하고, 생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데 있어서 선택적이기도 하고, 이게 공론화되기 힘든 세상이기도 해요. 그런 현실이 깨졌으면 좋겠어요. 생존자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표현과 언어가 뭘까, 모두와 사회가 같이 고민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요즘에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배우고 있고요.

 

(사진) Q. 성폭력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Metoo 나도 고발한다는 권리에 대해 지지를 실천하는 것

 

 

[보통의 연대] 릴레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이 인터뷰 진행자로 함께 하며,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19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인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이 인터뷰는 의심에서 지지로 캠페인단 외자님이 진행하였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편집하였습니다.>

 

Posted by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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