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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50원 씩 498건 연속입금. 어떤 의미?!


 상담소에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일반후원금 계좌에 수백 차례에 걸쳐 같은 명의로 후원금이 입금된 것이지요.



  ▲ 입출금내역에 찍힌 50원의 행렬


 3월 24일 날짜로 총 498건에 걸쳐 입금된 29,400원.
 초반 10건은 500원, 나머지 488건은 50원씩 입금이 되었습니다.

 재정활동가 미초가 인터넷 뱅킹 업무 중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시는 '얼마 안 되는' 100건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어제 해당 은행에서 통장정리를 하게 되면서 
 '그 100건이 다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내역이 길다보니 당연히 새 통장을 발급받았어야 했고, 
 창구를 방문했더니 입금내역이 무려 통장 3개를 꽉 채우고도 남았던 것이죠.
 (통장 1개 당 6페이지*3개 + 추가 5페이지가 더 찍혔으니 약 4개 분량)

 창구에는 놀란 미초 활동가와 난감한 듯 웃는 은행직원분.

 직원분의 질문.

 "모르시는 분인가요?"
 
 안타깝게도 상담소 회원님이 아니셨고, 활동가들도 떠올리지 못하는 분이셨지요.
 출금된 계좌는 입금 후 해지를 한 상태였고요.


 
 
▲ 세 권 가득, 앞뒤로 2-3페이지 더, 차곡차곡 쌓인 50원들
 

 인터넷 뱅킹을 통해 한 번에 10건 씩
 50차례 계좌이체를 하던 1시간 반 동안,

 500원에서 50원으로 입금액을 변경한 10분 동안,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알 길이 없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 500원으로 시작된 후원내역


 시스템 상의 오류이거나,
 늘 '뛴다!상담소'를 내걸고 있는 상담소이니
 이렇게 쉼 없이 열심히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이거나,

 ...또 어떠한 경우들이 있을까요.


 한 활동가가 예전에는 (아마도 항의의 의미로) 18원씩 입급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마 498건의 계좌이체를 실행하며
 통장 3권을 빼곡 채울만큼의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고 있으셨겠지요.



    ▲ 3월 분 상담소 후원금 통장은 다섯 권



 통장을 들여다보며 소통을 노력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뚫어지게 들여다보아도
 입금자분의 성함과 입금액과 취급지점은
 무엇도 이야기해주지 않으니까요.

 
 상담소는 지금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의 매체를 통해
 상담소의 이야기를 하고, 상담소도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
 상담소에 미처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고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크고 작은 광장과 같아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한 번 클릭해서 들러본 사람, 늘 살짝 구경만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가 수없이 오고가죠.

 편지와 전화도 이슈를 전하고 토론하는 중요한 소통수단이고
 조심스럽고도 내밀한 이야기, 예리한 지적과 충고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대단히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때로 같은 이야기들만이 되풀이 된다고 느껴질 때마다
 기운이 빠지기도 합니다. 
 1대 1 소통의 한계란 이런 것이구나,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상담소는 나-너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모두가 이야기해야 
 더 나은, 더 넓은, 더 좋은 활동, 좋은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갑론을박 속에서도
 반짝이는 이야기들은 공감을 얻고, 널리 퍼진다고도요.


 하지만 이번 일은 어떠한 의미를 찾아야할지
 줄줄이 찍힌 문자를 보며 느껴지는 그대로 이해해버려도 괜찮을지
 망설이게 됩니다.

 
 내일 다시 천천히 이 통장을 넘기다보면
 후원자 분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게 될까요?



   
  
 후원자 님께서 보내주신 금액은
 상담소 활동에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온라인사업팀, 마도

 
  
 +

 당시 입금내역을 확인하고, 은행창구를 방문했던
 재정담당 미초 활동가에게 블로그에 남길 말이 없냐고 물으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할 말이 없다.  
 " ……. " 으로 올려달라.

 이제 회계자료를 위해 20면 이상의 통장을 복사하는 일이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 빤딱빤딱한 3권의 통장은 고무줄로 묶여 보관되어 있습니다.

 미초에게는 조금, 위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