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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말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공임신중절은 합법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공임신중절은 합법이다?

- 성폭력 피해자 인공임신중절 지원 방안 토론회

 

 

만약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을 했다면, 그녀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잠시 성폭력 피해자 OO씨가 되어 보자. OO은 성폭력 경험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더불어 임신한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매우 당황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인공임신중절을 할 것인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OO은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했다. 그녀는 되도록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병원을 찾아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요청했다. 병원에서는 그녀가 성폭력피해자가 맞는지 아닌지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OO씨 성폭력피해가 몇 달 전에 있었는데 왜 이제야 오셨어요?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이 맞나요?” 등등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OO씨의 이야기는 어느 특별한 성폭력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성폭력피해자가 임신을 했을 경우 처하게 되는 상황이다. 성폭력이 이슈화되면서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체계가 많이 마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성폭력피해자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이 “성폭력피해자”임을 증명해야만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지난 5일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 주최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 피해자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공임신중절 지원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현행 모자보건법(제14조)에서는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24주 이내 인공유산을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인공유산을 제때 받지 못한 성폭력피해자들은 출산을 해야 하거나, 지원을 받지 못해 비싼 비용을 내고 시술을 감행하는 경우도 엄연히 존재 한다.

 

[쟁점1. 진짜 성폭력피해자 맞아요?]

 

2010년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낙태를 한 산부인과를 고발했던 프로라이프 사태 이후로 현재는 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사유에 해당하는 여성들만 인공임신중절을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성폭력피해자는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여성에 포함된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들이 쉽게 인공유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피해자가 피해자라고 말을 해도, 병원에서는 진짜 성폭력피해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피해자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공유산을 진행하지 않거나 다른 상담소로 연계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원스톱지원센터와 성폭력상담소의 피해자 지원자들은 성폭력피해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여부를 조사해야하는 수사관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항에 대해서 토론자였던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의 하정옥은 “여성을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합당한 주체로서 상정하지 않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 사실의 입증을 피해자들을 돕고 지원하는 다른 행위자들에게 전가하여 본분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성폭력피해자들은 ‘진짜 성폭력피해자’인지 입증해야 할까?”

 

사람들은 성폭력피해자의 인공유산을 쉽게 허용할 경우 허위 성폭력 신고가 늘어날 것을 걱정한다. 허위 강간을 보고하는 사례가 극히 적은데도 불구하고 진짜 성폭력피해자인지 확인하는 것은 성폭력피해자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진실을 말하는 피해자가 훨씬 더 많은데 왜 굳이 허위 신고를 염려하며 인공 유산이 필요한 성폭력피해자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성폭력의 입증을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성폭력피해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상반되는 처사이다. 우선적으로 성폭력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믿어주고, 허위 성폭력 신고자에게는 그에 맞는 처벌 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성폭력피해자에게 진짜 성폭력피해자인지 의심하는 세상의 눈빛이 그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쟁점2. 당신의 몸은 누구에 의해 통제 받고 있습니까?]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격리해 두었던 소록도에는 감금실이 등록 문화재로 남아 있다. 소록도의 존재 자체가 국가가 한센병 환자들의 몸을 통제하기 위한 장소였고, 심지어 한센병 남성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관수술을 받아야 했다. 감금실에는 많은 한센병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받았던 수술대가 아직도 놓여있다.

우리는 누군가 나의 몸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쉽게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국가는 교묘하게 나의, 당신의 몸을 통제하고 있다. 저출산을 장려하던 시기에는 ‘아들 딸 구분 없이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며 남성의 정관수술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도 했고 인공유산에 대해 규제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인공유산에 대한 선택이 자유로웠다.

시대가 바뀌어 출산율이 저조하게 되자 정부는 출산 장려로 정책을 바꾸어 임신부를 배려하는 제도 및 지원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정관복원수술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인공 유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인공유산 행위를 감시하게 됨으로써 여성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거나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여 인공 유산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성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인공 유산을 암암리에 할 수도 있었고, 감시자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해야했다.

 

왜 여성의 몸은 정부의 출산 정책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가.

 

 

 

 

 

왼쪽 사진은 1974년 세계인구의 해를 맞아 보건사회부와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만든 산아제한 포스터이다. 당시 이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부착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2007년 출산장려하는 휴먼뉴딜의 TV 광고 중 한 장면이다. 휴먼뉴딜은 미래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정책으로서 큰 틀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 클릭: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ibrary1004&logNo=30117008978&categoryNo=40&viewDate=&currentPage=1&listtype=0

http://www.tvcf.co.kr/AdZine/View.asp?Idx=1560

 

낙태죄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지 말라!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성폭력피해자 인공유산 지원 방안의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 성폭력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가 애쓰지 않아도 된다. 토론회 발제자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는 "낙태죄를 비범죄화 하고 인공유산이 합법화해야만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OO씨는 무사히 인공 유산을 했을까?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는 여성들의 현주소를 다시 보게 된 토론회였다.